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지음 / 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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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고개 딱딱 돌리고 제자리에서 걷는 둥 마능 둥 하니까 5분 만에 촬영이 다 끝나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아, 못하는 거를 못한다고 시간 끌고 있으면 고통의 시간이 더욱 늘어나기만 하는구나. 그냥 잘하는 사람을 따라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이 고통의 시간을 빨리 벗어나는 게 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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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눈에 보이는 신체라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과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가지를 잘 조합하고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같은 비율로 신체를 관리, 사용,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마 이 체크를 내 신체가 더이상 못 버티고 멈추는 그날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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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로도 굉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태어난 순간 생은 시작되었고, 그후부터는 내가 사는 모습에 따라 삶이 어떤 궤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선택과 취향 그리고 직업과 친구 등 여러 가지 조건들로 삶이 채워져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어떤 모양의 궤적인지 또렷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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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사귀는 것을 참 좋아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넘치는 사람이라 친구도 연인도 많이 사귀었다. 하지만 사긤에 과정에서 언젠가는 꼭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내 이론상 모든 사람을 매일 조금씩 변하고, 나는 그것을 예측할 수가 없다. 바로 그 점이 사람을 사귀는 재미난 이유였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질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나는 평생 나를 보고 겪고 또 보고 겪어도 항상 신기한데 어떻게 모르는 게 더 많은 남에게 질릴 수 있을까? 내일이 다르고 몇 년 후가 다를 우리는 왜 재미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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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조용히 발악을 하고 있다. 마음이 계속 요동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고 가장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재미있는 게 없어서‘이다. 재미있게 살자고 결심했는데 뭐가 재미있는 일인지 도통 모르겠다. 오히려 재미있게 살자고 결심하고 나니 재미있는 일이 더 없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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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죽음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먼저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화를 낸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말고 삶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사랑하다못해 집착하기 때문에 죽음이 무서운 것이다. 삶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뺏길 것들이 두려워서 벌벌 떠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뺏길까봐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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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너무 들여다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나만큼 자신에 대해 생각할까? 사람들은 자기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까. 나는 나를 위해 ㄴ래도 지어 부르고, 나를 그리고, 나에 대해 이렇게 글도 쓰고, 일기도 쓰고 트위터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하는데 말이다. 때로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나로 사는 데 프로페셔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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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도 알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나의 어둡고 슬퍼하는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일은 정말이지 아주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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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물어봐주던 때가 그립다.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오늘은 뭘 했는지, 어떤 기분인지, 내일 하고 싶은 건 뭔지 진짜 알려주고 싶은데 말이다. 소매를 걷고 팔에다가 펜으로 적었다. ‘랑아, 뭘 하고 싶어?‘ 모두들 자신을 어떻게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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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라지고 싶다. 매일매일이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지만 사라지는 일도 힘들어서 오늘도 대신 할 일을 찾아서 살아있기로 한다. 뭘 하면 좋을까. 뭘 해야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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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표지보고 남자작가가 쓴 책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자작가님 이셨다.

이번에는 읽다보니 보통은 짧게짧게 여러번 공감가는 글이 많았던 반면에 이 책은 긴 글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전반적으로 다 공감할 수 없던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책이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은 대체 뭐하자는 인간인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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