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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 실화를 바탕으로 영혼의 싸움터를 추적한 르포
폴 김.김인종 지음 / 마름모 / 2022년 8월
평점 :
사회가 재단한 정상이라는 규범은 어느 누군가에겐 종종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자의나 타의적인 영향으로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러한 ‘정상성’의 방향에 속하기 위한 고집을 버리기 어렵다. 따라서 정상 규범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깊은 좌절을 겪게 된다.
정신질환 또한 그러한 경향을 강하게 보이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근래 정신질환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널리 알려지고 사회적인 편견도 많이 옅어진 덕에 이전보다는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음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인식에는 많은 개선과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오늘 다룰 책인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은 앞선 쟁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별한 점에서는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치료 방향 인지와 인식의 개선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 준다.
이 책은 정신건강가족미션이라는 단체의 소장으로 있는 저자 폴 김이 실제 정신질환을 겪는 여러 가정의 이야기를 보고 들어 엮은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가정들은 대체로 기독교를 믿고 있는데, 이 가정에서 정신질환을 겪는 가족이 생겼을 때 다른 가족 구성원이 겪는 심리적인 반응이나 어떤 대처를 시도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보통 정신질환을 마주하는 종교가 없는 가정에서는 정신질환을 겪는 가족 구성원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막막함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종교가 있는 가정이라면 그래도 기댈 곳이 있어 상황이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되레 종교를 가진 가정이 정신질환을 겪는 이의 상황을 악화할 수 있으며,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끌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령,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에게 의사가 아니라 하나님을 우선으로 찾게 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정신질환 및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사탄이 주는 영적인 문제로 인식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정신질환은 중증에 가까울 때마다 개인 의지로 극복을 시도하거나, 단지 기도를 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더욱이 종교적인 관점을 우선하는 것보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정신질환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사실을 깨닫기 이전의 저자는 일찍이 상태가 호전될 수 있었던 여동생을 안타깝게 잃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는 정신질환자 가족을 돌보는 일을 하는 중이다.
이 책은 정신질환을 겪는 가족을 가장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고통의 과정을 건너는 가족 구성원의 내밀한 경험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다만 정신질환을 마주하는 사고방식에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짙어서, 무교인이나 타 종교인의 입장으로서는 다소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또한, 종교를 가진 가정에서는 정신질환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은 무교인으로 정신질환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먼저 다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책을 읽은 뒤 단지 그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적인 관점의 치료와 함께 종교적인 시도나 주변 인간관계에서 비롯한 사랑과 안정을 통해 효과적인 정신질환의 치료와 극복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때로는 단지 알약 몇 알을 삼키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선 방법은 개별적인 시도만으로는 효과가 없을지 몰라도, 의학적인 치료와 함께한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책의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정신질환이라는 안개가 찾아오면 그 사랑을 인식할 수 있는 시야를 가리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이 시야를 밝혀야 한다. 그 싸움은 때로는 고독하고 고통스러움이 따른다. 그러나 이 책은 나만이 그러한 싸움에 맞서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