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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평점 :
#4월5번째책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이네요. 숙소로 돌아오는 중 동네공원 벤치에 앉아 오래 쉬었어요. 숙소로 급하게 돌아갈 일이 없다는 것,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 이 한가로움과 자유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기쁨으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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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행복이란 그다지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신선한 공기, 빛, 물, 건강, 약간의 책들, 음악, 고요, 몇 벌의 옷, 물이 새지 않는 신발, 벗들! 행복을 위한 목록에 적힌 것들은 대개의 사람들이 누리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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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살 만했나요?˝
누군가 인생의 맛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을 테다. 혼자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겠지. 인생이란 아주 씁쓸한 것만도, 그렇다고 달콤한 것만도 아니었지만,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생의 맛이 고작 어제 남긴 식어버린 카레를 무심히 떠서 먹는 맛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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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난 것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 태어나고 살다가 죽는게 사람의 일이다. 우리는 죽어서 원자로 돌아가는데, 그 잠깐 사이 잠과 망각으로 이루어진 시간을 가로지른다. 인생이란 먼 곳에서 왔다가 다시 그곳으로 회귀하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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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혼자임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더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는 자신들이 피동적으로 타인의 표준에 규정당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자기 삶의 입법자라는 걸 당당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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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고립이 아니라 혼자 있는 능력이다. 혼자만의 정금 같은 고독을 누릴 줄 아는 사람만이 ˝혼자 있을 줄 모르는데서 비롯된 불행˝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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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에는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보람과 열매가 따른다. 세상만사 중에서 유의미한 창조와 건설은 시작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시작은 모험이요 도전이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도약대에 서는 것이다. 시작을 시작하라! 더 많은 시작을 품을 때 경험의 폭도 넓어지고, 더 넓은 가능성의 세계로 도약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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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도, 출판사 창업도, 연애와 결혼도 다 무모했지만 그 무모한 용기야말로 모든 시작의 운명이 아닐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 무모함이 지금의 삶을 떠받치는 토대가 되었으니, 나는 그 시작들을 기꺼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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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꿈꾸고 계획했던 많은 일들이 시작과 함께 덧없이 끝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시도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 시작이 순조롭지 않고 실패로 끝난다 하더라도 그 경험 자체는 의미가 있다. 실패의 경험도 중요한 자산이다. 누군가는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라고 말한다. 더 잘 실패하고, 그 실패에서 지혜를 길어내라! 가장 어리석은 것은 어떤 시작과 시도에서 실패를 맛보고 그 안에서 아무 깨달음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실패도, 실패에 따른 아쉬움이나 후회도 없었겠지만 아무 결과도 만들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때 시작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들의 끝은 새로운 시작과 잇대어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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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독충에 물리거나 여행 가방을 분실하는 일 따위가 없는 꿈의 여행이다. 여행이 두 발로 돌아다니며 하는 독서고, 독서가 한자리에서 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둘은 기묘하게 닮았다. 우리의 여행은 오직 달콤한 몽상과 멜랑콜리로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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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의 산문집.
장석주 시인님의 책은 처음 읽어봤다.
책을 읽는 동안에 장석주 시인은 이런 표현을 하는 구나. 아, 좋다 라고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같으면 단순하게 표현할 그런 문장들인데. 역시 글이란건 쓰고 생각해봐야 더욱 느는 것 같다.
봄을 닮은 책이다.
딱 지금쯤 느긋하게 오후 햇살을 맞아가며 커피 한 잔과 읽기에 더 없이 좋은책.
#다음엔뭐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