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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 지구촌 얼굴 ㅣ 그림책은 내 친구 35
정해영 글.그림 / 논장 / 2013년 10월
평점 :
"지구촌 얼굴 가면"은 원시 시대의 사냥 가면,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가면, 그리스의 연극 가면, 한국의 연극 가면 탈 등등 세계의 여러가지 가면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면하면 고작해야 하회탈, 사자탈 뭐, 이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세상엔 정말 많은 가면들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동물 가죽을 뒤집어 썼다는 부분은 뭐랄까 좀 뜬금없어 보였다. 원시 시대 사람들이 사냥을 위해 동물가죽을 뒤집어 썼다는 부분에서 그 동물가죽을 가면의 일종이라고 이야기한다. 동물가죽을 뒤집어 쓴것도 가면을 쓴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사실 국사책같은 곳에서도 그냥 사냥할때 몸을 감추기 위해 동물가죽을 뒤집어 썼다고 표현하지 사냥 가면이라는 표현은 쓰지않는다. 가면의 사전적 의미 역시 얼굴을 가리는 것이라고 나오는데, 음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아스테카 왕국의 재규어 가면 역시 가면이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분장?뭐 그런거에 가깝지 않을까? 아이 역시 가면을 기대했는데 첫장에 동물 가죽을 뒤집어쓴 이야기가 나오니까 갸우뚱한다. 왠지 가면으로 들여다보는 인류의 이야기라고 적혀 있는 책 부제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니면 가면에 대한 나의 편견일까? 여튼 이 부분은 쉽게 공감이 안간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재미있는 가면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리스의 연극가면, 베네치아의 가면, 파누아 뉴기니의 가면은 그 가면을 쓰게 된 유래가 함께 실려있어서 유익했다. 좀 아쉬운 건 미국의 할로윈 가면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할로윈이라고 언급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거다. 게다가 한국탈 뒤에 가면극의 일부를 첨부해 놓은 부분 역시 좀 뜬금없다. 차라리 가면극에 쓰인 다양한 표정의 가면을 좀 더 보여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림은 참 재미있다. 아이 역시 여러 가면을 재미있게 감상했다. 작가가 직접 종이를 오려서 조물락 조물락 가면들을 다 표현해 놓아서 보는 눈이 즐겁다. 종이를 돌돌 말기도 하고,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서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은 그대로 응용해서 아이 미술 놀이에 적용하면 좋을 것같았다.
작가가 마지막 "너희는 어떤 가면을 쓰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진다. 울 딸아이에게는 그리스가면이 가장 멋지다고 했다. 난 개인적으로 베네치아 가면이 맘에 들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다양한 독후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면쓴 나를 그려본다던지, 직접 자신만의 가면을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작가처럼 종이를 오려서 가면쓴 나를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이 책은 다양한 가면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 구성은 좀 산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세계의 가면을 만나 가면 뒤에 가려진 기쁨과 슬픔, 간절함과 두려움, 다양하면서도 깊은 인류의 삶을 읽어보라고 말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게 가능할까 의구심이 든다. 그래도 뭐, 아이에게 여러가면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는 나쁘지않았다. 아이도 꽤 좋아했으니 어른 눈으로 보는 것과 아이 눈으로 보는 건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