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산꼭대기에 서 있곤 한다, 나의 벨라르민이여!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는 순간, 나는 아래로 내동댕이쳐진다. 생각이 돌아오면 나는 전과 다름없이 혼자가 되어 죽을 운명의 고통에 시달린다. 그리고 내 마음의 피난처, 영원히 하나인 세계는 사라지고 없다. 자연은 두 팔을 다시 거둬들이고, 나는 자연 앞에 낯선 사람처럼 서서 자연을 이해하지 못한다. - P15

오, 인간이란 꿈을 꿀 때는 신이지만, 생각을 할 때는 거지다. 감격이 사라지고 나면 인간은 아버지에 의해 집에서 쫒겨난 탕아처럼 길거리에 서서 사람들이 동정심으로 던져주는 몇 푼의 돈을 바라볼 뿐이다. - P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지는 기억의 노예일 따름이라,
태생은 강렬하나 배겨내는 힘은 약해서,
풋과일 땐 나무에 단단히 붙었지만,
익으면 안 흔들어도 저절로 떨어지오.
인간사 필연이오, 우리들 인간이
자신에게 진 빚을 잊고 갚지 않는 것은.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리베이라가 특별한 것은, 영화를 사유함에 있어서 ‘시네마틱‘이라고 하는 정의가 불가능한 모호한 개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영화를 하나의 예술이나 미디어가 아닌 일종의 기능function 으로서, 다른 예술 혹은 미디어들이 서로 만나고 교차하며 작동하기 위한 장場을 조절하는 기능으로서 받아들이길 주저하지 않았다는데 있다(이건 아주 새롭다기보다는 초기영화 혹은 원시영화 시기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한데, 올리베이라가 그시기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의 영화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나의 가정으로 남겨두기로 하자). 여기서 그의 ‘유령‘으로서의 영화론("영화란 항상 현실의 유령이다")이 나온다. 영화는 실체 없는 비물질적인 것이지만, 다른 실체적인 것들 사이의 간극에 유령처럼 거하며 기능한다. - P405

‘시네마틱’이란 결코 하나의 기원을 갖지 않는데다 언제나 일시적일 뿐인 간극들과 유령들이 흡사 모종의 실체에 수렴될 수 있는 것인 양 우리를 미혹시키는 허위 개념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각각이 조작operation하는 영화-기능과 그 조작의 수준이 다른 무수한 영화감독들이 존재하고 분명 우리는 그들을 어떤 위계에 따라 배치할 수있지만, 자신이 시네마틱하다고 ‘믿는‘ 사례들을 쌓아올리거나 ‘~은 시네마틱하지 않다‘는 식의 부정신학적 논법에 의존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가 다른 누구보다 더 ‘시네마틱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영화란 실체가 아닌 기능이기 때문에 그와 결부된 형용사를 가질 수 없다. - P4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는 이제 세상을 떠난지만, 다른 ‘주앙(들)은, 신-테세우스-노스페라투의 형상을 모두 지닌 이 그로테스크한 존재는 자신의 아리아드네를 찾아 영원히 이승을 배회할 것이다. 또한 그는 이름과 존재가 끝없이 만나고 또 어긋나는 과정을 이떻게든 따라잡으려는 노년의 발걸음, (타)원형의 발걸음으로 배회할 것이다. 그리고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라는 이름과 그 이름이 지칭하는 모든 것들은 세상의 숱한 기만적 영화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창문 밖으로 셔츠를 내던지며 주앙 부부가 던진 말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Anti-Gone with the Wind - P4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이컨의 초상화는 ‘자아‘의 한계에 대한 질문이다. 어느 정도까지 왜곡될 때 한 개인은 여전히 그 자신으로 남아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 왜곡될 때, 사랑하는 존재는 여전히 사랑하는 존재로 남아 있을까? 소중한 얼굴이 질병 때문에, 광기 때문에, 증오 때문에, 죽음 때문에 멀어질 때, 얼마나 오랫동안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자아‘가 더 이상 ‘자아‘이기를 멈추는 경계는 어디인가? - P19

상이한 예술들은 상이한 방식으로 우리 뇌에 접근해서, 각기 다른 용이함으로, 각기 다른 속도로, 각기 다른 정도의 불가피한 단순화를 통해, 그리고 각기 다른 항구성으로 자리를 잡는다. 우리 모두는 문학사에 대해서 말하고 문학사를 내세우면서 문학사를 안다고 확신하지만, 공동 기억 속에서 문학사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수많은 독자들이 순전히 우연에 의해, 제 각각 자신을 위해 그리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이어 붙인 패치워크다.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