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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유명한건 알았지만 그래봤자 옛날사람이고 내용 역시 엄청 고리타분할꺼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난달에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하지만 고작 한권으로 어찌 그 작가를 판단할 수 있을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예외일지도 모른다. 다른 작품은 의외로 재미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을 읽고 그 의구심이 싸악 사라져버렸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보다 "도련님"이 더 재미있다. 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 살짝 발은 담가봤다면 "도련님"을 읽고나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매력이 퐁당 빠져버렸다. 이 작가가 정말 1900년대 작가란 말인가!! 우와!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1906년에 쓰여진 중편 소설이다. "도련님"이라는 제목을 보면 왠지 기품있고 의젓한 소년이 떠오르지만 소설 속 주인공 도련님은 첫장에서부터 내 상상 속 도련님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2층에서 뛰어내리지 못할꺼라는 친구의 도발에 발끈해서 그대로 2층에서 뛰어내리는 도련님, 손가락을 잘라보라는 친구의 장난에 정말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도련님, 이렇듯 도련님은 너무나 개구져서 부모님마져 두손 두발 다 들어 버린 자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까칠하고 삐뚤어져보이는 것만이 도련님의 전부가 아니다. 불의를 참지못하고 대항하는 의협심있는 남자인 동시에 자신을 길러준 기요할머니를 생각하는 여린 마음을 가진 남자이기도하다. 그렇다보니 이 도련님에게 절로 마음이간다. 마치 내 장난꾸러기 막내 동생같은 기분이다. (딱 아래 사진같은 느낌의 귀여운 느낌이다. 히힛)

소설 "도련님"에는 이 막내동생같은 도련님이 수학선생노릇을 하기 위해 시골학교에 가게 된다. 산미치광이와 빨간셔츠의 트러블에 말려들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 재미나게 그려지고 있다. 한번 잡자마자 끝까지 읽어버렸다. 중간에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이 개구쟁이 도련님이 어떤 사고를 칠지 너무나 흥미진진했으니까. 마지막까지 딱 도련님다운 행동이었던지라 더 재미있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점점 이 작가가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의 소설은 지금 읽어도 전혀 옛스럽지않다. 현대소설작가들이 썼다고해도 믿을 수 있을것같다.
중국의 루쉰이나, 우리의 이광수가 선각자로서 민초들에게 설법을 전하는 후기 봉건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일종의 계몽류 소설로 시작했다면, 나쓰메 소세키는 이미 봉건주의를 넘어 산업사회에 기반을 두고 사실주의를 구현한 찰스 디킨스의 선험적인 시선을 장착한 듯하다. - 해설中
위의 글은 현암사에서 출간된 "도련님"마지막에 실린 백가흠소설가님의 해설부분이다. 이 해설부분을 읽고 정말 크게 공감했다. 아마 이런 점이 나쓰메 소세키를 국민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유가 아닐까. 정말 대단한 작가다. 이제 고작 그의 소설을 두권 읽어봤을 뿐인데 그의 모든 소설들이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읽을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릴정도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역시 대단하다. 그의 작품은 매번 영화화되고 드라마화된다. "도련님" 역시 영화화 되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출간되었다. (영화 속 도련님은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
영화는 절대 보고 싶지 않다.
)

그 외에도 만화라던지 여러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도련님"을 문학적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생각하려니 너무 머리아프다. 그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소설, 그게 바로 이 소설이 아닐까 싶다. 나쓰메 소세키의 명성때문에 쉽게 그의 소설을 접하지 못하셨던 분들이라면 "도련님"으로 가볍게 나쓰메 소세키를 만나보시길 바란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올 수 없다. 나처럼.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