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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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돈만 있으면 처녀불알도 사고 귀신도 부린단다. 돈! 돈! 돈! <허수아비춤>을 읽고 있자니 그들만의 돈잔치에 치여 내가 다 피곤해질 지경이다.

 

"그 평화통일의 길에 더 크게 기여하게 하기 위해서도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하는 문학은 이제 그 물음과 응답 앞에 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조정래님의 소설 <허수아비춤>은 경제민주화의 청사진 제시를 목적으로 쓰여진 책답게 대기업 및 정부고위간부들의 비리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가 썩을대로 썩었구나 싶어 마음이 씁쓸해진다.

 

<허수아비춤>으로 조정래님의 문체를 처음 접했다. 휘황찬란한 미사여구, 찰진 단어들 하나하나가 눈속에 팍팍 들어온다. 하지만, 이야기를 타이트하게 조여주는 맛은 조금 부족했다. 조정래님은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부정부패에 대해 하고싶은 말씀이 너무 많았던것같아. 그러다보니 중반쯤에 이르러서 조금씩 이야기가 느슨해졌다. 소설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알고싶다.'같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한 편 보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결말은 없다. 지금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에 생각에 미치니 기분도 찜찜해지고 세상 참 더러운것 같아 입안이 텁텁해져온다. 그래도 이런 소설을 통해 우리 현실을 고발할 수 있는 조정래 작가님의 역량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고 부정부패에 함께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커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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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치던 날 문지아이들 100
김려령 외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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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치던 날>을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아이들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천둥 치던 날>은 문지아이들 100호 기념 단편집으로 7명의 작가들이 쓴 일곱 편의 단편이 담겨있습니다.각각의 단편을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그 중 특히 세 작품이 저를 참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배미주님이 쓰신 <천둥 치던 날>입니다.유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을 돌봐야하는 처지인지라 친구의 생일잔치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 작은 원망이 유나의 꿈을 통해 드러납니다. 뿐만 아니라 네가 싫으면 내가 데려가도 돼?”라고 묻는 꿈속 아이의 모습을 통해서 갈등하고 불안해하는 유나의 내면 심리까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유나가 잠을 깨어 일어나보니 동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꿈속 유나의 모습과 동생을 찾아 헤매는 유나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사건은 긴장감이 고조됩니다.다행이 유나는 집앞에서 동생을 찾았습니다.유나는 동생에게 말합니다.“괜찮아.마른천둥이야,비는 안 와.”왠지 동생이 아닌 자기자신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천둥은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유나를 향한 일종의 경고와 마찬가지입니다.“비는 안 와라는 말은 유나가 그 경고를 받아드리고 동생을 잘 보살피겠다는 다짐이고요.<천둥 치던 날>은 아이의 심리를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재미있게 묘사한 작품입니다.특히 동생을 가진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기 좋은 책입니다.

두 번째 작품은 오채님의 <클릭! 뚱보 스킬>입니다.주인공 동민이는 참 귀엽습니다.소심한 아이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낸 용기는 참으로 가상합니다.그리고 마지막 동민이와 수빈이가 악수를 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은 참으로 훈훈합니다.또한 <클릭! 뚱보 스킬>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과 원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려내고 있어 참으로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이송현님의 <두근두근,장똥구>입니다.동구는 미술학원 막내 선생님을 좋아합니다.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자꾸 막내 선생님을 괴롭히게 됩니다.좋아하면서도 좋다고 말못하고 오히려 싫은 소리만 내뱉던 저의 모습과 동구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읽는 내내 마냥 흐뭇했습니다.이 이야기를 읽는 아이들 역시 내 이야기같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구에게 흠뻑 빠져들겠지요.뭐 아이뿐이겠습니까? 어른이 되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동구의 매력에 훅 빠져들겠지요.

7명의 작가의 작품들이다 보니 이야기 하나하나 소재와 주제도 다르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종합선물세트같이 느껴지는 책입니다.그리고 잊어버렸던 아이들의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간 느낌입니다.책장을 덮고 나니 아이의 모습도, 그리고 아이를 대하는 내 모습도 조금 달라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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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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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요괴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중학생때였을 겁니다. 한창 해적판이 난무하던 시절, 동생이 빌려온 <요괴소년 호야>라는 만화를 아무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나올때마다 챙겨보기 시작했답니다.

 

그다음에 챙겨봤던 요괴 만화는 그 유명한 <유유백서>!! 오~~!!! 그땐 이 그림이 어찌나 멋있던지, 완전 심취해서 봤었답니다. 아~ 그러다 뭐 집중적으로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까먹을만하면 잊지않고 '요괴 이야기'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절판소식을 듣고서야 <샤바케>의 존재를 알았답니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잔인하지도 않으면서 소소한 재미를 선물해주는 이 귀여운 요괴 이야기를 이제 알았다니. 아, 그런데 이 책이 또 절판된다니. 심히 아쉽습니다. 일본에서는 계속 출간중이라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4권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출판계획이 없다는군요. 오호~ 통재라~

에도의 대형 운수상회 나가사키야의 유일한 후계자 이치타로는 병약한 소년입니다. 금이야 옥이야 집에서 애지중지하는 도련님이지요. 이 도련님에겐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요괴가 보인다는 것. 자신을 돌봐주는 행수 사스케와 니치키 역시 요괴고, 친구도 요괴입니다. 이런 도련님이 이들 몰래 일을 벌리다, 어줍짢게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됩니다. 도련님은 무사할까요?

사실 이 이야기를 일본 특집극으로 미리 봐버려서인지 하핫 좀 덜 재미있었습니다. ^^;;;

 

 

특집극이라 그런가 드라마가 소설을 잘 각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지막은 드라마가 좀 더 극적이었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뭐 분장은 참으로 촌스러웠지만말입니다.

샤바케를 읽고 있으면 할머니가 머릿맡에서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같습니다. 요괴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 꼭 읽어보세요^^

조만간 2권도 읽어야겠습니다. 마츠노스케가 어찌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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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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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고작 5월인데 벌써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니 말입니다. 봄은 꽃망울만 틔우고는 잽싸게 도망가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여름이 잽싸게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여름. 여름하며 생각나는 건 바로 호러소설, 미스터리소설, 추리 소설, 이런 류의 소설들이 아닐까요.

아직은 밤엔 선선한지라 좀 덜 자극적인 호러 소설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 바로 미미여사죠! 무서운 존재들을 무섭지않게 묵직하게 그려내는 여자! 뭐, 남들은 심심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전 그래서 좋습니다.

<괴이>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한 호러 단편집입니다. 생령, 도깨비, 불로불사의 인간, 귀신 등등 기이한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총 9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뒤로 갈수록 좋습니다.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 "바지락 무덤"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선 호불호가 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전 미야베 미야키가 만들어 놓은 결말이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뒷통수를 확 후려치는 반전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뭐 무언가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확실히 뭐다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결말이 심하게 납득이 되더라구요. "여자의 머리"같이 섬뜩한 이야기도 좋았구요, "아치다 가의 도깨비" 이야기는 왠지 쓸쓸하면서 애틋해서 좋았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뭐랄까 잔잔하게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듭니다. 그녀의 소설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묵직한 메세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그녀의 소설에 손이 가나 봅니다. 특히 전 미야베월드 제 2막이라 불리는 에도시대 배경의 소설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괴이>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처음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배경의 단편을 읽었을때는 그냥 일본판 전설의 고향같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난 이야기 속에 인간의 악한 마음을, 그리고 업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넣어두는 그 재주가 참으로 대단하구나 싶습니다.

+엄격한 게 결국은 편한 게다. - P13

+인간의 진심도 상대에 따라서는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이치를 배웠습니다. -P54

+사람으로 살아 봐야, 비로소 '도깨비'가 보이게 되는 거란다. -P178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친절하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죽일 수 있는 놈들이 있어요. 그런 놈들은 어느 모로 보나 인간 같은 멀쩡한 얼굴 밑에 귀신의 본성을 숨기고 있지요. -P235

+중요한 것은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걸세.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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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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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연작소설이다. 책속 5편의 단편소설속엔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클럽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모든사건에 얽혀있다.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이야기속엔 손목이 잘린 시체들이 등장한다. 음 오싹~! 그러나 마지막 반전 한줄. 그들의 정신 상태가 더 무섭다.

'북관의 죄인',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섬뜩하다기보단 좀 안타깝다고나 할까? 뭐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인지라 패스~! 직접 읽어 보시라.

'산장비문', 사실 이 이야기가 가장 맘에 안든다. 뭐랄까 영화 '미져리'가 떠올랐다.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미져리 여주인공 애니가 떠오른다. 결말은 좀 최악이다. 이도 저도 아닌것이 영화 미져리, 반에 반만이라도 따라갔다라면 좋았을텐데....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 이 이야기에선 암시?의 무서움이라고나 할까? 역시 마지막 한줄의 반전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덧없는 양들의 만찬', 으아!!!! 이 이야기!!! 왜!! 왜!! 왜!! 마지막 한줄이 반전이 되는거냐고요!! 누가 좀 가르쳐줘요!!!! 도통 알 수 없었던.. 추냥(厨娘)이란 단어를 최고급 요리사라고 설정한 부분에서 좀 아이러니를 느끼며 이게 반전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닌것 같고(참고로 추냥은 중국어로 '전문적으로 요리를 담당하던 여자 종'이란 뜻이다. 쉽게 말하면 부엌데기? ㅋㄷㅋㄷ), 마지막 아밀스턴 양이 반전인건가 싶긴한데 (찾아보니 스텐리 엘린이라는 작가의 '특별요리'를 패러디 했다고 한다. 그 속에 아밀스턴 양이 등장한다는....왠지 책을 읽었다면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밀스턴 양의 의미를 더 확실이 알 수 있었을텐데.....) 아 여하튼 난 도통 그 반전의 의미를 모르겠다..ㅡ.ㅡ^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다 읽고 나서 느낀건 '나의 모자람'이다. 책속엔 고전 추리, 미스터리, 호러 소설들의 이름과 그 책을 쓴 작가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그 책속에 나오는 인물들(난 도통 알 수 없는..ㅠㅠ)을 가지고 말장난까지 친다. 거기다 마지막 이야기는 '특별요리'의 패러디라니! 헐~! 이 소설을 100%즐기기 위해선 미스터리, 추리, 호러의 고전들을 알아야 한다. 즉 진정한 마니아가 아닌이상은 이 소설의 재미를 완전히 알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아~나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준 책이랄까. 누가 그러더라 마니아의 길을 멀고도 험난하다고.ㅠㅠ 아~ 정말! 추리, 미스터리, 호러 소설들의 고전이 다시 번역되어서 나올 수 밖에 없겠다 싶다. 책도 재미있게 즐기려면 고전부터 읽어야 한다고나 할까. 휴~~! 정진 또 정진해야겠다. ㅠㅠ

남들은 마냥 재미있게 읽었을 책이 나에겐 뭐랄까 숙제만 한가득 안겨준 책이 되었다. 흑~!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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