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문장을 만들기가 너무 힘들었다. 명문을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일지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니. 내가 느낀 희열과 안타까움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것. 더러운 기분이었다. 내가 읽은 소설은 국어교과서에 실린 것이 거의 전부. 거기엔 내게 필요한 문장이 없었다. 그래서 시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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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두렵지 않다. 망각도 막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세가 있다 한들 그게 어떻게 나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상관하지 않는다. 요즘 내가 마음에 두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은희가 살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내 모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이 생의 업, 그리고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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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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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험난한 욕을 한 일이 없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니 자꾸 예수 믿느냐고 묻는다.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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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시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켜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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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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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오직 딱 한 가지에만 능했는데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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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책은 몰입감이 정말 엄청나구나 싶다. 또 책을 펼치고 다 읽을 때까지 잠들수가 없었다. 이야기 전개에 마지막에 그런 반전이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조금 더 다른 반전이었다니.

원래 소설을 읽고 후기를 올릴 때는, 에세이를 읽고 올리는 후기와 다르게 가장 와닿는 구절 하나씩만 올리고 했었는데, 앞으로는 소설도 에세이처럼 후기를 올려야겠다.

7월에 와서 소설책 5권, 에세이3권, 시집 1권을 읽었다.

회사 그만두고 미친듯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지 못하는 것 같다.
반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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