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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 축제의 밤
문홍주 지음 / 선앤문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95년 6월 29일은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의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를 낸 서초동의 삼풍 백화점이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그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나중에 머리가 더 커서야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대형 참사가 일어났었다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지 그 이상은 알려고 해 본 적 없이 잊고 지내왔다. 기억에도 없는 일이어서 지나간, 과거의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풍 축제의 밤」을 읽고 그 당시의 상황을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자들의 회피, 사람을 돈줄로만 아는 경영진,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들, 본인의 일이 아니면 관심도 가지지 않는 무관심, 눈 앞에 보이는 위험도 별 거 아닌 걸로 치부해버리는 안전불감증, 윗건들의 비리 행위와 알고도 침묵하는 직원들의 행태를 보며 욕지기가 올라왔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눈과 귀와 입을 닫은 사람들 때문에 결국 희생 당해야 했던 그 많은 피해자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생사 확인도 안되고 돌 무더기에 깔려 있는데, 우왕좌와아 대책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듯한 장면에서는 답답함에 화가 치밀었다. 책임 관계를 두고 설왕설래 하는 장면에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아내와 딸을 동시에, 무너진 삼풍 백화점 잔해 아래 두고 며칠을 지옥같은 날을 보내야 했던 소설 속 지운과 침묵한 대가로 책임과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희진을 보면서 소중하지만 익숙해서 간혹 잊곤 했던 가족들이 생각났다. 희생자들도 다 누군가의 가족이었을텐데... 그 슬픔을 경험하지 못해 다 이해한다 말할 순 없겠지만 '얼마나 분하고 원통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아팠다.
이제 오래 전의 과거의 일로만 남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하지만 슬프게도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옥과도 같았던 삼풍백화점의 사건이 지나가고 몇 년 후 대구 지하철의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테크노마트 진동 사건으로 떠들썩 해지기도 했다. 잊고 있다가 한번씩 과거를 깨우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라는 망각은 이것들을 다시 잊게 할 것이었다. 책임자들은 솜방망이의 처벌, 혹은 아무 죄값을 치르지도 않고 살았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여전히 슬픔 속에 살았을 것이다. 문득 잊고 있었던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 가리고, 귀 막고, 터벅터벅 걸으며 살아가는 삶.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삼풍 축제의 밤」과 같은 책들이 계속해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