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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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고작 5월인데 벌써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니 말입니다. 봄은 꽃망울만 틔우고는 잽싸게 도망가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여름이 잽싸게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여름. 여름하며 생각나는 건 바로 호러소설, 미스터리소설, 추리 소설, 이런 류의 소설들이 아닐까요.

아직은 밤엔 선선한지라 좀 덜 자극적인 호러 소설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 바로 미미여사죠! 무서운 존재들을 무섭지않게 묵직하게 그려내는 여자! 뭐, 남들은 심심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전 그래서 좋습니다.

<괴이>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한 호러 단편집입니다. 생령, 도깨비, 불로불사의 인간, 귀신 등등 기이한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총 9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뒤로 갈수록 좋습니다.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 "바지락 무덤"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선 호불호가 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전 미야베 미야키가 만들어 놓은 결말이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뒷통수를 확 후려치는 반전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뭐 무언가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확실히 뭐다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결말이 심하게 납득이 되더라구요. "여자의 머리"같이 섬뜩한 이야기도 좋았구요, "아치다 가의 도깨비" 이야기는 왠지 쓸쓸하면서 애틋해서 좋았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뭐랄까 잔잔하게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듭니다. 그녀의 소설들은 쉽게 읽히면서도 묵직한 메세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그녀의 소설에 손이 가나 봅니다. 특히 전 미야베월드 제 2막이라 불리는 에도시대 배경의 소설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괴이>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처음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배경의 단편을 읽었을때는 그냥 일본판 전설의 고향같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난 이야기 속에 인간의 악한 마음을, 그리고 업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넣어두는 그 재주가 참으로 대단하구나 싶습니다.

+엄격한 게 결국은 편한 게다. - P13

+인간의 진심도 상대에 따라서는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이치를 배웠습니다. -P54

+사람으로 살아 봐야, 비로소 '도깨비'가 보이게 되는 거란다. -P178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친절하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죽일 수 있는 놈들이 있어요. 그런 놈들은 어느 모로 보나 인간 같은 멀쩡한 얼굴 밑에 귀신의 본성을 숨기고 있지요. -P235

+중요한 것은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걸세.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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