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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학창 시절엔 마냥 어른이 되고 싶었다. 밤 늦게까지 신나게 놀고, 술도 마셔보고,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보고. 학창 시절 하지 못한 모든 것들을 하고 싶었다. 막상 어른이라고 불리는 시점이 되자, 학창 시절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미련이 한가득이다. 10대,20대라면 입을 수 있는 옷, 30대가 입기엔 좀 아닌 옷들. 롯데리아에서 데이트하는 중고등학생들은 풋풋하고 예뻐보이지만 30대가 롯데리아에서 후줄근해보이고 없어보인다. 지금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 그 나이니까 할 수 있었던 것들.
마스다 미리의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학창시절 해보진 못했던 연애에 대한 미련들이 가득담겨있는데, 읽는 내내 공감이 갔다. 작가는 마흔이 넘은 독신인지라 그녀의 현재 모습과 생각에서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과거 학창시절에 모습에서 난 과거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옛날에 그런 적이 있었지, 나는 이랬던 거 같은데, 라던지. 추억을 되새김질하다보니 영원히 묻어버리고 싶은 흑역사도 떠올랐지만, 뭐, 그것도 내 인생이니. 여중, 여고를 나온 내게 남자친구란 다른 세계의 존재였다. 여자들만 우글거리는 여중, 여고에서 그래도 남자친구를 사귄 여자애들이 있었는데, 주로 독서실이나 학원에서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아, 교회도 빼놓을 수 없다. 교회는 정말 연애 천국이었다.) 하지만 독서실도 다니지 않았고, 학원도 다니지 않았던 나는(교회도 다니지 못했다.) 정말 중고등학생시절에 연애의 연자도 가까이 해보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연애에 대한 환상이랄까. 순정만화책에 푹빠지면서 연애에 대한 망상은 점점 커져갔었다.
내가 떨어뜨린 물건을 남자아이가 주어주고 그 상황을 계기로 뭔가 진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상상, 학교 축제 기간에 나를 좋아한다면서 남학생이 꽃을 들고 찾아오는 상상, 집 앞에서 날 보기위해 서성이는 남학생 등등. 뭐, 이런 저런 망상이 쌓이고 쌓여 난 그 곳에서 헤엄을 치곤했다. 뭐, 막상 대학생이 되어서 연애를 해보았지만, 뭐랄까 중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함? 상큼함? 수줍음? 뭐 그런 느낌은 많이 퇴색된 듯한 느낌이었다. 20대의 연애와 30대의 연애가 다르듯 10대의 연애와 20대의 연애도 달랐던 것같다.(10대때는 연애를 못해봐서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
마스다미리는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을 통해 남자들에게 인기 있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심리라던지, 어려보이고 싶은 여자들의 심리등을 그려내고 그 마음과 나이에서 오는 거리감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그 거리감에 공감이 간다고나 할까. 결혼을 한 나와, 결혼을 하지 않는 그녀 사이의 거리감은 여전히 좁혀지지않겠지만 그래도 성공한 작가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도 이런 저런 고민 속에서 흔들린다고 생각하니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한 거같다는 어이없는 결론에 다다르며 이 책을 통해 위로 받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