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숲이 되어줄게 애뽈의 숲소녀 일기
애뽈(주소진) 지음 / 시드앤피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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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7번째책

여름의 초입.
금세 푸르러진 나무의 잎들이 사부작거리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고운 목소리를 뽐내며 지저귀는 소리.
이따금 작은 동물들이 먹이를 찾느라 나뭇잎은 헤집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숲의 음악이 이런 것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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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좋아요.
-
무심코 창가에 걸터앉았을 때
다리가 땋게 닿을 만큼 길었으면.
조금은 큰 실내용 슬리퍼가
딱 맞을 만큼 발이 커진다면.
높은 선반의 물건을 꺼낼 때
까치발을 들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키가 크다면.
그만큼 자라나면 나는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되어 있을까요?
-
시원한 바다로 당장 떠나지 못해도 좋아요.
멋진 풍경이 그려진 책의 페이지를 펼치고,
그곳에 있다고 상상해보는 거예요.
푸른 바다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를 거예요.
-
책 속엔 내가 모르는 세상이 너무도 넓어
이렇게 작은 세계 속의 나는 한참이나 작아 보이지만
한 권,
두 권
읽은 책들이 쌓일수록

나의 작은 생각들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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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폴리오로 유명한 애뽈 님의 책.
그림이 많은 책이다보니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먼저 한 페이지에 글을 읽고 한 페이지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글과 그림이 같이 들어있는 감성적인 그림 에세이다.

눈으로 보는 것 중에는 영상이나 그림보다는 글자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그림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현재 리그램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마감이니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다음엔뭐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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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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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만들기가 너무 힘들었다. 명문을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일지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니. 내가 느낀 희열과 안타까움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것. 더러운 기분이었다. 내가 읽은 소설은 국어교과서에 실린 것이 거의 전부. 거기엔 내게 필요한 문장이 없었다. 그래서 시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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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두렵지 않다. 망각도 막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세가 있다 한들 그게 어떻게 나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상관하지 않는다. 요즘 내가 마음에 두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은희가 살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내 모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이 생의 업, 그리고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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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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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험난한 욕을 한 일이 없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니 자꾸 예수 믿느냐고 묻는다.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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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시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켜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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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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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오직 딱 한 가지에만 능했는데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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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책은 몰입감이 정말 엄청나구나 싶다. 또 책을 펼치고 다 읽을 때까지 잠들수가 없었다. 이야기 전개에 마지막에 그런 반전이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조금 더 다른 반전이었다니.

원래 소설을 읽고 후기를 올릴 때는, 에세이를 읽고 올리는 후기와 다르게 가장 와닿는 구절 하나씩만 올리고 했었는데, 앞으로는 소설도 에세이처럼 후기를 올려야겠다.

7월에 와서 소설책 5권, 에세이3권, 시집 1권을 읽었다.

회사 그만두고 미친듯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지 못하는 것 같다.
반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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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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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6번째책
<눈을 감고>

눈을 감고 앓다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날에는
길을 걷다 멈출 때가 많고

저는 한 번 잃었던
길의 걸음을 기억해서
다음에도 길을 잃는 버릇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앞으로 만날
악연들을 두려워하는 대신

미시령이나 구룡령, 큰새이령 같은
높은 고개들의 이름을 소리내보거나

역을 가진 도시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두면
얼마 못 가 그 수첩을 잃어버릴 거라는
이상한 예감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넣어 하나하나 반찬을 물으면
함께 밥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손을 빗처럼 말아 머리를 빗고
좁은 길을 나서면

어지러운 저녁들이
제가 모르는 기척들을

오래된 동네의 창마다
새겨넣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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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시집 읽기에 딱 좋은 날씨네.

저녁이고, 비가오고, 금요일이야.

그러면 묵혀두었던 시집 한 권에 술 한 잔 해줘야지.

시에 취하는 걸까 술에 취하는 걸까

아리송한 밤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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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잇다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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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철의 입술이 떨려왔다. 그가 침을 한번 꿀꺽 넘겼다. 그는 빠르게 세월을 거꾸로 돌려보았다. 아들과 갔던 모든 곳은 자신과 아버지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공간들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와 오랜 기억이 담겨 있는 곳 들을 자식과 찾아다닌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보았다. 아버지의 인생이 자신과 닮아 있었다. 희생, 아픔, 행복, 웃음, 슬픔. 모든 감정이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이리 살았구먼, 아버지도. 나처럼 이리 살아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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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는 병의 초기 증상을 보이는 아버지와 정리해고를 당한 50대 아들의 기억에 관한 소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병에대해서 말하지 못하고
아들이라는 명목으로 낳아주신 아버지에게 소흘한.

생각해보면 아버지라는 사랑의울타리 안에 살아가면서도 그 사랑의울타리라는 것을 당연시 생각하여 고마움도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특히 며칠전에 검사때문에 병원에 입원하여 환자복을 입고 계시던 아버지 모습을 보고 난 뒤라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더 먹먹함을 지울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껏 누구 덕분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 책을 본다면 아마 책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왠지 안방에 주무시는 아버지 옆에서 잠을 자도록 해야겠다.

이 작가가 쓴 책들은 영화화로 많이 되었는데 이 책도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좋은 책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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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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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충고들을 하지요. 인생의 바른길을 자신만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요. 친구여, 네가 가는 길에 미친놈이 있다니 조심하라.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전화를 받는 친구가 바로 그 미친놈일 수 있는 거예요. 인생을 역주행하는 미친놈이 있다는데 너만은 아닐줄로 믿는다며. 그 농담의 말미처럼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미친놈은 아마 한둘이 아닐 거고 저 역시 그중 하나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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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큰 차이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이 그래. 지금은 날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겠지만 말야. 물론 그 마음이 진심이란 것 알아. 하지만 진심이라고 해서 그게 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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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감당해. 오욕이든 추문이든. 일단 그 덫에 걸리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인생이라는 법정에선 모두가 유죄야. 사형선고 받은 죄수가 하는 말이니까 새겨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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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어 봤다.
알쓸신잡에서 나오는 작가의 표현과 지식에 반해서 책을 구매를 했다가 이제서야 읽었다는.

사실 그래서 김영하 작가의 다른 소설에 비해 재밌다고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 본적이 없기 때문에.

다만 7편으로 이루어진 이 단편집 하나하나가 다 흥미로웠고 몰입감도 엄청났다. 그래서 책을 펼친지 5시간만에 다 읽었다는.

오늘 서점가서 김영하 작가의 다른 소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근데, 하루에 두종류의 소설의 감정을 오롯이 느낀다는건 참 힘들구나.
다음엔 좀 쉬운 책 읽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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