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의 끔찍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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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언어는,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크고 작은 동심원을 그리며 마음 깊숙이 퍼져 나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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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의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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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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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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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다른 것과 잘 섞이지 않는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엉뚱한 방식으로 드러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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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아니, 모두가 정답이 될 수 있고 모두가 오답이 될 수도 있다. 복잡한 사실과 다양한 해석만 존재할 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세상에 ‘원래 그러한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삶도, 사람도 그리 단순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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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질문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는 없다. 다만 질문은, 답을 구하는 시도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은 질문은,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한다. 그리고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발판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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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받는 게 미안해서가 아닐 것이다. 더 주고 싶지만 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미안하다˝고 입을 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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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숙이 꽃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촐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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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띔박질하는 일.
그렇게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나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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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 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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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뿌옇게 보이는 순간은 그야말로 예고 없이 다가온다.
어쩌면 예측이 가능한 감정은 사랑이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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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의 집합체인 채글 끌어안은 채 단어와 문장을 더듬거리며 살아가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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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은 시작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 가슴 깊숙한 곳에 촘촘히 박힌 마지막 한 줄이 글의 주제를 바꿔놓기도 하고 결말의 수준에 따라 ‘글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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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니, 때론 훨씬 더 중요하다. 당사자에게 알려지는 것과 당사자에게 알리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시작만큼 중요한 게 마무리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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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있는 여행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랑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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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일과 깨닫는 일을 모두 내려놓은 채 최대한 느리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유일한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순간, 삶의 밝음이 사라지고 암흑 같은 절망의 그림자가 우리를 괴롭힌다. 그때 비로소 진짜 늙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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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르는 일은 숭고하다.
숭고하지 않은 이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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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싸워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나‘를 향해 칼끝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신과의 싸움보다 자신과 잘 지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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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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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쯤 구매해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 이었다. 왜 베스트셀러 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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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청민 지음 / 첫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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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연한 사랑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내가 당신으로부터 와서, 그저 당신이 나를 낳은 엄마라서. 그 이유만으로 사랑은 당연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나에게는 철없게만 보이던 요한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해졌다. 사랑의 임계점은 어디 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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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랑의 표현은 다듬어진 문장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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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쩌면, 숙취 가득한 하루를 무사히 떠나보내는 일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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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희한하다. 이미 다 지나가버린 일인데, 곱씹을수록 커져서 추억이란 이름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추억은 더해질수록 점점 더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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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에게 실망할까봐 두려운 마음의 괴리는 외로움을 낳았고, 그 외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만남들에 대한 그리움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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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의 바다였던 이곳이 내게도 조금은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면, 이 바다를 여행한 것을 사람을 여행한 것이라 여겨도 될까. 그 애를 여행한 하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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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엄마는 나의 영웅이었다. 세상에는, 하늘을 가르는 슈퍼맨이 있었고 악당으로부터 도시를 구원하는 배트맨도 있었다. 거미줄을 타고 시민을 구하는 스파이더맨도 있는가 하면,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원더우먼도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나에게는 엄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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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자신의 한계를 느낄 시간이 있었을까. 아니, 한계를 느낄 때 받아주는 사람은 있었을까. 지독한 가난 속에서 가족을 지켜내야 했던 어린 엄마의 한계는, 어린 딸 앞에 드러나선 안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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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슈퍼맨은, 나의 영웅은, 그냥 사람이었다. 나처럼 단점이 있고 한계가 있는 지극히 보통인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다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자신의 한계를 얼마나 뛰어넘어야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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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이 결국 영웅이라 불리는 이유는, 아마 자신이 가진 한계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겨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와 맞서는 엄마 역시 영웅일 것이다. 엄마는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엄마에게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여전히, 아니 영원히 엄마는 나의 슈퍼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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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의 완전을 잘 믿지 않는다. 대신 내가 믿는 것은 사랑하지만 밉고, 질투하면서도 좋은, 그런 조각조각의 감정들이 섞인 마음이다. 작은 천 조각을 더하고 덧댄 것 같은. 조각이란 말은 꼭 그런 사람의 마음과 닮은 것 같아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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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오는 걸 책에서 얘기해주신다.

가족,친구,연인 등.

어찌보면 가장 흔한 사랑이란 단어가 가장 많은 표현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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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싫어서 - 퇴사를 꿈꾸는 어느 미생의 거친 한 방
너구리 지음, 김혜령 그림 / 시공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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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쓰러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 때문이 아닌
내가 회사에 왔음을
상사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마음에.
-
˝형은 꿈이 뭐예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거.˝ ‘배우‘는 ‘직업‘인데,
그에게 ‘일‘이란 곧 ‘연기‘일 텐데,
그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일‘을 꿈꾸며 사는 그의 대답이
매일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는 나에게
계속 머문다.
-
하나. ‘내가 좀 손해 보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회사에서 손해 보고 산다는 건
곧 호구 인증이라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회사에서만큼은 할 말을 하게 되었다.

둘. 나는 ‘사람이 먼저다‘라고 생각했지만
회사에서는 일이 먼저였다.
언제부턴가 나도 상사-동료 들을
일 잘하는 사람-일 못하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
팀장님.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팀장님 때문에
제 속에서 천불이 나고 있잖아요.
-
퇴근 후에는,
주말에는 제발 나한테
전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할부로 산
10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자꾸 던져버리고 싶다.
-
주어진 일에 대한
수많은 물음을 뒤로하고
단 하나의 물음에만
집중하고 있다.

월급날이 며칠 남았지?
-
1년 전에 경험해본 한 번의 백수 생활.
이미 한번 겪어봤기에
처음보다는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두 번째 백수를 꿈꾸지만
동시에 과거의 그 경험이 자꾸 발목을 붙잡는다.
-
어떤 날에는 ‘회사를 그만둬도
참 잘 지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도 생기면서 말이다.

그런데 또 어떤 날에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백수 생활이 떠올라
덜컥 겁이 난다.

언제 이 회사를 그만둘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날마다 다르게 느꼈던 이 두 마음을
계속 번갈아 껴안으며 지내지 않을까 싶다.
-
내가 가진 시간을 주고
그 대가로 한 달에 한 번 돈을 받는 행위가
버거워지는 요즘.

지금껏 잘 버텨왔으니,
지금도 잘 버텨내고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잘 버티길.
-
내 맘 같지 않게 진행되는 일들 때문에
나날이 한숨이 늘어가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러는 와중에도
예측하지 못했던 작은 기쁨들이 함께할 것이라 생각하니
내 맘 같지 않게 흘러가는 순간들도
잘 껴안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 나이쯤 되면
막연히 ‘뭐‘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올해를 일주일 남겨둔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뭐‘가 되고 싶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막연하기만 했다.
-
회사에서 생긴 짜증
회사에서 풀어야 하는데
괜히 집에 와서 푼다.

아무 잘못 없는 우리 엄마.
미안해 죽겠다.
-
찝찝한 감정을 추스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밥을 먹고 소화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회사는 퇴사를 고민하는
내 마음 추스를 틈도 없이
참 한결같이 나를 괴롭힌다.
-
회사가 싫다는 것.
결국
사람이 싫다는 것.
-
˝역시!˝, ˝잘했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순간의 뿌듯함과 보람을 위해
계약된 시간 이상으로 에너지를 쏟아내다 보면,
그리고 그게 몇 번인가 반복되다 보면
지금 내 행동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문듣 깨닫는다. ˝역시˝와 ˝잘했어˝는
입 밖으로 내뱉어짐과 동시에
흩어지는 ‘말‘일 뿐이었다.
-
업무량은 넘쳐나는데
인력 충원 없이 직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이 조직의 잔인함.
-
나는 하는 일 없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따금 회사 생활에 지쳐 한숨지을 때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만약 지금 당신이 회사를 쉬고 있다면, 지금 하는 일 없이 보내는 시간이 훗날 고된 일상에 찰나의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지금도 훗날에도, ‘지금‘은 가장 좋은 때이다.
-
-
-
책을 읽다가 보니 역시 어느 회사나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위에 선임이나 더 위에 선임들도 분명 자기들도 겪었을 터인데, 왜 이렇게 밖에 못하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리고 정녕 나도 저렇게 되는걸까 라는 의구심이 든적도 있다.

군대 있을때 나는 저런 선임은 안 될거야, 라고 말하고 그 말을 지키려 부던히 노력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다니.

생각해보면 회사라는 큰 타이틀에 우리를 맞추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역시 나도 저렇게 될 수 밖에 없게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요즘에 퇴사를 꿈꾸고 있는 나라서인지 이 책이 더 크게 와닿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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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2017-01-1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굉장히 수려한 글솜씨군요 저도 공직 의원면직한지가 1년이 다 되가서 너무 공감되어서 처음으로 댓글 답니다 무엇을 하시든 잘 헤쳐나가시리라 믿습니다^^
 
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느껴지지 않던 소리와 냄새, 공기들이 걸을때에야 비로소 피부로 느껴져서 나는 걷는 것이 좋았다.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작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고,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는 세상을 내 두 발로 걷고 싶었고,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
나에게 잠은 무척 중요하고, 무엇보다 고마운 것이다.
오늘 하루가 되는 일도 없고 별로였다고 해도
깨끗하게 씻고 폭신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푹 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가 있다.

오늘은 괜찮을 거라는 희망으로
어제와는 다를 거라는 다짐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
책을 사게 되는 이유에는
좋아하는 것을 갖고 싶은 마음과
모르는 것을 알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고 싶고 언제까지고 간직하고 싶다.
언제든 읽어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세계에 가닿을 수 있도록.
-
엄마의 무릎을 베고 편안히 누워
눈을 꼭 감고 엄마의 냄새를 맡는 그 짧은 시간은
무척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가장 그리워할 것은
엄마 특유의 향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는 옷과 이불, 몸에 배어 있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어떤 그리운 정서나 추억,
사랑의 느낌 같은 거이 한순간에 촉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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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그 선택은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이 하는 것이다.
-
사람과 사람이 오해를 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자존심 때문에 아까운 인연을 잃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마음을 담아 손을 건네면
화해를 하는 것도 얼마나 쉬운지.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신이 늘 살아온 삶의 방식이 있기 때문에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자의 방식만을
고집하여 강요하다 보면 결국 싸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쳐버리고, 사랑하던 사람들도
서로를 미워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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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지키기는 어렵지만 사라지기는 너무 쉽다.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기에 아름답다.
-
공간과의 이별도 사람과의 이별처럼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보낸 한 시절의 이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가장 민감하고 예민했던 시절에 만난 책들은
나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 성격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점은 나에게 놀이터이자 영감의 원천이자
배움터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 안에서 편안했고, 외롭지 않았고,
가장 자유롭게 꿈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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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 공간이 머금은 행복했던 시절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느끼지 못할 뿐.
-
다른 사람들이 내게 뭐라고 하든,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특히 그 사람들이 내게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로 인해 작아지고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적인 기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나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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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취향이 비슷하 사람과는
좋아하는 공간에서 종종 마주치곤 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책의 물리적인 속성 자체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지점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기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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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 클로버를 선물 받는다고
행운이 오지는 않겠지만,
클로버를 보고 자신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기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한 번쯤
크게 미소를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행운은 그 미소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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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위로 저자의 신간.

글도 따뜻하고 그림도 따뜻하다.
나는 과연 어디를 그렇게 다녔어도 그 공간 자체의 저런 의미를 부여한 적이 있었을까?

앞으로는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해서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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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지음 / 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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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고개 딱딱 돌리고 제자리에서 걷는 둥 마능 둥 하니까 5분 만에 촬영이 다 끝나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아, 못하는 거를 못한다고 시간 끌고 있으면 고통의 시간이 더욱 늘어나기만 하는구나. 그냥 잘하는 사람을 따라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이 고통의 시간을 빨리 벗어나는 게 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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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눈에 보이는 신체라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과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가지를 잘 조합하고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같은 비율로 신체를 관리, 사용,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마 이 체크를 내 신체가 더이상 못 버티고 멈추는 그날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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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로도 굉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태어난 순간 생은 시작되었고, 그후부터는 내가 사는 모습에 따라 삶이 어떤 궤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선택과 취향 그리고 직업과 친구 등 여러 가지 조건들로 삶이 채워져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어떤 모양의 궤적인지 또렷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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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사귀는 것을 참 좋아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넘치는 사람이라 친구도 연인도 많이 사귀었다. 하지만 사긤에 과정에서 언젠가는 꼭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내 이론상 모든 사람을 매일 조금씩 변하고, 나는 그것을 예측할 수가 없다. 바로 그 점이 사람을 사귀는 재미난 이유였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질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나는 평생 나를 보고 겪고 또 보고 겪어도 항상 신기한데 어떻게 모르는 게 더 많은 남에게 질릴 수 있을까? 내일이 다르고 몇 년 후가 다를 우리는 왜 재미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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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조용히 발악을 하고 있다. 마음이 계속 요동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고 가장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재미있는 게 없어서‘이다. 재미있게 살자고 결심했는데 뭐가 재미있는 일인지 도통 모르겠다. 오히려 재미있게 살자고 결심하고 나니 재미있는 일이 더 없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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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죽음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먼저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화를 낸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말고 삶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사랑하다못해 집착하기 때문에 죽음이 무서운 것이다. 삶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뺏길 것들이 두려워서 벌벌 떠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뺏길까봐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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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너무 들여다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나만큼 자신에 대해 생각할까? 사람들은 자기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까. 나는 나를 위해 ㄴ래도 지어 부르고, 나를 그리고, 나에 대해 이렇게 글도 쓰고, 일기도 쓰고 트위터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하는데 말이다. 때로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나로 사는 데 프로페셔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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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도 알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나의 어둡고 슬퍼하는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일은 정말이지 아주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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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물어봐주던 때가 그립다.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오늘은 뭘 했는지, 어떤 기분인지, 내일 하고 싶은 건 뭔지 진짜 알려주고 싶은데 말이다. 소매를 걷고 팔에다가 펜으로 적었다. ‘랑아, 뭘 하고 싶어?‘ 모두들 자신을 어떻게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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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라지고 싶다. 매일매일이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지만 사라지는 일도 힘들어서 오늘도 대신 할 일을 찾아서 살아있기로 한다. 뭘 하면 좋을까. 뭘 해야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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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표지보고 남자작가가 쓴 책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자작가님 이셨다.

이번에는 읽다보니 보통은 짧게짧게 여러번 공감가는 글이 많았던 반면에 이 책은 긴 글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전반적으로 다 공감할 수 없던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책이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은 대체 뭐하자는 인간인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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