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베이라가 특별한 것은, 영화를 사유함에 있어서 ‘시네마틱‘이라고 하는 정의가 불가능한 모호한 개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영화를 하나의 예술이나 미디어가 아닌 일종의 기능function 으로서, 다른 예술 혹은 미디어들이 서로 만나고 교차하며 작동하기 위한 장場을 조절하는 기능으로서 받아들이길 주저하지 않았다는데 있다(이건 아주 새롭다기보다는 초기영화 혹은 원시영화 시기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한데, 올리베이라가 그시기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의 영화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나의 가정으로 남겨두기로 하자). 여기서 그의 ‘유령‘으로서의 영화론("영화란 항상 현실의 유령이다")이 나온다. 영화는 실체 없는 비물질적인 것이지만, 다른 실체적인 것들 사이의 간극에 유령처럼 거하며 기능한다. - P405
‘시네마틱’이란 결코 하나의 기원을 갖지 않는데다 언제나 일시적일 뿐인 간극들과 유령들이 흡사 모종의 실체에 수렴될 수 있는 것인 양 우리를 미혹시키는 허위 개념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각각이 조작operation하는 영화-기능과 그 조작의 수준이 다른 무수한 영화감독들이 존재하고 분명 우리는 그들을 어떤 위계에 따라 배치할 수있지만, 자신이 시네마틱하다고 ‘믿는‘ 사례들을 쌓아올리거나 ‘~은 시네마틱하지 않다‘는 식의 부정신학적 논법에 의존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가 다른 누구보다 더 ‘시네마틱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영화란 실체가 아닌 기능이기 때문에 그와 결부된 형용사를 가질 수 없다. - P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