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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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이런 사회다. 실제 하는 일, 봉급도 중요하지만 ‘남들 보기에 번듯한지‘ ‘어떤 급인지‘가 실체적인 중요성을 가진 사회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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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심리 역시 수직적 가치관의 사회에서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있으면 그걸 이용해 상대에 대한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수컷 동물 사이의 우세경쟁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내가 누군지 알아?˝가 이렇게 자주 튀어나오는 사회가 있을까. 이런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타인에 대한 관용 부족으로 이어져 약자혐오와 위악적인 공격성을 낳는다. 약자는 자기보다 더 약자를 찾아내기 위해 필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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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는 결국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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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쓰기, 여행, 인간관계. 모두 내게 중요한 행복의 원천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은 과분한 행복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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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발전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무엇에 주목하느냐의 문제라면 나는 이왕이면 발전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싶다. 냉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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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취업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자기통제형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이십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박탈감과 불안감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고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며 자신은 그래도 노력하고 있기에 그들보다는 낫다고 구분짓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이십대들의 고통을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들도 그 누구의 고통도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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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구조 문제를 언급하면 ‘환경 탓이나 하는 투덜이‘로 간주한다. 사회는 어쩔 수 없으니 개인이 변해야 한다는 자기계발 논리의 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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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 본능의 배설은 찬양받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위선과 가식으로 증오받는다. 그러나 본능을 자제하는 것이 문명이다. 저열한 본능을 당당히 내뱉는 위악이 위선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위선이 싫다며 날것의 본능에 시민권을 부여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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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분쟁해결 능력을 보인 조정위원은 소위 ‘스카이‘출신이 아니었다. 실제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능력은 다양했고, 그 능력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당연한 거다. 대학 입시용 평가 시스템은 대학 공부를 할 만한 일반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니 연구직, 대학교수 및 이에 유사한 직업은 몰라도 사회의 다양한 일을 잘해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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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야말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 그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는 조직 내 관료주의의 벽을 부수는 능력. 그리고 더 중요한 능력이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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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왕‘이라면서 고객이 떼쓰면 불합리한 것도 무조건 네네 하면서 들어주는 사회가 비정상인 건 아닐까? 우리 대부분은 늘 고객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고객을 상대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답답하긴 하지만 매뉴얼에 충실하고 일하는 사람의 권한과 책임이 분명한 사회에도 분명히 장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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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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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인데 읽는 동안 산문집 같기도 했다.
술술 읽히는 게 이런 느낌인 건가 싶다.

책이 출간된지 세월이 제법 흘렀음에도 왜 베스트셀러 인지도 알게 되었다.

모든 책을 읽고 나면 느끼는 거지만 읽고 나면 마음에 더 큰 울렁거림을 주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해 그리고 내 가치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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