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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남성성 -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권김현영 외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평점 :
*** 소중한 도서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폭주하는 남성성>은 한국 사회에서 근래 발생했던 흉기 난동, 딥페이크 성범죄, 벗방 시장, 사이버레커, 남초 커뮤니티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 서부지법 폭동 등 일련의 젠더 기반 폭력 사건을 ‘단순한 우발적 사건’으로 보지 않고, ‘유해한 남성성’이 구조적으로 폭주하는 현상임을 포착하고 있다.
이 책은 여성학 연구자와 활동가 8명이 각각 분석한 8개의 현상을 통해, 남성 집단의 결속, 권력 행사, 배제와 차별이 어떻게 사회적 조건과 맞물려 폭주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지 파악한다.
특히 딥페이크, 교제폭력, 페미 사냥(여성혐오적 공격), 안티페미니즘 정치,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젠더 갈등을 ‘폭주하는 남성성’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엮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젠더와 권력이 어떻게 위기를 낳는지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책은 여성혐오의 현상들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으며, 그 근본에는 ‘바뀌지 않는 성차별적 구조와 그것을 용인해 온 문화’가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책은 남성, 즉 ‘개별 남자를 몰아세우는 데 있지 않다.’ 책에서 말하는 ‘남성성’은 단지 생물학적 성별이 아니라, 사회가 남성 집단에 부여하는 권력과 태도, 그리고 그 구조가 낳은 폭력의 기제를 뜻한다. 책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고, 그간 독자가 체감하지 못했던 구조적 억압의 존재와 작동 원리를 꼼꼼히 짚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딥페이크 성범죄, 온라인에서 만연한 혐오 발언, ‘루저 남성’ 감정의 안티페미니즘 정치화, 여성의 고통을 콘텐츠로 삼는 사이버레커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어째서 이토록 숨 막히는 젠더 갈등의 시대를 맞이했는지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불안의 시대, 젠더 갈등이 신체적 폭력과 언어적 혐오로 변모하는 현상 이면에,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 구조와 이를 용인해 온 문화가 놓여 있음을 밝힌다. 이러한 혐오와 분노의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선 젠더 감수성과 구조적 인식의 변화가 필수적임을 설득력 있게 제안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를 넘어서 구조적, 정치적 책임 의식으로 나아가도록 이끈다.
*** 이 책은 이런 분들이 소장하셔야. ***
1. 근래 한국 사회의 젠더 이슈나 시사적 사건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2. 젠더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연대와 공존의 길을 찾고 싶다.
3. 2030 남성의 안티페미니즘·극우화 현상의 구조, 사회적 배경을 알아보고 싶다.
그리고 같이 읽어보기 좋은 책으로, 최근 동녘 출판사가 알라딘에서 펀딩한 <헤어지다 죽은 여자들>을 추천한다. 펀딩에 참여했는데, 무사히 마무리되어 기쁘다. 그리고 절망스럽게도 이 책을 받아보고 또다시 교제살인 뉴스를 접했다.
앞서 ‘바뀌지 않는 성차별적 구조와 그것을 용인해 온 문화’가 여성혐오 문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교제살인이 이뤄지는 방식도 그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바로 읽어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