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2 중국 인문 기행 2
송재소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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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강성 소흥
 소흥은 인문학적 유산이 풍부한 곳으로 작은 도시지만 많은 역사적 유적을 보유한 곳이라고 한다. 상해 근처에 있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나 역시 중국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소흥은 무척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소흥 그곳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부차와 구천이 복수를 위해 와신상담했다는 고사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이야기다. 소흥, 이곳이 바로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 부차와 구천, 구천을 도와 복수를 성공시킨 범려와 문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흥 옆 제기 시에는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일조한 중국 4대 미녀 서시의 유적지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다시 소흥으로 돌아오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아Q정전을 쓴 중국 근대문학의 거장 노신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노신고리에는 노신이 쓴 소설 속 인물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고향이기도 해, 소흥엔 저자의 말처럼 인문 기행을 하기엔 정말 안성맞춤인 도시이다. 

2. 황주 - 소흥주 
: 저자는 책머리에 중국술을 이야기하기 위해 황주의 본고장 소흥을 소개한다고 했다. 여행 내내 소흥주를 즐겼다는 저자답다. 저자는 황주 중에서도 소흥에서 생산되는 소흥주는 프랑스산 최고급 와인에 지지 않을 좋은 술이라고 극찬했다. 중국 여행을 하면서 백주랑 맥주만 마셨던 나로서는 소흥주의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상해로 출장을 간 남편에게 간 김에 꼭 소흥주를 마셔보고 올 때 한 병 사 오라고 부탁까지 했다.  

 남편은 상해의 한 식당에서 중국 10대 황주 중의 하나인 "女兒紅"을 맛보았다며 인증샷까지 보내주었다. 맛은 달콤한 와인 같았다고 한다. 남편은 나를 위해 상해 면세점에서 소흥주를 찾았지만 상해 면세점에서는 소흥주를 팔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남편만 소흥주를 맛보았다. 뭐, 남편이라도 황주의 맛을 보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3. 서성 왕희지
 서예를 취미로 시작한 지 2년이 지나간다. 서예를 시작하면서 해서, 전서, 예서, 초서, 행서를 구분할 수 있게 된 뒤로, 건물에 쓰인 편액, 대련에 눈이 가고, 유명 서예가들의 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문 서예는 아직도 중국 서예 대가들의 법첩을 보며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왕희지가 쓴 난정서도 접할 수 있었다. 난정계회에서 술을 마시고 썼다는 난정집서는 지금도 행서의 모범으로 일컫는다. 서실에서는 술을 한 잔 마시면 왕희지처럼 글을 더 잘 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그런 유명인을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니, 서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소흥이라는 도시가 더욱더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4. 한시
 서예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멋진 글로 멋진 이야기를 끄적이고픈 욕망이랄까. 이야기 곳곳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한시에 나도 모르게 붓을 들고 싶은 충동이 든다. 특히 하지장의 시 영류(咏柳)는 참으로 내 감수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시였다.

碧玉妝成一樹高 萬條垂下綠絲條
不知細葉誰栽出 二月春風似剪刀

벽옥으로 장식한 높은 나무 한 그루
일만 가지 푸른 실이 아래로 드리웠네
가느다란 잎새를 누가 재단해내었는가?
이월 달 봄바람이 자르는 가위 같네.

 

 

5. 마침
아쉽게도 의흥은 소흥을 가는 김에 곁다리로 거치는 곳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그곳의 이야기엔 크게 감흥이 일지 않았지만 딱 하나, 서비홍의 말 그림은 내 마음을 훔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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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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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쓰메 소세키
   일본 화폐에 얼굴을 새긴 작가, 일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나쓰메 소세키.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여기저기서 나쓰메 소세키의 이름과 그의 작품이 언급되는 걸 알 수 있다. 일본 문학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인물,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현암사에서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쓰메 소세키 장편 소설 전집을 펴냈다. [나는 고앙이로소이다]를 시작으로 총 14권의 소설이 출간되었고 순서대로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명암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작품으로 《아사히 신문》에 1915년에 연재되다가 소세키의 사망으로 미완으로 끝난 소설이다.

2. 명암
  명암 속 인물들은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사랑받기 위해 그들이 행하는 행동은 모순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 그들은 이야기 끝까지 어디로 튕겨나갈지 알 수가 없다. [명암]은 나쓰메 소세키 작품 중 가장 많은 페이지 수를 자랑하는 만큼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무척이나 디테일하다. 그렇기에 인물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들에게 몰입할 수 있다. 비록 미완으로 끝나버린 소설이기에 영원히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독자는 더욱 등장인물에 더 몰입하게 되고, 그들의 결말을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3. 그들의 사랑
 오노부 : 오노부는 남편 요시오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요시오는 과거의 여인 때문에 그녀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 아내로서 대접은 해주지만 사랑을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오노부는 남편의 눈치를 보고, 남편 주변인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추측은 쌓이고 쌓여 의심을 불러온다. 남편에 대한 의심으로 가슴 아픈 그녀는 결국 남편에게 진실을 말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요시오는 끝까지 진실을 감추어 버린다.
 요시오 : 요시오는 오노부의 마음보다 자기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 떠나버린 전 여인 기요코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 없는 요시오는 결국 요시카와 부인의 부추김으로 그녀를 만나러 온천으로 간다. 이야기는 온천에서 기요코와 요시오가 마주하는 장면에서 끝나버려 요시오와 기요코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요시오의 사랑은 여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랑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고바야시 : 고바야시가 원하는 건 남녀 간의 사랑과는 좀 더 다른 사랑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봐주길 원하고 자신의 생각을 존중해주길 원하는 고바야시. 하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고바야시에게 그 어떤 사랑도 주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 요시오까지 그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고바야시는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지고 만다. 하지만 자존심은 삐뚤어진 자신을 합리화하고 요시오를 깔아 뭉개고 싶어 한다.
 
 오노부, 요시오, 고바야시를 보고 있으면 인간관계라는 것이 정말 복잡하게 보인다. 진실을 진실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진실 언저리만 돌며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 결국 파멸로 끝나버릴 것만 같은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4. 마지막
 [명암]을 끝으로 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다 읽었다. 그의 작품을 다 읽고 나니 100년 전에 쓰인 작품들이지만 왜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혀 촌스럽지 않고 여전히 세련된 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들이 가진 감정의 모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끔 해준다. 나 역시 그의 소설을 읽음으로써 내 과거와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현재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금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왔던 그 시간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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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가게
너대니얼 호손 외 지음, 최주언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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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환상 소설이라니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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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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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의 자전소설 <한눈팔기>


1. 한눈팔기
 <한눈팔기>는 1915년 나쓰메 소세키가 사망하기 1년 반 전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그의 대표적인 자전소설로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나쓰메 소세키는 유학까지 다녀와 대학 강사로 일하고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은 일, 유년기에 남에게 수양아들로 보내졌다가 다시 본가로 돌아왔던 일, 가족 관계 등등 자신의 실제 경험을 주인공 겐조의 모습에 그대로 녹여내고 있다.


2. 겐조 
 겐조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사람이다. 유학까지 다녀와서 배운 것 많은 이 남자는 우아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살고 싶지만 막상 현실은 그를 우아하게 살 수 없게 만든다.
 돈. 돈. 돈.
  자신을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아내와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힘들게 사는 형, 누나, 장인 때문에도 돈이 필요하다. 심지어 과거에 인연을 끊었다고 생각했던 양아버지와 양어머니까지 달려들어 그에게 돈을 요구한다. 

 아내가 친정으로 떠났을 때 겐조는 잠시 편안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 없었다. 세속에서 말하는 "도리"라는 걸 겐조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열심히 돈을 벌지만, 겐조는 그 돈을 순수하게 자신을 위해서 쓸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달려드니 겐조는 없는 돈을 빌리기까지 해야 한다. 장인의 보증을 서주지 않고, 양아버지였던 시마다의 요구도 거절하지만, 확실히 끊어내지는 못하고 약간의 돈이라도 건네줘야 했다. 겐조의 주변 사람들은 겐조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돈은 겐조의 발목을 잡는다.  겐조는 현재에 목 졸려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겐조는 읊조린다.
 

나는 결국 어떻게 될까?

 

3. 과거, 현재, 미래

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 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 수 없을 뿐이야.

  끝난 줄 알았던 시마다와의 인연 역시 오랜 시간에 지난 뒤에 스멀스멀 올라와 다시 겐조의 발목을 잡은 것처럼 과거의 일은 절대 매듭지어지지 않는다. 과거는 늘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과거가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내가 되고, 미래의 내가 된다. 과거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의 나로 인해 현재의 내가 씁쓸한 일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겐조가 어쩌지 못 했던 것처럼. 타인이 보기엔 그냥 무시하면 될 것 같지만(그래서 아내는 겐조가 답답했겠지만) 당사자가 연민, 증오, 동정, 애증 등등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는 과거를 간단하게 정리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겐조는 자조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4. "나쓰메 소세키"와 "겐조"
 겐조의 모습이 나쓰메 소세키 자신의 모습이라면, 나쓰메 소세키는 참 불행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비록 그가 쓴 글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하더라도, 죽기까지의 그의 삶은 참 안쓰럽다. 누구 하나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그에게 이해받기만을 원하고, 그에게 동정받기만을 원하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열지 못 했던 것 역시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면 더더욱 불쌍하다. 유년기의 삶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었던 나쓰메 소세키에게 글이란 무엇이었을까?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던 유일한 출구? 

 나쓰메 소세키는 왜 글을 썼을까?

 잘 모르겠다. 그는 이미 죽었고, 그에 대한 많은 해석이 붙었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를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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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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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생님과 나             

 선생님은 "나"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가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외로운 자신에게 다가와 준 "나"가 좋았기에 무 자르듯 그를 내칠 수도 없었다. 고작 자신은 "나"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흘리듯 말할 뿐이다.

나한테 너무 빠져서는 안 되네.

 하지만 무심한 듯하면서도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을 "나"는 오히려 좋아하고 따른다.


2. 부모님과 나
 "나"의 부모님은 "나"를 "나"그대로가 아닌 부모를 챙기고 다른 사람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되어 부모의 자랑이 되어야 하는 자식으로 바라본다.  부모님이니까, 자신을 길러주신 분이니까 효도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 부모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선생님은 정말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사는 사람 같아 멋있어 보인다.



3. 선생님과 유서

숙부에게 속았던 당시의 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뼈저리게 느꼈지만,
사람들은 나쁘게 생각했을 뿐이지 그래도 자신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네.
세상 사람들이 어떻든 나만은 훌륭한 인간이라는 신념이 어딘가 있었던 거지.
그런데 K 때문에 그 신념이 보기 좋게 무너지고 나도 숙부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자각을 하자
갑자기 아찔한 느낌이 들더군.
사람들에게 질린 나는 자신에게도 질려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네.

 선생님은 생의 마지막에 어렵게 "나"에게 고백한다. 난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 역시 추악한 인간이라고. 자신을 위해 타인 따위는 쉽게 배신할 수 있는 그런 인간이라고. "나"는 선생님의 유서를 읽자마자 선생님께 달려간다. 하지만 더 이상 선생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4.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남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사이에서 우리는 언제나 길을 잃는다. 난 그렇지 않은데, 남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그들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말할 때 점점 고독해진다. 이 세상에 나를 100% 이해해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외로워진다.

나는 결국 K가 나처럼 혼자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갑자기 결심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 다시 오싹하더군. 나도 K가 걸어간 길을, K와 똑같이 가고 있는 거라는 예감이 때때로 바람처럼 가슴을 가로질렀기 때문이네.

 그 예감은 결국 선생님을 집어삼켜버렸다.


5. 마음
 마음은 내 것이면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롭다. 무시하고, 눈 감고 모르는 척하면 쉬울 텐데, 내 마음은 내 안에 있는 것이라 그것도 마음대로 안된다. 선생님도 그랬겠지. 죄책감을 지우려면 K에게 사죄해야 하지만 K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죄책감을 떨쳐내야지만 살 수 있는 사람이 그 죄책감을 안고 사려니 더더욱 괴로워진다. 그래서 선생님은 결국 자신답게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6. 죽음

 죽음 앞에서 삶을 마주 보면 자신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제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처럼 죽음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싶진 않다. 그건 오히려 가장 쉽고, 가장 치사한 방법이다. 자신의 괴로움을 "나"에게 던져버리고 나 몰라라 하는 선생님은 고상한 척했지만, 그래서 괴로워했지만, 끝까지 자기 자신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죽음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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