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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1. 나쓰메 소세키
일본 화폐에 얼굴을 새긴 작가, 일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나쓰메 소세키.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여기저기서 나쓰메 소세키의 이름과 그의 작품이 언급되는 걸 알 수 있다. 일본 문학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인물,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현암사에서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쓰메 소세키 장편 소설 전집을 펴냈다. [나는 고앙이로소이다]를 시작으로 총 14권의 소설이 출간되었고 순서대로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명암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작품으로 《아사히 신문》에 1915년에 연재되다가 소세키의 사망으로 미완으로 끝난 소설이다.
2. 명암
명암 속 인물들은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사랑받기 위해 그들이 행하는 행동은 모순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 그들은 이야기 끝까지 어디로 튕겨나갈지 알 수가 없다. [명암]은 나쓰메 소세키 작품 중 가장 많은 페이지 수를 자랑하는 만큼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무척이나 디테일하다. 그렇기에 인물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들에게 몰입할 수 있다. 비록 미완으로 끝나버린 소설이기에 영원히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독자는 더욱 등장인물에 더 몰입하게 되고, 그들의 결말을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3. 그들의 사랑
오노부 : 오노부는 남편 요시오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요시오는 과거의 여인 때문에 그녀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 아내로서 대접은 해주지만 사랑을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오노부는 남편의 눈치를 보고, 남편 주변인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추측은 쌓이고 쌓여 의심을 불러온다. 남편에 대한 의심으로 가슴 아픈 그녀는 결국 남편에게 진실을 말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요시오는 끝까지 진실을 감추어 버린다.
요시오 : 요시오는 오노부의 마음보다 자기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 떠나버린 전 여인 기요코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 없는 요시오는 결국 요시카와 부인의 부추김으로 그녀를 만나러 온천으로 간다. 이야기는 온천에서 기요코와 요시오가 마주하는 장면에서 끝나버려 요시오와 기요코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요시오의 사랑은 여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랑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고바야시 : 고바야시가 원하는 건 남녀 간의 사랑과는 좀 더 다른 사랑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봐주길 원하고 자신의 생각을 존중해주길 원하는 고바야시. 하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고바야시에게 그 어떤 사랑도 주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 요시오까지 그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고바야시는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지고 만다. 하지만 자존심은 삐뚤어진 자신을 합리화하고 요시오를 깔아 뭉개고 싶어 한다.
오노부, 요시오, 고바야시를 보고 있으면 인간관계라는 것이 정말 복잡하게 보인다. 진실을 진실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진실 언저리만 돌며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 결국 파멸로 끝나버릴 것만 같은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4. 마지막
[명암]을 끝으로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다 읽었다. 그의 작품을 다 읽고 나니 100년 전에 쓰인 작품들이지만 왜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혀 촌스럽지 않고 여전히 세련된 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들이 가진 감정의 모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끔 해준다. 나 역시 그의 소설을 읽음으로써 내 과거와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현재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금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왔던 그 시간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