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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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에. 베스트셀러는 많은 사람이 좋게 읽은 책이 아닌가. 그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좋게 읽었다는 사실에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대체 이 책이 어떠하길래 나는 그렇게 말하는가. 


우선 지리멸렬한 논리, 어울리지 않는 어휘 선택, 동어 반복, 실체 없는 허사의 남용, 설득력 없는 억지 주장 등이다. 저자에겐 죄송하지만, 한마디로 중학생이 쓴 책으로 읽혔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86쪽, 모든 현자를 기다리는 운명은 죽음이기 때문에 죽음의 유혹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 타당한 인과관계인가?

105쪽, 항상 긍정적인 기분으로 살면서 늘 웃는 얼굴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유치하고 뻔한 권고

137쪽, 탁월한 작품을 얻기 위해 타인의 인식에 신경 쓰지 않고 연구의 직접 목적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얻는 자만이 새롭고 위대한 통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무슨 말인가?

146쪽, 상대방에게 프러포즈를 해서 차이는 경우는 ... 집안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상처가 된다. -> 상대에게 차이는 것이 집안의 큰 상처라고? 네, 알겠습니다~

154쪽, 이성을 사귈 때 재산이나 학력을 포함한 배경은 부차적이다. 그 사람이 본래 갖고 있는 외모와 같은 신체적인 특성이나 성격과 같은 장점이 더 고려되는 것이다. -> 정말? 우리는 결혼 시에 재산, 학력을 신체 특성이나 성격만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가?

159쪽, 그때나 지금이나 홀로 사는 사람의 마지막에는 행복하지 않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 홀로 사는 사람의 마지막에는 행복하지 않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과도한 일반화

161쪽, 사랑과 연애, 결혼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잠시라도 행복했다면 충분하다. -> 초라하고 빈약한 결론

164쪽, 그러나 여성은 외모를 중요하게 보는 남성과 달리, 이성이 가진 내면의 장점을 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성실, 친절, 배려 등을 더 고려한다. -> 정말? 여성은 결혼할 때 남성이 가진 경제적 능력을 꽤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 

168쪽, 가끔 연애할 때 주고받았던 편지나 문자를 보면서 연애할 때를 기억하는 것도 상대방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는 방법일 것이다. -> 용두사미의 결론

183쪽, 우리도 혼자의 힘으로 잘 살 줄 알아야 한다. ->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없는 유치한 당위.

204쪽, 세상의 모든 일이 1년 이상의 계획에 따라 진행되다 보니 -> 세상의 모든 일이 1년 이상의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고? 

206쪽, 각자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존재인 셈이다. -> 각자 개성이 다르면 가장 높은 단계인가? 


무엇보다 책의 제목으로 내세운 '마흔'도, '쇼펜하우어'도 애매모호하게 가려져 그 고유한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에서 마흔의 뚜렷한 정체성이나 쇼펜하우어 고유의 철학자적 특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흔도, 쇼펜하우어도 그저 저자의 경박한 주장과 논리 전개에 곁다리 소재로 이용될 뿐이다. 


그리고 내가 구입한 책은 65쇄인데 아래와 같은 오자, 탈자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76쪽, 지능은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 -> 도구로서

86쪽, 벗어나려는 시도인 자살이 얼핏 -> 자살은 

96쪽, 좌절됐기 때문이고 -> 때문이라고 

107쪽, 살인죄를 사면하고 그를 신이 살고 있는 올림포스 산으로 그를 초대했는데, -> '그를' 중복

114쪽, 음악의 형이상적 가치를 -> 형이상학적

128쪽, 우리의 행복이 -> 우리의 행복은 

135쪽, 이해하는 글로써 -> 글로서 

136쪽,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 것만큼 -> 표현하는 것만큼

159쪽, 이미 정신을 잃을 -> 잃은 

163쪽, 지금 무리가 -> 지금 우리가 

168쪽, 비록 결혼을 하면 -> 그러나(그런데) 결혼을 하면 

175쪽, 불견상견절치(한자 '견' 자를 중국 간체자로 쓴 이유?) 

176쪽, "우리의 모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데서 생긴다." 

-> 쇼펜하우어가 아닌 파스칼의 말이 아닌지?(“All of human unhappiness comes from one single thing: not knowing how to remain at rest in a room.” ― Blaise Pascal)

177쪽, 부자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외적인 부를 통해 내적인 부를 대신하려고 노력한다. -> '외적인'과 '내적인'이 바뀐 것 아닌지? 

202쪽, 현재만이 진실하고 현실적이고 확실한 것을 -> 확실하다는 것을 

205쪽, 워크홀릭 -> 워커홀릭

207쪽, 우리나라는 회사나 집이나 230볼트로 어디나 똑같다. -> 220볼트 아닌가?

210쪽, 나중에 자신에 어떤 사람인지 -> 자신이 

223쪽, 많은 사람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 많은 사람이 

224쪽, 자신이 원래 갖고 자산에 대해 -> 갖고 있는 자산에 대해


그리고 보통은 '한다'로 표현하는 것을 '된다'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아 꽤 거슬렸다. 

59쪽, 원인을 먼저 없애야 된다.

105쪽,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겨야 된다. 

133쪽, 독서를 해야 된다. 

180쪽, 그것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된다. 

212쪽, 개성이 뚜렷한 삶을 살아야 된다. 

226쪽, 허영심을 없애야 된다. 


이 리뷰가 책과 저자, 출판사에 대한 비방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책에 대한 좀더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길 바라는 어느 독자의 솔직한 서평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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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2024-03-2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최근에 제목만 보고 저자의 강연에 갔다가 마치 중학생 수준의 지식과 시종일관 버벅거리며 주제와 무관한 책장사나 하고 대학교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저급한 presentation skill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강연내내 본인의 나이와 노안과 인세와 세금과 영화 조연 이야기를 주제와 무관하게 수십번 되풀이하여 어이가 없었지요. 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책을 훑어봤더니 쇼펜하우어에 관한 성찰이 전무한 짜집기 수준의 책이더군요. 누가 이런 책을 소개하고 광고하나요? 이런 부류의 저급한 작가들은 퇴출되어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