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 - feat. 20대 일의 기쁨과 슬픔
김로운 지음 / 와우라이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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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 김로운 지음 와우라이프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치고 후벼판다. 찔린다. 내 얘기 같다.

12쪽
50대 여자. 아이들은 다 커서 집안에 할 일이 없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어렵지도 않다. 매일 돈을 써서 놀러 다닐 수도 없고 함께 놀러 갈 친구들도 마땅치 않다.


👩🏻‍🦰이렇게 토로한 저자 김로운은 30대까지, 아니 40대 초반까지도 왕성하게 직장에서 일을 했다. 40대 중반에 들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와 가사에 온전히 몰입했다. 50대가 되고 보니 아이들은 크고 자신만 뒤처진다는 패배감에 우울감이 겹쳐 위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택한 것인 몸으로 움직여 일하는 ‘알바’다. 마음을 먹으니 길은 많았다. 알바의 길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그는 인력 알선 업체를 통해 작은 공장의 포장 알바를 시작한다.

👩🏻‍🦰알바라고 생각하면 정해진 시간에 자신에 주어진 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세계도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알력과 권력에 있고 거기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따스한 손길도 있다.

👩🏻‍🦰그는 일을 빨리 배우는 편은 아니다. 또한 소심한 내향형 인간이라 따돌림을 받고도 혼자서 삭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어디에도 숨길 수가 없다. 그가 일하는 모습과 결과물은 관리자의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점차 일이 익숙해져 모양새도 완성도도 높으니 그를 찾는 손길은 계속 이어진다. 일거리는 점점 다양해진다. 일 근육이 붙었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중년 여성에게는 무리라고 생각해 꺼렸던 대형 물류센터에서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50대 여성이 알바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알바를 찾는 방법으로 시작해서 알바를 찾는 온갖 공장들, 그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군상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와 비교하듯 일러주는 20대부터 일했던 IT 업계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통해 작가가 성장해 온 모습과 우리가 살아왔던 현대사의 일면도 살짝 엿볼 수도 있다.

🔖저자는 몸을 상하지 않으면서 슬기롭게 알바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작은 팁들을 책 곳곳에서 알려주며 알바의 세계에 동참하자고 손 내민다.

나도 아주 잠깐 부업이라는 미명으로 몸으로 일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얻은 것은 병원비밖에 없어 그 뒤로 그쪽으로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나처럼 부업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화장품이나 의류 포장뿐 아니라 아이돌 앨범에 들어가는 소소한 물건들을 포장하는 일까지 정말 광범위하다. 또한 기계가 하리라고 여겼던 일들도 여전히 사람들이 하기에 아직도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팔랑귀가 펄럭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알바의 종류나 방법을 열거한 이론서가 아니다. 저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일들을 잘 녹여내서 만들어낸 아주 귀한 지침서다. 누구든 쉽게 읽고 일하고 싶은 의지가 불타오르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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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자. 아이들은 다 커서 집안에 할 일이 없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어렵지도 않다. 매일 돈을 써서 놀러 다닐 수도 없고 함께 놀러 갈 친구들도 마땅치 않다.
- P12

60대 언니를 보며 나도 알바하러 올 때 옷도 멋있게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오기로 결심했다. 이 일을 잘하고 싶었고 그게 내 인생을 가꾸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88

까야 하는 박스가 100개면 가벼운 운동이다. 그러나 1천 개가 되면 숨이 막힌다. 박스를 내려서 칼을 휘둘러 박스를 뜯고 옷을 꺼내 걸어가 분류 박스에 넣고 빈 박스를 던져 버리는 일은 체력을 많이 요구한다. 반품이 1천 개가 되면 야외에서 하루 종일 한다. - P102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바닥에 쓰러져 꼼짝하기 싫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나면 온몸이 가뿐해졌다. 단 다음 날 일을 나가지 않으면 말이다. 마치 전날 등산을 하고 난 후 다음 날 아침 온몸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같다. 머리도 맑아진다.
- P106

‘빨리빨리’가 영혼까지 잠식한 관리자들이 하루 종일 화를 낸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물건을 하루 만에 받고는 편안해한다. 그러나 그런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영혼까지 썩어간다. 편리함의 이점 이면에 이런 불행이 있다.
- P209

알고리즘이 노동자의 환경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시스템에 맞춰진 노동자의 결과물만을 평가한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이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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