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카미가 세 살 때 살해당한 부모님의 범인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카미는 사람들을 얼굴이 아닌 옷과 신발, 그리고 개개인만의 독특한 옷주름과 신발의 마모 상태, 선호도 등으로 구분한다. 이 책의 묘미는 각 사람들의 특징을 묘사하는 이런 세부적인 표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만한 작은 특징들을 자세히 바라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달랐다. 범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좇으며 단서를 하나씩 얻고, 그 속에 무언가 반전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게 작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 읽다 보면 아기 침대와 엄마 의자라는 매개체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고, 카미는 범인을 통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게 남은 것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반전이 아니라 한 가정의 슬픈 사랑 이야기였다. 그 사랑 때문일까? 카미에게는 세 살 때의 기억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 덕분에 묻힐 뻔했던 진실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소중했던 기억들을 되새기게 해주는 것 같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손으로 만졌던 감촉들, 뺨에 비비던 촉감들, 그리고 우리 딸이 아기였을 때 나던 살내음까지 떠올리게 되었다. 기억은 선명한 사진처럼 남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감각과 흔적들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작은 흔적들이 시간이 지난 뒤 우리에게 다시 추억할 수 있는 기억이 되어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것들을 조금 더 소중하게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순간들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그때의 냄새와 촉감, 손길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속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대학로 귀신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대학로의 귀신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무대 뒤에서 배우들의 대사를 바꾸거나 운명을 조종하는, 마치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 작품 속 귀신들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주인공은 대학로에서 본 연극에 깊이 매료되어 한 극단과 인연을 맺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 역할에 충실할수록 그는 점차 자신의 삶보다 배역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간다. 그리고 마침내 홍재열을 도지사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연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내 해석으로는 주인공 역시 '대학로의 귀신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간다. 여기서 귀신이란 실제 귀신이 아니라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존재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사람을 도지사로 만들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잘못된 행동을 미화하며 사람들을 속이고 또 속는 모습은 현실 사회를 떠올리게 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는 '과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기가찬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은 남았다. 정말 귀신에게 홀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우리의 비극은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에서 발원하곤 한다."

이 한 문장은 작품이 내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나면 다-된다 챗GPT - 일 잘하는 AI 비서가 퀄리티는 높이고 비용은 0으로! GPT-IMAGE-2 덕테이프 ㅣ 하나면 다-된다
민지영.문수민.앤미디어 지음 / 성안당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AI의 활용 범위는 이제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 자료 검색부터 논문 작성, 어학 공부 상대 역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나 역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원어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과 내가 사용하는 표현의 차이를 AI에게 묻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을 모두 시청하지 않아도 주소만 입력하면 내용을 요약해주는 기능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AI 시대를 살아가며 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 궁금했고, ‘하나면 다 된다 챗GPT’라는 책을 서평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되었다. 책은 챗GPT 가입 방법부터 상세한 프롬프트 작성 요령까지 초보자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 번에 완벽한 답을 얻으려 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수정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종종 아무 조건 없이 “자료 만들어줘”라고 입력한 뒤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챗GPT를 비롯한 AI들은 의도와 목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역할까지 설정해가며 단계적으로 요청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책에서는 글쓰기뿐 아니라 이미지 생성, 실시간 번역 기능도 소개한다. 또한 포토샵의 AI 기능을 활용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손쉽게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더 나아가 영상 생성 AI인 Kling AI, 음악 생성 AI인 Suno, 영상 편집 앱 Capcut 등 다양한 AI 도구의 활용 방법도 함께 알려준다.


 예전에 “AI와 경쟁하며 누가 더 우월한지를 따지기보다 함께 나아가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결국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AI를 두려워하기보다 먼저 이해하고 활용해보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AI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어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우슈비츠의 무용수 - 인생은 언제나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아우슈비츠의 무용수 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담아낸 책이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가스실, 강제노동, 굶주림의 현실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져 더욱 깊은 충격을 주었다.

 작가는 부모님을 가스실에서 잃고 언니 마그다와 함께 아우슈비츠의 끔찍한 시간을 견뎌낸다. 수용소의 선별 줄에 설 때마다 죽음의 공포와 마주해야 했고, 헤어지기 전 남자친구가 남긴 “네 눈과 네 손을 절대 잊지 않겠다”라는 말을 가슴에 품은 채 하루하루를 버텨 나간다.

마침내 해방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온다. 왜 자신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죄책감과 끊임없이 떠오르는 플래시백 속에서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


 이 문장은 작가가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된다. 이후 작가는 스스로를 고통의 감옥에 가둘 수도 있고, 자유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그는 큰 용기를 내어 다시 아우슈비츠를 방문하고, 독일을 용서하며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가 되어 자신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며 살아간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마다 삶의 고난과 상처의 모습은 다르지만, 누구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 속에서 어떤 태도를 선택하느냐는 점이다. 우리의 태도와 선택은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아우슈비츠라는 극한의 고통을 겪고도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운 작가의 모습이 그 사실을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무가치함의 심리학 - 무가치하다는 감정과 싸우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네모토 기쓰오 지음, 최주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유아 시기를 지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친구와의 관계나 직장 동료, 상사, 후배와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누군가는 리더로서 실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실수를 반복하고 모임을 회피하거나 주눅 든 채 자신을 하찮게 여기기도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그런 감정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 책은 왜 우리가 스스로를 이렇게 하찮게 생각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감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작가의 처방전 같은 책이다.


 작가는 먼저 자기 가치감을 ‘기저적 자기 가치감’과 ‘상황적 자기 가치감’으로 나눈다. 기저적 자기 가치감은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 속에서 형성되고, 상황적 자기 가치감은 아동기 이후의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자기 가치감은 실연이나 실패 같은 경험으로 인해 쉽게 위협받을 수 있고, 그때 사람은 무가치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에 빠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작가는 무가치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신의 존재를 조상 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는 내용이었다. 부모님의 부모님, 또 그 위의 조상들까지 이어진 수많은 인연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또 다른 인상적인 조언은 ‘어린아이와 작별하기’였다. 작가는 “나는 이제 어른이다. 더 이상 무력하지 않다. 그러니 괜찮다.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보라고 한다.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기보다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의미였다.


 그 외에도 작가는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신을 신뢰하라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을 조금만 바꾸고 작은 실천을 이어 간다면,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는 마음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