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군함도 세트 - 전2권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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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김두영은 친일파다. 춘천에 일본인들이 늘어나면서 김두영은 발 빠르게 앞 두루에 정미소를 차리며 자리를 잡는다. 싸전에 건어물까지 다루는 가게를 내면서 기반을 다진다. 거기에 금광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친일파라는 손가락질과 곁눈질과 눈흘김 속에 살아간다는 자신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징용이란 올무는 비켜갈 수 없었다. 두 아들 중에 맏 아들을 대신해서 작은 아들을 징용에 내 보낸다. 그가 지상이다.
지상은 갓 결혼하고 아내의 뱃속에 아이가 생긴다. 그런 아내를 두고 지상은 징용에 동원된다.
드디어 군함도에 이르고 많은 조선인들과 함께 지옥의 생활이 시작된다.
지상과 그 동료들의 지옥 생활을 통해서, 작가는  27년간  발로 뛰어서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고증하고 재현한다.

.

 
1925~1945년까지 20년간 일본 군함도는 지옥의 섬이다.
일본의 항구도시 나가사끼는 거대 군수기업 미쯔비시의 자본 아래 놓여있는 항구도시다. 거기로부터 18.5킬로미터 떨어진 섬 타까시마에서는 일본 최대의 해저 탄광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미쯔비시 타까시마 탄광이 있고 다시 이 섬에서 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 하시마라는 무인도이다. 마치 바다에 떠있는 군함과 같다고 해서 ‘군함도’라고 부른다.
거기에는 일본인들이 모자라는 광부들을 조선인으로 보충한다.
강제징용이다. ‘모집’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훑어가 탄광에 처넣는 횡포를 감행한다. 심지어는 나이 어린 소년까지 강제로 끌고 간다.
그들은 죽음보다도 더 처절한 해저 탄광의 생활이 시작된다. 열악한 작업환경, 물마저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식생활, 아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하 갱도, 매일처럼 이어지는 사고, 폭발, 질병, 죽음, 심지어는 견디지 힘든 사람들이 선택하는 자살.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한 자들의 죽음, 고문, 처형........ 그야말로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지옥의 섬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조선에 대한 만행. 그에 따른 조선인들의 나라를 뺏김으로 인한 굴욕과 서러움, 마치 짐승인듯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노예 같은 삶.  그리고 전쟁의 불합리성, 지옥과 같은 비참함, 파리보다도 하찮게 취급되는 조선인들의 목숨,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 살아남기 위해 친일을 해야만 했던 조선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싹트는 사랑과 우정, 민족애. 그것들을 이 책은 고스란히 담아낸다.
결국  패일의 현장, 피폭의 현장은 처절했다. 그 처참한 현장까지 작가는 여과 없이 그려낸다.
2015년 8월 원폭 사몰자는 16만 8,767명으로 조사 되어있다. 이 숫자는 해를 거듭하며 늘어날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은 수면 위로 보이는 ‘얼음덩어리’일 뿐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국인 피폭자들이 살아야 했던 비참한 실상과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대두하고 있는 피폭 2세 3세의 문제까지 수면 아래 도사린 얼음덩어리에는 단순하지 않은 수많은 문제점들이 난마처럼 도사리고 있다.
그 배경에 국제질서와 강대국의 논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 복원’을 위한 제 작업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기록과 진실의 주춧돌 위에 상상력으로 세우는 서사적 건축으로 후세의 기억을 위하여,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역사를 위하여, 그리고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의 적확한 자리매김을 위하여, 과거사를 그리는 이 작업은 이어질 것이다.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2부 468 p)

 

그렇다.  그들이 그토록 크나큰 대가를 치르고 깨달았던 “조국”이라는 단어.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그 어마 무시한 화두를  나는 가만히 앉아서 이 책 한 권을  읽음으로써 깨달을 수가 있었다. 행운이라고 하기엔 그들에게 너무나 송구하고 마음이 시리다.
은폐의 바다에 떠 있던 폐허의 섬 군함도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하시마탄광의 유구'라는 이름으로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의 하나로 등재되었다는데 대해서는 정말 분노할 일이다. 일본은 그 영광 뒤에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눈물과 분노와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꼭 명기해야 마땅할 것이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조선의 후예라면  마땅히  기억 해야할 어제이다.  그래서 한국의 모든 이들이 한번쯤 꼭 읽어야 될 책이라고 생각된다.
사실적인 역사라서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생각외로 너무나 술술 읽혀졌다. 또 거의 5 페이지 정도 마다 나오는  재미있는 속담들은 마치 속담 사전을 보는듯 했다. 또 지역 사투리와, 고통중에서도  위트를 발휘하는 대화체들이   여유있는 우리 민족성을  느끼게 했고 가독성과 재미를 더하게 했다.

 

산다는 것, 사랑하는 것들과 곁에 있는 것,
정겨운 것들과 기쁨도 단란함도 함께 하는 것,
햇살이 비껴드는 방과 맨드라미가 자라는 뜨락이 있고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 것,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었던가. -중략-
 이제 나는 그 소중함을 안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과 사랑이다.
이제 안다.
 마지막까지 기대고 부둥켜안아야 하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4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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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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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작아지는 기억의 광장에서 노인은 사랑했던 모든 것들과 이별하는 연습을 한다.
그런 할아버지를 안타까워하는 손자와 아들의 사랑이, 위로가,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짧은 소설이다. 또 그로 인해서 인간의 삶이,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광장이 하룻밤 새 또 작아졌구나.“(15)

 

노인의 ‘기억의 광장’이 자꾸자꾸 작아진다. 그럴 때마다 노인은 좌절감에 미간을 톡톡 두드린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엔 지도도 나침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문득문득  기억의 단편들이 두서없이  등장할 뿐이다. 열쇠처럼, 깨진 유리조각처럼.

 

 

 그 둥근 광장 한가운데는 초록색 텐트가 있고 벤치가 있다. 그 벤치 밑에는 히아신스들이 피어있다. 아내가 좋아하던 꽃이다. 노인과 손자는 벤치에 앉아있다.  노인은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80P)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81P)

 

수학과 손자에 대한 믿음은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노인은  손자를 노아 노아’라고 반복해서 부른다.  그것은 노아를 남들보다 두 배 더 좋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노아에게 물고기를 낚는 법과,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우주에 대해 가르쳐 준다.
그러나 아내와의 아름답던 추억, 티격태격하던 추억,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아내와의 광장에서는 자신의 두려움을 솔직히 실토한다.

 

내가 무슨 밧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켜쥐고 그래요
두 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아서,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83P)
여보, 기억들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려고 할 때처럼 말이야. 나는 계속 한 페이지가 없어진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85P)

 

노인의  뒤죽 박죽인 기억의 광장은 점점 더 아득한 우주를 떠돌고 있다.

 

우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매일 아침마다 점점 길어진단다. 할아버지는 지금 넓고 잔잔한 호수를 떠다니고 있어 노아노아야.(107P)

 

아내를, 아들을, 손자를 잊어버릴 가봐 두려워하는 노인에게 손자 노아는 말한다

 

저를 잊어버릴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중략- 네, 저를 잊어버리면 저하고 다시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건 꽤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친하게 지내기에 제법 괜찮은 사람이거든요.(134P)

 

우리가  할아버지를 어떻게 도와드리면 돼요?
아빠의 눈물이 소년의 면 스웨터 위에서 마른다.
할아버지랑 같이 길을 걸어드리면 되지.
같이 있어드리면 되지.(150-151p
)

 

사라져 가는 기억에 대한노인의 두려움은, 요즘 나이 들면서  나역시도 문득문득 느끼게 되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다가오는것일까?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라는 조병화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아니, 죽음은 느린 북이에요. 심장이 뛸 때마다 숫자를 세는.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실랑이를 벌일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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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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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신 하나님이 만든 이 세상은 공평한가?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그것이 공평이라면 이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선을 행해도 무병장수하지 않고, 악을 저질러도 당장 불벼락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기회주의적이고 악을 행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승승장구 더 잘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럴 때  사람들은 정말로 ‘보복 대행 전문 주식회사라는 것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작가 이외수는  특유의 언어 기법과 상상력으로 그런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화자 정동언은 식물들과 염사(念寫)를 주고받는 채널러다. 그의 조상은 친일파였고 그래서 물려받은 재산으로 주침야활, 면식 수행하는, 그야말로 가진 건 돈과 시간밖에 없는 서른 살 청년이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열등감 때문에 모든 희망을 포기해 버리고 세상의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의무감으로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면서 그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실제로 작가 자신이 칩거하고 있는)에 자리를 잡고 수목원을 가꾸면서 나무들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소위 은둔형 외톨이다.  은둔형 외톨이라고는 하지만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식물들이 친구이고 또 절친인 현직 박태민 검사, 그가 좋아하는 꽃집 아가씨 한세은이 있다.  그들은 지역신문사 발행인 노정건교수와 힘을 합해서 <보복 대행 전문 주식회사>를 만들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앙갚음을 대행해 주고자 나선다.  동물 학대자, 혈세 낭비 정치가, 대국민 사기의 장본인들, 학교 폭력자들...... 그런 파렴치한들을 과감하게, 후련하게 응징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의  모든 식물들과의 채널링. 즉 세상의 모든 식물들이 cctv가 되어 원하는 곳, 원하는 물체를 샅샅이 녹음 방송하고, 언제 어느 곳에나 실시간 전송해주는 능력 때문에 가능하다. 또 노정건교수와 한세은의 뛰어난 물리적인 힘(유단자)에 박 검사의 해박한 법적 지식까지 합쳐진 결과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읽어내려가게 만드는 책이다.

작가는 광인같은 기인, 특유의 괴벽, 바보같은 천재, 언어의 달인, 기인이라는 형용사의 주인공 답게 동화같은 상상력과 해학, 유모어, 아재개그까지 썪어서 약간은 치기스럽다할 정도로 장난같은 복수극을 엮어간다.

그러나 작가의 현란한 수사력, 비속어, 은어, 욕설,로 점철된 문장들은 어쩌면 보수적인 비평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문장은 작가 특유의 문장색깔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도 자칫 비속어가 일반어가 된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큰 흐름이야 권선징악의 위대한 맥으로 이어가고,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크나큰 역할을 해 내지만 주먹과 협박, 내지는 주술적인 수단까지 동원해서 벌인 복수극은

그 과정이 너무 허황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물론 방부제마저 썪은 시대라는 충분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인간은 가슴에 사랑이 가득할 때 행복해진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것을 사랑할 수는 없다.(소크라테스)(313p)

소망은 나도 잘되고 남도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지만 욕망은 나만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316p)

지혜로운 인간들은 진리를 탐구할 때 머리를 버리고 마음을 취하네.(317p)

진정한 공부는 현상을 탐구해서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을 탐구해서 얻어 낼 수 있는 일이라네(318p)

 

그 얼음을 들여다보시면 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 있네.
사막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얼음이 녹고 있네 하지만 얼음이 다 녹으면 개구리는 탈출할 수는 있지만 결국 말라죽고 말걸세.
그 개구리를 살려야 하네. 사막일세.
어떤 경우에도 주어진 상황과 조건을 바꾸지 말고
개구리를 살려야 하네.(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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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 미래 로봇이 알아야 할 인간의 모든 것, 2018년 행복한아침독서 선정
닉 켈먼 지음, 김소정 옮김 / 푸른지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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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가 몰랐던 호모 사피엔스의 정신 해부학이 안드로이드를 통해서 밝혀진다.
마치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인간의 정신적인 배가 완전히 갈라져 핀으로 꽂혀진 느낌이다.
어쨌거나 작가는 재치 있고 유머 있는 표현으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해부학을 펼쳐간다.

 

 

 

 

 

 

 

 

정말 인간의 부끄러운 부분들이 너무 많음을  본다.
호모 사피엔스. 슬기로운? 지혜로운 사람이란 명칭이 무색한것 같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들도 분명 있음에  자부심을 느껴도 될까?

 

인식을 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 잭은 어느 날 실험실 철재 탁자 위에서 의식이 시작된다. 이튿날  ‘스턴과 프랭크 법률사무소’로 가서 법무 사무관으로 소개된다.
잭은 자신이 왜, 무엇을 하러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자신에게 내장된 인터넷 검색으로 추측을 한다.

어쩌면 나는 외국 정부나 이 회사와 경쟁하는 기업에서 심어놓은 스파이일 수도 있었어, 스파이라는 사실이 들통 나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 거고. 내 추측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어, 하지만 분명한 건 첫째, 창조자를 만나면 내 의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거. 둘째, 내가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하면’ 창조자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거였어(41-42P)

그래서 잭은 22일 동안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하려고  노력하고 또 인간이 되기 위해 인간을 연구하고  자기 뒤에 만들어질 다른 안드로이드를 위해서 ‘안내서’와  ‘인간 관찰 보고서’ 23 편을 작성한다.

1. 자극 감지와 반응. 2. 사람의 주거공간. 3. 성별 선택하기. 4. 일. 5. 돈. 6. 종교. 7. 번식방법. 8. 사랑. 9. 기술. 10. 예술. 11. 중독. 12. 유머. 13. 재미. 14. 규칙 어기기. 15. 이기심과 친절함. 16. 자기 파괴, 자기 기만, 위선. 17. 공포. 18. 차이, 사회 범주, 유행, 19. 취향. 20. 경쟁, 21. 부모와 자녀. 22. 행복. 23. 끝내는 말

 

린치 박사는 잭을 한 가지 감정을 가진 기계, 미워할 줄 아는 기계를 만들려고 했다. 그의 작전대로 이어지는 잭의 22일 동안은 그야말로 고군분투의 삶이 이어진다. 즉 한 가지 목적, 인간이 원하는 목적을 위한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 린치 박사는 잭을 숨 막히게 훈련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잭은 아버지(린치 박사)를 향해 소리친다.
“아버지가 또다시 같은 일을 한다고 해도 결국 실패하고 말 거예요. 왜냐하면 아버지가 내린 결론처럼, 생명체가 프로그램 될 수 없다는 결론은 항상 이런 결과로 입증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309p

여기서 잭은 의식뿐 아니라 감정까지 느끼는 로봇이다.
과연 실현 가능한 상상일까?  거기에다 진정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다니, 왠지 신의 권위에 도전한' 에리 직 톤의 신화'가 생각나면서  갑자기 삭막하고 두려워진다.
그러나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 사람이란 존재는 무엇인가'를  깨우쳐 주기도 한다.
행복, 경이로움. 이타적, 헌신적, 용기, 고결. 희생......등의 긍정적인 부분이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의 본질일 수 있다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해결 방법을 찾으면서 타인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사람임을 알게 된 순간
잭은 진정한 사람이 된다.(322p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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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찾아 떠난 남자 - 빛으로의 여행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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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시간마저 얼어 버린 것 같다.
덜덜 떨게 만드는 추위 외에는 바람 소리만 들린다.
몰아붙이는 바람의 숨결은 얼음 같아서 모든 것을 굳어버리게 만든다.(9p)

 

 

누구에게나 인생의 겨울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남자의 지금은 겨울이다.  '꿈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인생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는 대체 누구인가?'  눈과 얼음이 가득한 바깥 정원을 망연히 바라보며 독백하던  남자는 돌연  화려한 색채의 새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 새가  목련 나뭇가지에 앉으면  탐스러운 꽃봉오리가 피고  새가 사라지면 다시 꽃들은 고개를 숙였다.  새가 가는 곳마다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면 향기가 넘친다. 그러나 이내 새는 숲으로 사라지고 숲 속은 다시 침침하고 추웠다. 남자는 새의 마법에 사로잡혀서 마침내 장화를 신고 배낭을 꾸려서 새를 따라나선다.

 

 

 

 남자는 물레방앗간에서 밀을  빻아주고 금빛 가루를 얻는다. '그 가루는 내면 깊숙이 간절하게 갈망하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아로마를 담고 있다'라고 방앗간 주인은 말한다. 
   새를 놓치고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남자는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를 찾아  여행을 계속한다. 걸으면서 남자는 스스로  조금씩 자신을 찾아간다.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장이 되었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제복을 입고 있다는 선장을 만나고, 와인을 빚는 노인을 만나서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산림 관리인들이 베어낸 나무에서 새의 알을 얻는다. 다시 만났다가 사라진 새에게  돌려주기 위해 그 새알을 고이 간직한 채 남자는  계속 여행을 한다.  부자아이를 질투하는 가난한 소년을 만나 금빛 가루로 떨어진 소년의 신발창을 붙여주기도 하고, 작은 왕국의 왕을 만나고, 제빵사를 만나고, 포도밭의 할머니를 만나고, 포도밭 농부,  그림을 그리는 소녀, 식당 노인, 어부를 만나고, 돌로 값을 치르는  봄섬에서, 양봉업자, 꿈을 잃어버린 소녀도 만난다. 그러나  한 번은 매력 있는  처녀를 만나서  아버지의 유산인 시계를 뺏기고 폭력을 당한다. 그것은 어처구니없는 희망을 품은 결과였다. 사막에서는 신기루에 속아 목숨을 잃어버릴뻔하기도 하고, 인생이라는 모래시계 안에 갇혀서 절망하기도 하지만...

  과연 남자가 찾은 '봄'은 무엇일까?

동화,<파랑새>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행복을 찾아 떠나고, <봄날>의 남자는 봄을 찾아 떠난다.  어른을 위한 동화지만 그  남자의 여행 속에서 풍성한  사유들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철학, 심리학에 대한 질문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다. 메모하고픈 구절들이 너무 많지만  몇 가지만 적어본다.

 

살다 보면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죠,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다시 자신의 길을 가야만 합니다.(18p)

자신의 인생을 추천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서글픈 결산이죠.(23p)

길이 막혀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면, 등을 돌려 어느 쪽으로  길이 열렸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완전히 막혀버려 더는 아무런 가능성도 없는 상황은 인생에서 절대 있을 수 없다.(33p)

"왜 봄이 올 때까지 그냥 집에서 기다리시지 않고요?"
"좋은 인생은 그냥 찾아오지 않으니까."(47p)

아마도 모든 실패는  잘못된 것의 끝이고 올바른 무엇인가의 시작일 거야.(48p)

질투한다고 해서 부러운 상대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어. 너만 다칠 뿐이야.-중략- 다른 사람을 따라 흉내 내는 대신 너 자신을 걸작으로 빚으려무나."(75p)

이게 불행인지 행운인지 우리는 모르오. 앞일을 우리가 알 수는 없으니까.(91p)

포도의 수확이 포도의 죽음을 뜻하지는 않아요. 그건 그냥 변화일 뿐이 라오.(104p)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우리의 평가와 상관없이 세상 모든 것은 그만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110p)

자기 자신은 변하지 않은 채 주변만 바뀌면, 낡은 자아가 지겨운 모기떼처럼 당신을 따라다닌 다닌다는 것을 유념하세요.(133p)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설 빈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이 성취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뚯이라오.(156p)

끊임없는 행복을 추구할 때 안타깝게도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리 떼어놓는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의미를 추구할 때 우리는 내면에 집중하게 되죠.(162p)

노년의 지혜는 젊음의 피와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열어준다.(211p)

누군가에게 시간을 바친다는 것은 네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다.(215p)

자작나무 아래 여전히 그 각진 돌이 놓여 있다. 아버지가 손에 쥐여주며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며 닳아지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가르쳐주었던 바로 그 돌이다.(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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