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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평점 :
어떤 책일까?
🌼 ‘현대 일본에서 국민 누구나 70세가 되면 반드시 죽어야 하는 사망 법안이 생긴다면, 한 가정과 나아가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해 본 책’
무얼 말하는 책일까?
🌼 ‘현대사회에 만연한 문제(고령화, 노노간병, 연금 고갈, 취업난, 직장 괴롭힘, 은둔형 외톨이,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정치인, 투표하지 않는 청년, 독박 가사 등)를 상기하게 하는 책’
누가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일까?
🌼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
개인적인 감상
🌼 ‘배경은 일본이지만, 앞서 언급한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는 한국의 미래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은 느낌을 주어 큰 공감이 되었으므로, 한국의 문제를 대입하여 읽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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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일본. 고령자가 전체 국민의 30%가 넘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정부는 다음과 같은 법안을 강행한다.
‘70세 사망 법안’. 2년 유예를 거친 후 시행될 이 법안은, 국민 누구나 70세가 되면 죽어야 한다.
하루하루 살기 힘든 상태였던 청년 측은 대체로 환호하고, 노인 측은 이제야 자신만의 인생이 찾아온 것 같은데 죽어야 한다니 웬 말이냐며 대체로 분노하는 상황에 이른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첨예한 다툼이 일어나는 와중, 일본의 한 가정의 주부인 도요코는 15년간 시어머니의 간호에 쫓기는 상황이었으나 해당 법안을 통해 해방의 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법안 시행을 앞두고 별안간 퇴직 후 세계 여행을 떠나겠다는 남편, 재취업 실패 후 은둔에 빠진 아들, 간병 일을 회피하는 딸, 시어머니의 재산만 노리고 간병은 나몰라라 하는 시누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정성껏 간병해도 히스테릭을 부리는 시어머니로 인해 완전히 지쳐버리게 된 도요코는 가출에 이른다.
그러한 전개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의 시점 변화를 볼 수 있었는데, 가정에서 각자가 안고 있는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다양한 인물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통해 간병에도 빈부격차가 있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했다. 자산이 어느 정도 있는 가정은 사람을 고용해 간병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직접 간병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병 살인, 개인과 사회 갈등의 문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조명하고 있는가? 급격한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한국에는 어쩌면 더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다방면으로 고민하게 했다.
더욱이 70세라는 나이에 죽는다는 것이 이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 살 수 있게 된 세상에서 단순히 ‘오래만’ 살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평균 수명은 높아졌어도, 건강 수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노년의 절반 이상을 누워 지내거나 누군가의 간병을 받으며 지내야 한다면 과연 그것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 책에 나온 가상의 법안이 차라리 효율적이고 어쩌면 인도적으로까지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막상 시행하려니 또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이 사회가 안고 있는 고령화 관련 문제가 참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늙고 병드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면, 우리는 그에 대비해 개인과 사회가 무엇을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나의 몫을 누군가를 위해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도. 물질적인 욕심을 기꺼이 버릴 수 있을 만큼 우리가 사는 사회는 타인에게 다정해질 수 있을까.
그러한 과정을 위해 국가가 앞서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드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각자의 밥그릇만 채우기 바쁜 한국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저출산도 문제이지만, 조금 더 깊게 보면 고령화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고령화의 가파른 속도가 가져오게 될 사회적 여파가 두렵게 느껴진다.
이 소설을 비교적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현실은 어떨까. 어쩌면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는 것보다도 더 큰 충격을 이루는 계기가 있어야 조금의 변화를 보이지 않을까. 문득 노인 빈곤과 관련된 영화인 #죽여주는여자 가 떠올라 더 착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