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 7 - 잃어버린 기억
미르얌 모스 지음, 이동준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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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무 기억도 없는 상태로 깨어나는 기분은 어떨까. 상상하기도 어려울만큼 두렵고, 무서울 것이리라. 「BOY7」의 한 소년이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배낭 하나만 덩그라니 있는 황량한 벌판에서 소년은 기절해 있다가 깨어난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공포감에 떨다 배낭 안에서 휴대폰을 발견한다. 휴대폰을 사용해 구조 요청을 하려는데 발견한 음성메시지.

 "어떠한 경우에도 경찰에는 절대 신고하지 마!"

 자신이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경찰에 알리는 것은 포기한다. 배낭 안에 들어있는 물건은 휴대폰과 물병 하나, 잠옷과 팬티, 칫솔과 치약, 돌돌 말려 있는 돈뭉치, 야구모자, 회색 건물을 직은 사진 한장과 피자헛 광고지 뿐.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줄 만큼 분명한 메시지는 발견하지 못한다. 휴대전화 메시지를 듣고 감옥에서 탈출한 범죄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던 중. 때마침 지나가는 차 한대를 발견하고 우여곡절 끝에 얻어 타게 된다. 라라라는 여자 아이의 차를 타고 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소년은 자신에 대해 전부 털어놓지 않고, 이름부터 '보이 세븐'이라며 거짓말로 둘러댄다. 운이 좋게도 라라의 이모가 근처 마을에서 숙박 영업을 한다기에 소년은 그곳에 머무르며 배낭 안에 있는 물건들을 단서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알아보기로 마음 먹는다. 소년은 라라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비밀을 풀어나간다.

 

 처음 소개글을 읽었을 때, 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BOY 7은 무슨 의미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총 5부로 나뉜 이야기 속에서 2부부터 사건의 전부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사건의 전부를 알고 나니 참 안타깝고, 끔찍하고, 화도 나고. 여러 감정들이 솟아났다.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행동한 보이 세븐. 어른들의 욕심에 휘둘리고, 조종당해 기계처럼 되어버린 보이 세븐과 뒤에 밝혀진 또 다른 소년들을 보며 왠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경찰에 밝히지 말라는 음성을 남겼기에 정말 탈옥한 범죄자라 그런가 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드러나니 더 씁쓸했다. 결국엔 그 욕심 때문에...

마지막에 마무리가 좋게 되어 역시나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있어 조금은 놀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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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나만을 위해 - 한국의 평범한 의대생이 혼자 힘으로 미국에서 변호사가 되기까지
김정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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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의 마지막을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 하는 내게 이 책이 꼭 용기를 줄 것만 같아 제목만 봐도 설렘이 느껴졌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기보다 내 가슴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자'라는 글을 보며, 이 이야기가 나를 얼마나 감동시킬지, 공감을 느끼게 할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입학하기도 어려운 연세대 의과 대학에 진학하였지만,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건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주어진 환경에 그저 순응하며 보냈다는 저자. 그러던 2000년의 어느 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당장에 이루어 놓은 것들을 포기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 두려워 마음 속에만 품고 주저했다고 한다.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생활도 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하면서도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하나 같이 편한 길 놔두고 힘든 길을 왜 선택하려 하느냐며 만류해 갈등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저자는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 주변의 만류에도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마음을 모른 척 하기 어려워 결국 미국 로스쿨에 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2005년, 로스쿨 입학을 위해 필요한 시험인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를 준비하며, 석사 과정과 유학비 마련을 위한 병원 일, 게다가 컨설팅 일까지 병행하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 해 10월 시험을 보고, 12월에 클리블랜드에 있는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에 장학생으로 합격을 해 2006년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미국에 들어가기 전 2006년 3월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고, 4개월 반을 한국에서 신혼 생활을 한 후,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남편의 입장에서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믿고, 아낌없이 지지해주었다는 글을 보고 '이 사람은 참 멋진 남자를 만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후 로스쿨에서의 생활과 인턴과정, MBA 복수 전공 과정, 현재 일하고 있는 롭스앤그레이 로펌 회사에 입사하기까지의 7년여의 시간들이 그려졌다.

 

 어려운 난관과 숱한 고비들을 겪을 때마다 바닥을 치던 자신감을 극복하고, 노력과 인내로 성과를 이루어내는 과정들을 보며 내 자신을 참 많이 돌아봤다. 한없이 과소평가하며 자신없어 하던 내 모습들, 그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지면 쉽게 포기하려 했던 것들, 실패할까 두려워했던 나약한 마음들. 그 시간들을 보내고 지금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고 있지만, 자꾸만 물렁해지려는 마음을 단단히 굳힐 수 있는 용기를 이 책을 읽으며 받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적지 않은 나이로 도전하여 터널을 뚫고 나와 현재를 즐기고 있는 저자의 경험을 보며 다시 한 번 내 다심을 확인해 보고, 훗날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도전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혹은 용기가 없어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주저없이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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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존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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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 유스케의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읽어 본 책들 모두 몰입도 끝내주는 작품들이었기에 이번 「다크존」에 대한 기대도 매우 컸다. 역시 기대한 바대로 이번에도 몰입도가 좋았다. 아니 그 말로는 모자라다. 마지막장이 다가오는 게 아쉬워서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었다.

 

 작품 초반을 읽을 때, 「배틀로얄」과 기시 유스케이 작품인 「크림슨의 미궁」이 머릿 속에 떠올랐지만 「다크존」은 그것들과는 조금 달랐다. 뭔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스릴감 넘치는 전개와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궁금해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두께감이 있어 읽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아쉬워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야했다.

 

 이야기는 어두운 방안의 18명의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낯선 세계에 떨어져 있어 혼란스러워 하던 「크림슨 미궁」의 후지키 요시히코가 단박에 떠올랐다. 「다크존」으로 넘어가서. 이들 18명은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왜 여기에 와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숨만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 중 주인공인 쓰카다는 프로 장기 기사를 꿈꾸는 대학생으로 그도 무슨 상황인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다가 어둠 속 누군가(키클롭스)의 목소리로부터 믿기 어려운 말을 듣게 된다.

 

 그들이 있는 곳은 다크존. 무인도와 같은 섬으로 섬 바깥에는 허무만이 존재해서 탈출을 할 수도 없고, 혹시나 시도를 하더라도 그냥 소멸을 해버릴 수도 있는 그런 동떨어진 곳이다. 이 곳에는 그들 18명을 제외하고도 다른 18명의 팀이 있는데 각 각 홍군과 청군으로 나뉜다. 홍군과 청군이 이 다크존에서 해야할 일은 서로를 죽여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일. 총 7번의 대국을 하게 되는데 그 중 4번을 승리해야 이기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지게 되면 그냥 소멸. 다시 돌아가려면 도망갈 수도 없으니 목숨 걸고 이기는 수 밖에 없다.

 

 그냥 서바이벌 전쟁 소설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특이한 점은 게임 자체가 일본의 장기인 쇼기(将棋,일본어: しょうぎ)와 같다는 점이다. 게다가 홍군과 청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전부 적어도 한 번 이상 마주친 적이 있는, 즉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과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의 싸움이 아니라 모두들 특정한 능력을 지닌 괴물로 변해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정한 능력은 홍군과 청군 두 팀에 동등하게 배치되어 있어 전력상으로는 비등하게 시작할 수 있으니, 이들에게 승리를 위해 간절히 필요한 것은 정보와 운, 그리고 상대에 대한 심리의 간파 능력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예상할 수 없는 승패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었다.  

 또 하나는 각 대국이 끝나고 나면 덧붙여진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였다. 이 대국과 관련된 것인지 아닌지는 끝에 가서야 알 수 있었던지라 그저 이 서바이벌에 참여하게 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쯤으로만 생각하며 읽었는데, 마지막에 반전이 주어졌다. 어떻게 보면 흐름이 끊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든 대국이 끝나고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들어가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다크존」이 나오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기대한만큼의 만족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읽으며 홍군, 청군에 나오는 괴물들을 검색해 보고, 이미지를 머릿 속에 그려놓고 싸움을 상상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특별히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작가가 앞으로 낼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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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 축제의 밤
문홍주 지음 / 선앤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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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월 29일은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의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를 낸 서초동의 삼풍 백화점이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그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나중에 머리가 더 커서야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대형 참사가 일어났었다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지 그 이상은 알려고 해 본 적 없이 잊고 지내왔다. 기억에도 없는 일이어서 지나간, 과거의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풍 축제의 밤」을 읽고 그 당시의 상황을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자들의 회피, 사람을 돈줄로만 아는 경영진,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들, 본인의 일이 아니면 관심도 가지지 않는 무관심, 눈 앞에 보이는 위험도 별 거 아닌 걸로 치부해버리는 안전불감증, 윗건들의 비리 행위와 알고도 침묵하는 직원들의 행태를 보며 욕지기가 올라왔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눈과 귀와 입을 닫은 사람들 때문에 결국 희생 당해야 했던 그 많은 피해자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생사 확인도 안되고 돌 무더기에 깔려 있는데, 우왕좌와아 대책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듯한 장면에서는 답답함에 화가 치밀었다. 책임 관계를 두고 설왕설래 하는 장면에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내와 딸을 동시에, 무너진 삼풍 백화점 잔해 아래 두고 며칠을 지옥같은 날을 보내야 했던 소설 속 지운과 침묵한 대가로 책임과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희진을 보면서 소중하지만 익숙해서 간혹 잊곤 했던 가족들이 생각났다. 희생자들도 다 누군가의 가족이었을텐데... 그 슬픔을 경험하지 못해 다 이해한다 말할 순 없겠지만 '얼마나 분하고 원통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아팠다.

 

 이제 오래 전의 과거의 일로만 남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하지만 슬프게도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옥과도 같았던 삼풍백화점의 사건이 지나가고 몇 년 후 대구 지하철의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테크노마트 진동 사건으로 떠들썩 해지기도 했다. 잊고 있다가 한번씩 과거를 깨우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라는 망각은 이것들을 다시 잊게 할 것이었다. 책임자들은 솜방망이의 처벌, 혹은 아무 죄값을 치르지도 않고 살았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여전히 슬픔 속에 살았을 것이다. 문득 잊고 있었던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 가리고, 귀 막고, 터벅터벅 걸으며 살아가는 삶.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삼풍 축제의 밤」과 같은 책들이 계속해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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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픽션 호러픽션 1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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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본 공포 소설 중 지금까지 최고로 생각하는 책은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이다. 딱 작년 이맘 때 쯤 이었던 것 같다. 표지부터 칠흙같은 어둠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집」을 읽었던 것이. 다른 계절에 보는 것보다 여름에 봐야 소름이 오돌토돌 돋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공포 소설이 바로 이 시기에 한국에서 출간되었다기에 나는 남시 「검은집」을 머릿 속 한 구석에 놓아두고 부푼 기대감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물론 밝은 대낮에.
「호러픽션」의 책 표지를 보며 '딱! 공포소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습한 지하와 같은 공간에 형태가 불문명한 검은 인영. 으스스한 느낌을 한껏 받으며 읽기에 앞서 먼저 각오를 다지고 첫 장을 넘겼다.
 
 「호러픽션」에는 총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침입자들, 자살주식회사, 괴물이 있다, 만월의 살인귀, 사자와의 하룻밤, 꿈 속의 그녀, 붉은 장미, 묵도의 밤, 향전, 유령의 집
제목만 봐도 딱 호러 소설이지 않은가? 이 들 중 몇 몇 작품은 상상하기엔 너무 끔직할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었다.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보다 역시 잔인한 사람이 저지르는 끔찍한 행위들이 훨씬 더 공포스럽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단편 작품들 중 '침입자들'은 낯익은 사람들이 낯선 존재가 되면서 주인공을 위협하는 묘사들이 소름끼치도록 오싹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소재들이라 뒷 이야기가 없이 짧게 끝이나 아쉬웠다. '자살주식회사'는 단순 호러이야기가 아닌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주어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 있게 했고 '만월의 살위귀'와 '묵도의 밤', '향전', '유령의 집에서' 끔찍한 장면들이 나와 상상하며 읽지 않으려 애를 쓰며 읽어야 했다. 좀비 영화나 CSI와 같은 드라마를 많이 보아 잔인한 장면에는 단련이 많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로 형용할 수도 없는 이런 묘사들은 정말 상상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얼마 전 혼다 테쓰야의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보면서도 끔찍한 묘사에 혀를 내둘렀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잔인한 것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은 괜한 호기심으로 봤다가 기분이 상할지도 모른다.
 
 기시 유스케이 「검은집」에서는 언제 튀어나올 줄 모르는 살인마에게 쫓기는 묘사들에 나도 모르게 긴장하며 소름이 돋았다면, 「호러픽션」에서는 그런 것 보다 경악과 씁쓸함, 안타까움, 끔찍함이 남았다.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시시각각 거리가 좁아지는 듯한 느낌의 긴박함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나름의 공포는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단편이라 더 마음에 드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단편이라 아쉬웠던 작품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장편 소설을 찾아보기로 했다. 단편에서의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대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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