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차를 타고 지나갈 때는 느껴지지 않던 소리와 냄새, 공기들이 걸을때에야 비로소 피부로 느껴져서 나는 걷는 것이 좋았다.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작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고,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는 세상을 내 두 발로 걷고 싶었고,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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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잠은 무척 중요하고, 무엇보다 고마운 것이다.
오늘 하루가 되는 일도 없고 별로였다고 해도
깨끗하게 씻고 폭신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푹 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가 있다.

오늘은 괜찮을 거라는 희망으로
어제와는 다를 거라는 다짐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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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게 되는 이유에는
좋아하는 것을 갖고 싶은 마음과
모르는 것을 알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고 싶고 언제까지고 간직하고 싶다.
언제든 읽어볼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세계에 가닿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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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무릎을 베고 편안히 누워
눈을 꼭 감고 엄마의 냄새를 맡는 그 짧은 시간은
무척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가장 그리워할 것은
엄마 특유의 향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는 옷과 이불, 몸에 배어 있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어떤 그리운 정서나 추억,
사랑의 느낌 같은 거이 한순간에 촉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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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그 선택은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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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오해를 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자존심 때문에 아까운 인연을 잃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마음을 담아 손을 건네면
화해를 하는 것도 얼마나 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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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신이 늘 살아온 삶의 방식이 있기 때문에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자의 방식만을
고집하여 강요하다 보면 결국 싸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쳐버리고, 사랑하던 사람들도
서로를 미워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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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지키기는 어렵지만 사라지기는 너무 쉽다.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기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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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의 이별도 사람과의 이별처럼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보낸 한 시절의 이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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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민감하고 예민했던 시절에 만난 책들은
나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 성격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점은 나에게 놀이터이자 영감의 원천이자
배움터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 안에서 편안했고, 외롭지 않았고,
가장 자유롭게 꿈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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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 공간이 머금은 행복했던 시절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느끼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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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내게 뭐라고 하든,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특히 그 사람들이 내게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로 인해 작아지고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적인 기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나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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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취향이 비슷하 사람과는
좋아하는 공간에서 종종 마주치곤 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책의 물리적인 속성 자체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지점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기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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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 클로버를 선물 받는다고
행운이 오지는 않겠지만,
클로버를 보고 자신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기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한 번쯤
크게 미소를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행운은 그 미소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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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위로 저자의 신간.

글도 따뜻하고 그림도 따뜻하다.
나는 과연 어디를 그렇게 다녔어도 그 공간 자체의 저런 의미를 부여한 적이 있었을까?

앞으로는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해서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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