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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평점 :
도서제공 감사합니다!
2009년 그룹 포미닛의 메인 보컬로 데뷔해, 2016년까지 7년 간의 가수 생활을 이어가며 정말 쉴 틈 없이 달려온 저자.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했던 찬란한 그 시절, 어릴 적부터 꿈꾸던 가수로서의 7년 간의 삶을 이루고 이후 또 다른 꿈인 배우를 마주한다.
그러나 배우라는 길에 들어서며 마주한 좌절의 경험과 그에 비롯한 무기력의 스위치. 요즘 뭐 하고 있냐는 누군가의 질문은 점차 심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2020년에는 사랑하는 오빠와의 이별을 겪는다. 20대와 30대를 온통 일만 하며 보낸 오빠를 보며 저자는 생각한다. ‘미루지 말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바로 시작하자고.’
그 깨달음은 2023년 친구와 떠난 발리 여행을 시작으로, 저자가 발리에서 혼자 살 수 있는 계기와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7시간 너머에 있는 발리. 저자는 발리에서 믿기지 않는 치유의 힘을 경험한 기록을 아낌없이 책에 담았다.
가령,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취미인 서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일관되고 갇힌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바다를 다니며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더 건강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는 점.
또한, 서핑을 시작하며 받은 햇빛으로 얼굴이 기미와 주근깨로 뒤덮이고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지만, 오히려 그 몸이 나의 삶을 기록한 나이테 같아서 더 사랑스럽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
무엇보다도 이전까지 익숙하게 살아왔던 한국에서는 깨닫지 못했던 ‘나다움’이라는 행복을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발리라는 낯선 곳에서 마주하게 된다.
가수 허가윤이 아닌, 인간 허가윤으로서 아무도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것은 기존에 나를 알던 사람들이 바라보던 ‘원래의 나’에게서 벗어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새로운 기회였다.
처음 저자의 글과 마주했을 땐 한국과는 문화도 환경도 전혀 다르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롭게 삶을 살아간다면 불안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발리살이에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저자의 모습이 글 속을 뻗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내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깊은 행복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동시에 나의 상황을 반추해 본다. 그동안 익숙하던 일상에 안주해 왔다고 느낀다. 그래서일까? 이렇게도 삶이 권태로운 건. 뭘 해도 무기력하고, 재미도 없고,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게 다 소용없다고 느껴지는 나날이 지속되는 요즘이다.
그런 상황에서 저자의 발리살이 경험담이 담긴 통해, 이 책은 내가 놓인 상황에 대한 작은 격려를 건네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지친 나에게 힘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 먼 곳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낯선 곳에서 여행을 짧게 나마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방학은 다 끝났지만, 다가오는 가을 연휴에라도. 정 안 되면 동네 낯선 곳이라도 걸어봐야지.
저자 덕분에 낯선 곳을 향한 여정이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자아 탐구와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으니까.
PS. 발리 음식 맛있겠다….
* 읽어 보자! *
: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된다.
: 권태롭고 무기력한 일상에 치유가 필요하다.
: 발리라는 곡에서 저자가 어떤 깨달음과 행복을 얻었는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