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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게 제일 어려워
한송이 외 지음 / 한송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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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쏙 들어왔다.

 

인터넷에서 마트에서 백화점에서 지하상가에서 옷을 사면서도 나랑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고개를 돌리는 사람. 요리책을 보면서 음식을 해도 내 마음대로 재료를 바꾸고 간을 맞추는 사람. 누구랑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돌려버리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하지만 20대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 키우며, 남편과 30년 동안 잘살고 있으니 평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게 평범한 걸까? 책 제목을 보면서 자꾸 나를 들여다본다. 그들에게 어려운 평범한 삶이란 무얼까.

 

브런치 스토리 벨라lee 글벗님이 참여했다니 더 궁금해졌다. 서평단을 신청하고 책을 받자마자 읽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여섯 사람. 한송이 왕학철 벨라lee 드미트리 조유나 안나lee.

 


*결혼과 이혼을 경험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한송이 작가. 그녀는 놀림 받던 자신의 이름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바로 그 이름으로 출판사를 개업해서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간다.

 


*평범한 게 죽도록 싫었던 청년 왕학철. 그는 말 그대로 죽도록 열심히 살았다. 택배 상하차, 식당, 백화점, 학원 강사, 에어컨 설치, 미역 작업 막노동, 경호. 그는 돈이 되는 일은 다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돈을 위해서만 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또 책을 읽은 이에게 질문한다. 어떠한 외압에도 신념을 지키고 살고 있는가? 자유롭고 당당하게 책임지며 살고 있는가?

 

그는 또한 글의 끝에 힘주어 말한다.

가장 좋은 투자는 바로 당신을 스스로 아는 것입니다.

 

 

*가족이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작가 벨라lee. 너무 일찍 떠나버린 시어머니로 인해 누구보다 시부모님의 사랑을 일찍 깨달아버렸다. 시어머니 험담하기 쉬운 나이에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또한 작가는 나이 들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에게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지켜간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으면 기분이 조~~타고 하면서 말이다.

 

 

*우울하진 않지만, 불안을 달고 사는 작가 드미트리.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님의 권유로 중고등 과정을 홈스쿨로 지낸 작가는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이들과는 또 다른 부침을 겪는다. 혼자서 할 일을 찾아서 혼자서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신학교를 뛰쳐나온 헤세가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듯이 그에겐 전원주택에서 만난 자연이 많은 것을 일러 주었다. 성인이 된 그에게 사회는 생각만큼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을 찾아 나간다. 행복은 바로 지금 성취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중국교포 3세인 조유나 작가. 중국 하이난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다 한국에서 평생 짝꿍을 만나 충남 당진에 보금자리를 꾸민다. 임신한 몸으로 재무설계를 시작한다. 주위의 만류와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7년간 뚜벅이로 영업하다, 이제 개인 사무실을 내고 멋진 차도 타고 다닌다. 겉으로 보이는 외양으로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고 싶었고 열심히 살았다. 밝은 성격이 아니었지만 노력했다. 누구나 노력한다고 열심히 한다고 성공하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12년 차 간호사이자 작가인 안나lee. 누군가를 돌볼 줄만 알았던 이가 암을 판정받고 돌봄을 받게 된다. 그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암을 치유했다. 그녀는 그 기간을 거울로 삼아 더 좋은 간호사 다른 이의 아픔을 더 많이 공감하며 돌볼 수 있는 간호사가 되었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때론 서로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연인, 교인, 동료, 환자들을 통해 깨달은 사랑을 통해 자신을 단단하게 성장시키고 있다. 그녀는 또한 요가와 명상을 통해 자신을 알아간다.

 


 

 

책을 덮으면서도 여전히 내게 평범함은 물음표다. 내가 만난 사람들 저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다. 평범이라는 울타리에 가두기엔 너무도 다르다. 평범을 추구하는 것도 특별해지려는 것도 다른 말이 아닌 것 같다. 여섯 명의 작가는 다 다른 결로 말하지만 저마다 자신을 찾으라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고 한다. 평범히든 특별히든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요가 인사

 

나마스떼

당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당신의 존재에 대해 감사와 존경을 표하다

나와 당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23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 속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그들만의 싸움을 이어간다. 당장 나만 해도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가족 사진을 프로필에 올리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삶의 범주다. 그러나 그 역시 내가 알지 못하는 나름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부러울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 - P23

모르는 건 꼭 짚고 넘어가라

자신의 기억을 믿지 마라. 기록하라

논리적으로 사실을 말하라

내가 ~였다면? 타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라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라

왜? 나에게 업무가 주어지는지 생각하라

그 다음 어떤 업무가 주어지는지 생각하라

적당히 손해를 보아라

생각이 떠오르는 걸 최대한 기록하라

진실되게 행동하라 - P54


인생의 선배이자 육아의 대선배였던 어머님은 손녀가 6살일 때부터 이미 8살이 되어 입학하는 모습을 준비하고 계셨나 보다. 어머님은 긴 세월 살아오시면서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잘 알고 계셨을 테니까. 어머님이 보셨던 것은 단순히 현재의 모습만이 아니라, 손녀가 성장해 나가는 미래의 모습까지도 내다보셨을 테니 말이다. - P88


타인의 그림자를 따라가기를 멈추자.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 앞다퉈 도달해야 할 고상한 정상지점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자유로운 여정을 시작한 자들에게 목표 지점이란 스스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에서 해방되어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준비를 끝마친다. - P134


지금 어떤 역경을 마주하고 있더라도 이 점만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삶이라는 것은 매일 우리가 겪는 경험과 행동, 반응과 감정으로 채워지며,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P149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일까?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 그저 각자의 아픔과 사연이 있고, 때에 따라 선이 되고 악이 되기도 하는 것일 뿐. 우리는 다 같은 그냥 인간일 뿐이다. ‘각자의 아픔’ 그걸 이해하고자 하는 나를 발견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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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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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장편소설 /이야기 장수

이슬아의 문장에 빠져버렸다.

📚제목만 보고는 도대체 무슨 이야긴지 짐작하지 못했다. 한문 병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내 상상력의 부족일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출판사를 차리고 부모 아니 모부를 부양할 능력이 되는 딸, 슬아. 가족을 먹이는 데, 손님을 먹이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만족하는 엄마 복희. 살아내느라 문학청년의 꿈은 포기했지만 자신의 삶에 주어진 일을 누구보다 잘 구현해 내는 아버지 웅이.

📚세 사람은 삐그덕 거리지만 필요할 때만 서로 의견을 나누고 존중한다. 딸은 모부에게 일에 대한 적절한 보수를 지급한다. 어머니 복희는 정규직이고, 아버지 웅이는 비정규직이다. 복희는 출판사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부엌 일을 하고, 웅이는 청소와 운전을 담당한다. 복희는 정규직이고 웅이는 비정규직이다. 이유는 복희의 일에 출판사에 절대적으로 중요해서다.

📚가부장이든 가모장이든 가녀장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함께 존중하며 살아가는 세상이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서도 딸이 부모든 모부든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만큼 자리를 잡는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책갈피






#가녀장의시대 #이슬아장편소설
#이야기장수
#가녀장과모부이야기
#모두의노동이인정받는세상
#독파챌린지
#독파완독후기


낮잠 출판사는 슬아의 필력뿐 아니라 복희의 살림력으로 굴러가는 조직이다. 슬아는 복희의 된장 연수를 된장 출장으로 명명한 뒤 출장 수당을 지급했다. 수당은 회당 이십만 원씩이고 그것이 바로 된장 보너스다. - P95


쉰다섯 살의 웅이는 슬아의 부친이자 피고용인이다. 작년까지는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올해부터 비정규직 사원이 되었다. 낮엔 슬아의 출판사를 위해 청소와 운전, 배달, 택배 발송, 세금 처리 등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만 퇴근 이후에는 자유의 몸이다.
- P19


슬아는 자신에게도 신앙이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추앙과 문학에 관한 믿음으로 슬아는 움직여왔다. 신의 입을 빌려 기도하고 몸을 낮추듯, 슬아 역시 자기보다 먼저 살아간 작가들의 힘을 빌려 글을 쓴다.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 얻고자 하는 건 전지적인 시점일 것이다. 불가능한 목표지만 연습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건 어쩌면 신의 시선을 상상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가 무엇을 느끼는지 헤아리는 일을 어떻게 멈출 수가 있을까. 나는 고작 미물일 뿐인데 말이다. 슬아는 처음으로 스님과 자신이 조금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 P294

슬아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열한 식구를 다스렸다. 한 명의 부인, 세 명의 아들, 세 명의 며느리, 네 명의 손주가 그의 휘하에서 지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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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트라이앵글 - 제1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81
최인정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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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트라이앵글』
최인정 글. 클로이 그림. 샘터.

📐학기 초 현장학습에서 트라이앵글 열쇠고리로 친구가 된 민하와 윤지와 은빈. 세 명은 윤지 생일날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더 알게 되고 우정이 깊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 명의 친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금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윤지와 은빈은 둘이서만 아이돌 콘서트에 다녀오고 그 일을 계기로 민하와 말다툼을 벌인다. 열쇠고리는 깨지고 셋의 우정도 조각나버린다.

🏜️작가는 열세 살은 마냥 어리기만 한 시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책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아프지만 속상하지만, 떼를 쓰지 않는다. 비밀을 간직할 줄도 안다. 어리지만 어리지만은 않은 세 명의 우정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거기에 살짝 끼어든 서도영과 서도현. 윤지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드는 친구는 누굴까. 또 다른 트라이앵글이 만들어지는 걸까?

#열세살의트라이앵글 #동화
#정채봉문학상 #동화책
#초등추천도서 #어린이책
#샘터 #샘터사 #샘터어린이


나는 기다렸다는 듯 얼른 맞장구를 쳤다. 우리 셋은 하나가 되어 웃었다. 그러고는 동시에 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숯불고기 맛 페티와 신선한 아보카도가 어우러져 씹을수록 고소했다.
오늘도 나는 블루보이즈를 엄청 좋아하는 열혈 팬 연기에 성공했다.
- P12


우리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털어놓은 비밀 중에 시시한 건 하나도 없었다. 비밀을 털어놓고 나니 진짜 친한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투명하고 단단한 트라이앵글이 내 안에서 반짝 빛났다.
- P32


나는 가방에 매달린 트라이앵글 키링을 빼서 던져 버렸다. 트라이앵글의 한쪽 모서리가 바닥에 부딪혀 깨졌다. 단단해 보이던 트라이앵글이 맥없이 깨진 모습에 어깨 힘이 탁 풀렸다. 윤진이와 은빈이가 흠칫해서 나와 깨진 트라이앵글을 번갈아 보았다.
- P41


열려 있던 지퍼 필통 사이로 낯선 물건이 보였다. 꺼내 보니 처음 보는 샤프였다. 샤프의 클립에는 반으로 접은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너랑 같은 반이어서 좋아."
- P53


심장이 팔딱거리며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얼른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
‘두근두근.’
‘콩닥콩닥’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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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욕조
예정옥 지음 / 강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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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픔을 오롯이 드러내며 써 내려간 이야기 스물네 편.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표지처럼 포근포근한 그림들이 마음을 다독여 주니 한결 편안하다.
작가에게 ‘재생의 욕조’는 글쓰기라고 말할 수 있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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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문고본)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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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바람북스


주인공 라우라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아무 부담 없이 연애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비혼 여성이다. 라우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 이네스(이네스는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페미니스트 이름)를 맞이하는 친구 알리나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들 니콜라스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옆집 여자 도리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라우라는 집 베란다에 둥지를 튼 비둘기 가족을 쫓아내려다 실패하고는, 오히려 비둘기 부모가 어떻게 새끼를 먹여 살리는지 궁금해하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네스와 니콜라스에게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모두가 죽을 거라던 이네스는 엄마 젖을 찾아 살아보려 애쓴다. 옆집 아이 니콜라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 가져주는 라우라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장애아와 그를 돌보고 지켜보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또 고통받는 여자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너무도 많은 아픔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하루 아픔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내 아픔에만 빠져있지 말자. 주변을 돌아보면 내 아픔을 들어주고 손 내밀어 줄 이가 한 사람은 꼭 있다. 또 나도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내 아픔에만 빠져있지 말자. 그 순간에도 기쁨이 있다. 또 나는 살만하다고 내 삶 속에만 머물지 말자. 한 발자국만 내디뎌 보자. 서로 한 번만 손 내밀어 보자.’     


힘겨운 내 삶에 손 내밀어 준 이들이 떠오른다. 나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준 적이 있었던가?     



잠든 아기를 바라본다는 것은 인간 존재의 취약함을 응시하는 것이다. 아기의 부드럽고 평화로운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평온함과 경외감이 교차한다. 내 눈앞의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의 느긋하고 말캉한 얼굴과 젖이 흘러내리고 있는 한쪽 입꼬리, 완벽한 눈꺼풀을. 그리고 매일 세상의 모든 요람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들 중 하나가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마치 우주에서 밤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수많은 별들 사이로 사그라드는 하나의 별처럼 소리 업이 숨을 거두고,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혼란도 야기하지 않는다. 아기의 어머니는 평생토록 슬퍼한 것이며, 가끔은 아버지도 그럴 것이다. 남들은 놀랍도록 쉽게 체념하며 그 죽음을 받아들인다. - P11

자기 자식이 얼마난 살 지를 아는 어머니는 없다. 자식은 그저 우리가 빌려온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 대여기간은 몇 시간부터 몇 십 년까지 다를 수 있다. 이네스의 경우는 극도로 짧을 것이다. - P90

배우자를 잃은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존재하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부르는 단어도 존재한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부르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아사망률이 매우 높았던 이전 세기와 다르게, 우리 시대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 여긴다. 너무나 두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한 그런 일일 것이다. - P95

"현재를 사는 것이 최선입니다. 단 일주일이라 해도 앞서 계획하지 마세요. 따님은 지금 건강하지만, 뇌는 언제라도 멈출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머지 기관들도 그렇게 될 겁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가능한 만큼 즐기세요.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세요. " - P151

도리스 마음을 왜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니콜라스는 그녀의 아들이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학대했던 남편을 기억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 새끼는 죽었고, 어떤 의미로는 그녀가 운이 좋았지만, 그의 폭력은 아들을 통해 아직도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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