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상의 동료 인간들‘은 역시나 외풍 불고 단열도 안 되는 이런 판잣집살이에 처한 줄 알면서, 세상없어도 기정사실로 받드는 무언가에서 달콤함과 불빛에서 아주 멀리 배제되는 일은 참을 수 없어, 영원히 기대의 열기로 불타고 있고, 어떻다 정의 내릴 엄두도 못 낼 무언가를 기다리고, 모든 유효한 증거가 매일같이 계속 축적되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데도, 그래서 그들의 기다림이 순전히 무위로 끝날 것임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희망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 P198
믿음이란, 여기서 에스테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절절히 되새기며,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들이 모두 실제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믿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며, 같은 방식으로 음악은 자신의 더 좋은 부분의 발화發話나 더 밝은 세상에 대한 모종의 개념이 아니라 손쓸 수 없는 불치의 자아와 안타까운 상태의 세상을 덮고 위장하는 일이었다. 아니다, 그저 위장하는 일이 아니라 그런 사실에 대한 완벽하고도, 뒤틀린 부정이었다. 작동하지 않는 치료이며, 신경만 무디게 하는 독주였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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