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상의 동료 인간들‘은 역시나 외풍 불고 단열도 안 되는 이런 판잣집살이에 처한 줄 알면서, 세상없어도 기정사실로 받드는 무언가에서 달콤함과 불빛에서 아주 멀리 배제되는 일은 참을 수 없어, 영원히 기대의 열기로 불타고 있고, 어떻다 정의 내릴 엄두도 못 낼 무언가를 기다리고, 모든 유효한 증거가 매일같이 계속 축적되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데도, 그래서 그들의 기다림이 순전히 무위로 끝날 것임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희망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 P198

믿음이란, 여기서 에스테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절절히 되새기며,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일들이 모두 실제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믿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며, 같은 방식으로 음악은 자신의 더 좋은 부분의 발화發話나 더 밝은 세상에 대한 모종의 개념이 아니라 손쓸 수 없는 불치의 자아와 안타까운 상태의 세상을 덮고 위장하는 일이었다. 아니다, 그저 위장하는 일이 아니라 그런 사실에 대한 완벽하고도, 뒤틀린 부정이었다. 작동하지 않는 치료이며, 신경만 무디게 하는 독주였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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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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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제자리를 맴돌며 신은 폐곡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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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아둬라. 인생의 비밀은 농담에 있다는 걸." 그가 엄숙히 말했다. "일은 어렵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난단다.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법이야. 네가 걱정할 건 마지막 순간이란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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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진 귀, 신은 문자로는 나타나지 않아. 신은 무엇에도 나타나지 않지. 신은 자신을 보여주지 않아.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

"난 예전엔 잘못 생각했어. 얼마 전에야 깨달았다네. 나와 벌레, 벌레와 강물, 강물과 강을 넘어가는 고함 소리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것을. 모든 건 공허하고 의미가 없는 거야. 뿌리칠 수 없는 구속과 시간을 뛰어넘은 대담한 도약 사이에서, 영원히 실패하는 감각이 아닌 오직 환상만이 우리로 하여금 비참한 구덩이에서 헤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끔 유혹하지. 하지만 길은 없어, 귀 늘어신 양반!" - P321

"그래서 난 우리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 거야. 왜냐하면 모든 게 너무 완벽하고 그럴듯하거든.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거고, 그 다음엔 눈을 믿지 않는 거지. 페트리너, 그건 우리가 언제나 빠지고 마는 덫이야.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지.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란 게 결국은 자물쇠를 바꿔 다는 일일 뿐이거든. 그렇게 덫은 완벽하다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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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예술 작품들은 몇 개의 정의로 이루어진 문서고가 된다. 그러한 무모한 시도는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한 지도 작성자들은, 위대한 예술가들이란 바로 그러한 지도를 끈질기게 무력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또는 그 지도 자체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것은 네르발의 지도, 보르헤스의 지도, 또는 오즈의 지도가 그러하다. 들뢰즈-가타리가 위대한 예술가들을 유목민이라 부르는 것은 그들이 지도를 가로질러서 새로운 위도와 경도를 만들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가 다른 영토에 속하는 순간 지도는 무기력해진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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