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의 끔찍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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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언어는,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크고 작은 동심원을 그리며 마음 깊숙이 퍼져 나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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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의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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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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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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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다른 것과 잘 섞이지 않는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엉뚱한 방식으로 드러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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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아니, 모두가 정답이 될 수 있고 모두가 오답이 될 수도 있다. 복잡한 사실과 다양한 해석만 존재할 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세상에 ‘원래 그러한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삶도, 사람도 그리 단순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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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질문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는 없다. 다만 질문은, 답을 구하는 시도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은 질문은,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한다. 그리고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발판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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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받는 게 미안해서가 아닐 것이다. 더 주고 싶지만 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미안하다˝고 입을 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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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숙이 꽃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촐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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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띔박질하는 일.
그렇게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나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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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 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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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뿌옇게 보이는 순간은 그야말로 예고 없이 다가온다.
어쩌면 예측이 가능한 감정은 사랑이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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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의 집합체인 채글 끌어안은 채 단어와 문장을 더듬거리며 살아가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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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은 시작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 가슴 깊숙한 곳에 촘촘히 박힌 마지막 한 줄이 글의 주제를 바꿔놓기도 하고 결말의 수준에 따라 ‘글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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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니, 때론 훨씬 더 중요하다. 당사자에게 알려지는 것과 당사자에게 알리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시작만큼 중요한 게 마무리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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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있는 여행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랑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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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일과 깨닫는 일을 모두 내려놓은 채 최대한 느리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유일한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순간, 삶의 밝음이 사라지고 암흑 같은 절망의 그림자가 우리를 괴롭힌다. 그때 비로소 진짜 늙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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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르는 일은 숭고하다.
숭고하지 않은 이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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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싸워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나‘를 향해 칼끝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신과의 싸움보다 자신과 잘 지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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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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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쯤 구매해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 이었다. 왜 베스트셀러 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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