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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버스를 타고
마리안 뒤뷕 글.그림, 선우미정 옮김 / 느림보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자!
6살된 딸아이는 요즘 글자 읽기에 심취해있습니다. 점점 글이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하고, 글이 많은 그림책을 읽고 난 뒤엔 이 많은 글을 내가 혼자 다 읽었다고 자랑을 하죠. 그런 딸아이에게 <혼자 버스를 타고>는 재미없어 보이는 그림책이었습니다. <혼자 버스를 타고>를 대충 훑어보더니 "엄마, 글이 별로 없어. 이 책 재미없을 것같아."이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랬죠. "아니야. 이 책 완전 재미있어. 그림책은 글만 읽는 책이 아니야. 그림도 읽을 줄 알아야 해." 제 말을 듣고 딸아이는 입만 삐죽 내밉니다. 그런데!! 이랬던 아이가!! 저와 함께 책을 읽어보고는 이 책에 훔뻑 빠져들었답니다.
<혼자 버스를 타고>는 소녀가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할머니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버스 안에서 여러 동물친구들을 만나죠. 동물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동물친구들의 어떤 모습을 보는지는 글보다 그림으로 아주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답니다. <혼자 버스를 타고>에 그려진 그림들은 모든 페이지를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떨어진 껌 하나도 그냥 떨어진 게 아니니까요.
여고생 토끼가 버스안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그녀의 가방 안에 있는 껌입니다. 제가 노란색으로 표시해둔 부분 보이시죠. 파란 껌이랑 빨간껌이 보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여고생 토끼가 하차 준비를 하죠. 그리고 저 멀리 그녀의 가방에서 떨어져나온 빨간 껌이 버스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네요.

몇 페이지동안 홀로 떨어져 있던 껌을 고슴도치 아기가 주워 씹습니다.

이런식으로 그림 속에서 동시다발로 여러 이야기들이 진행되고 있답니다. 이렇게 그림 속 이야기를 찾아가다보니 시큰둥했던 딸아이가 어느새 집중을 하고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추론해니기도 하고요.
요즘 진중권씨의 "이미지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그 책에서 말하길 이젠 글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이미지를 읽는 법을 이렇게 그림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죠. 게다가 앞의 상황으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추론하는 연습도 할 수 있고요. 추론하기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쭈욱 교과과정에 나오는 거니까 이런게 바로 올바른 선행학습이 아닐까요. 아이와 함께 그림 속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떨어진 껌을 주워먹는 아기고슴도치 외에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한가득 들어있답니다. 그림책은 글만 읽는 게 아니라 그림도 함께 읽는 거야라는 것도 이 기회에 제대로 가르쳐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