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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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작아지는 기억의 광장에서 노인은 사랑했던 모든 것들과 이별하는 연습을 한다.
그런 할아버지를 안타까워하는 손자와 아들의 사랑이, 위로가,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짧은 소설이다. 또 그로 인해서 인간의 삶이,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광장이 하룻밤 새 또 작아졌구나.“(15)

 

노인의 ‘기억의 광장’이 자꾸자꾸 작아진다. 그럴 때마다 노인은 좌절감에 미간을 톡톡 두드린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엔 지도도 나침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문득문득  기억의 단편들이 두서없이  등장할 뿐이다. 열쇠처럼, 깨진 유리조각처럼.

 

 

 그 둥근 광장 한가운데는 초록색 텐트가 있고 벤치가 있다. 그 벤치 밑에는 히아신스들이 피어있다. 아내가 좋아하던 꽃이다. 노인과 손자는 벤치에 앉아있다.  노인은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80P)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81P)

 

수학과 손자에 대한 믿음은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노인은  손자를 노아 노아’라고 반복해서 부른다.  그것은 노아를 남들보다 두 배 더 좋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노아에게 물고기를 낚는 법과,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우주에 대해 가르쳐 준다.
그러나 아내와의 아름답던 추억, 티격태격하던 추억,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아내와의 광장에서는 자신의 두려움을 솔직히 실토한다.

 

내가 무슨 밧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켜쥐고 그래요
두 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아서,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83P)
여보, 기억들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려고 할 때처럼 말이야. 나는 계속 한 페이지가 없어진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85P)

 

노인의  뒤죽 박죽인 기억의 광장은 점점 더 아득한 우주를 떠돌고 있다.

 

우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매일 아침마다 점점 길어진단다. 할아버지는 지금 넓고 잔잔한 호수를 떠다니고 있어 노아노아야.(107P)

 

아내를, 아들을, 손자를 잊어버릴 가봐 두려워하는 노인에게 손자 노아는 말한다

 

저를 잊어버릴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중략- 네, 저를 잊어버리면 저하고 다시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건 꽤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친하게 지내기에 제법 괜찮은 사람이거든요.(134P)

 

우리가  할아버지를 어떻게 도와드리면 돼요?
아빠의 눈물이 소년의 면 스웨터 위에서 마른다.
할아버지랑 같이 길을 걸어드리면 되지.
같이 있어드리면 되지.(150-151p
)

 

사라져 가는 기억에 대한노인의 두려움은, 요즘 나이 들면서  나역시도 문득문득 느끼게 되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다가오는것일까?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라는 조병화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아니, 죽음은 느린 북이에요. 심장이 뛸 때마다 숫자를 세는.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실랑이를 벌일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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