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6번째책<눈을 감고>눈을 감고 앓다보면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떨고 있는 듯했습니다사람을 사랑하는 날에는길을 걷다 멈출 때가 많고저는 한 번 잃었던길의 걸음을 기억해서다음에도 길을 잃는 버릇이 있습니다눈을 감고 앞으로 만날악연들을 두려워하는 대신미시령이나 구룡령, 큰새이령 같은높은 고개들의 이름을 소리내보거나역을 가진 도시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두면얼마 못 가 그 수첩을 잃어버릴 거라는이상한 예감들을 만들어냈습니다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전화를 넣어 하나하나 반찬을 물으면함께 밥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손을 빗처럼 말아 머리를 빗고좁은 길을 나서면어지러운 저녁들이제가 모르는 기척들을오래된 동네의 창마다새겨넣고 있었습니다---거, 시집 읽기에 딱 좋은 날씨네.저녁이고, 비가오고, 금요일이야.그러면 묵혀두었던 시집 한 권에 술 한 잔 해줘야지.시에 취하는 걸까 술에 취하는 걸까아리송한 밤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