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 2026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서련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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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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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남겨진 질문들.

𝐊𝐞𝐲𝐰𝐨𝐫𝐝𝐬 미친 라인업(p) • 변신 • 일탈적 상상력 • 현실과 환상 • 공간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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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을 비롯해 여섯 편 모두 여성 작가가 썼다. 다른 지면을 통해 읽어본 작품도 있고, 새롭게 작품도 있다. 각자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소재와 인간 군상을 선보이는 글들에 마음이 수런거렸다.

수상작, 박서련 작가의 「변신 이야기」는 여러 경계를 넘어서 다가온다. 사람이 동물이 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된다. 개연성은 상상력의 겉피를 두르고 느슨해지지만 ‘사랑’을 말하는 목소리는 단단해진다.

여러 가지 몸으로 변신하더라도 “동물일 때도 나고 인간일 때도 나”(p.21)라는 고백은 곧 그 사랑을 감각하는 존재가 ‘나’라는 지점에 다다른다.

주인공 ‘나’는 돈을 향한 열망,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장 인간적인 특성”(p.25)이라고 여긴다. 선명한 사랑 앞에서 그런 인간적인 욕념들은 점점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김채원 작가의 「태양에서 멀리」는 마약 공급책 소녀, 솔지의 이야기다. 솔지는 약점을 숨기기 위해 “필요 이상의 적의”(p.48)로 마음속이 들끓는다. 그녀에게 선과 악의 경계를 명료하게 가르는 건 이해되지 않는 영역이다. 왜곡된 세계와 현실이 중첩되고,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닌데 사실로 들리고 사실로 보”(p.52)인다.

“축복이어도 저주여도 상관없어. 안긴 채로 등을 기대고 가만히 있을 거야. 내가 있는 곳을 좋아하고 싶어.” — p.69

솔지가 이해하려 애쓰던 것들을 함께 고민해주고 싶어진다. 혼자만의 불행과 적의와 수수께끼를 같이 헤집고 나란히 앉아서 태양을 마주 보고 싶다. “불에 그을은 유리 조각” 대신에 손차양을 드리워주면서, 이렇게 태양을 보는 방법은 다른 것도 있다고 말해줄 것이다.

함윤이 작가의 「굴은 구르지 않는 돌」은 큐알코드로 사운드트랙도 제공한다. 들으면서 읽으면 활자 사이로 축축한 동굴이 입을 벌린다. 읽을수록 그 속으로 가만히 침잠하는 것만 같다.

주인공 나는 명진과 후지이 유코, 두 여성과 함께 동굴을 배경으로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에 착수한다. 유구하게 이어져 오는 남성성의 민낯은 동굴, “폐허로 몰락한 공간”(p.152) 속에 고여 있다. 그것이 잊히거나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포착하고, 구술하고, 녹음한다.

주인공은 “개개인의 서사와 공간의 역사가 교차되는 과정을 관찰하”(p.152)지만 두 여자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감히 하지도 않”(p.181)는다. 생리적 현상에 굴복할 수밖에 없어서 마지막 뒷이야기를 채 듣지도 못하고 자리를 뜨기까지 한다.

주인공과 명진, 후지이 유코가 딛고 선 동굴과 지금 이곳이 다르지 않다.

여섯 편 모두 다정한 이야기들은 아니다. 서늘한 눈으로 깊게 들여다보고 꺼내어 둔 만큼 버석하다. 생각해 봄직한 질문들을 하나씩 안겨주면 답을 고르느라 행간에 오래 머문다. 이 곡진한 초대에 화답하기 위해서 공들여 읽고 싶어진다.

#변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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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길을 단테와 함께 걸었다 - 나다운 삶을 위한 가장 지적이고 대담한 여정
마사 벡 지음, 박여진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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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오퀘스트라4기

“진실에서 분열될 때 그곳이 지옥이다. 온전함을 회복한다는 말은 지옥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p.133)

단테의 신곡을 읽지 않았어도 완독에 어려움이 없다. 원제보다 서정적인 제목으로 번역하면서 책 내용에 기대감을 올렸고, 동시에 단테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약간의 부담감을 더한 셈이다. 하지만 정말 이 책은 독자와 ‘함께’ 걸으려고 작정했을 뿐이다.

각 파트마다 저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을 단테의 신곡에 비유해 충분히 설명하고, 내담자들과의 실제 사례를 예시로 삼아 이해를 돕는다. 그러면서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내면과 상태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끔 질문을 던진다.

현학적인 질문에 멋진 답을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원하지 않는데 계속하는 일이 있는가?라고 물으면 미친(n) 교통체증 출근길, 운동, 밀가루 적게 먹기, 시험 공부 등등 구체적이고 개인화된 답만 하면 된다.

그 답들을 가지고 어떻게 어두운 숲길을 감각하고 지옥을 통과하고 연옥을 거쳐서 마침내 천국에 다다르게 되는지 보여준다.

이 책에서 어두운 숲길로 표현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 사람이 겪는 삶의 부조화”다. (p.19) 자신의 본성과 사회적·문화적으로 학습한 “좋은 사람” 행동 지침이 어긋날 때, ‘해야 할 일’과의 불일치가 벌어질 때.

저자는 이 어두운 숲에서 고통을 감각할 때 그 신호를 잘 포착하자고 권유한다. 내면과 외부의 세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의 그 불완전함을 알려주는 신호 덕분에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지옥이 있다. 내면에 품은 지옥이.” (p.126)

나로서 온전해지면 불행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이 강한 믿음은 끝까지 이어진다.

책의 후반부에는 이 여정에 익숙해진 저자와 내담자들이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p.397) 삶의 방향을 예감하게 되거나 환희로 가득한 일상을 누리는 단면을 보여준다. 저자가 단테의 신곡이 인생사를 은유했다고 이해했듯, 나도 이를 저자의 단단한 믿음과 삶의 만족도를 은유한다고 받아들였다.

(지나치게 의심 많거나 회의적인 성향이 아니라면) 인생에 ‘노오력’(p.60)이 제대로 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이 책이 내미는 손을 순순히 맞잡고 여정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거짓된 믿음을 추적하고, 그 믿음에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본성과 조화를 이루”기를 “1,000번 반복하다 보면 매번 조금씩 좋아진다. 넘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끝난 게 아니다.”(p.313)

반복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생은 원래 납작하게 선형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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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두발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8
카렐 차페크 지음, 정보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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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

온갖 고생 끝에 8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유라이 호르두발, 감동의 가족 상봉만을 꿈꿨는데!

어. . . 부인은 데면데면하고 아기였던 딸은 훌쩍 큰 열한 살.

게다가 그들에게는 나보다 더 가까운, 젊은 남자 일꾼-머슴-이 있네?

이 가족 행복해질 수 있을까.

-

『호르두발』은 이야기 줄기를 크게 총 3권으로 쪼갠다. 호르두발의 귀환, 살인 사건, 법정의 재판으로 이어지는 플롯은 독자를 가둬두고 결말로 내달리게 한다. 나를 기준으로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드러낸다. 이것이 철학소설인지 도파민 도는 아침드라마 대본집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주인공 호르두발은 가족과 만났지만 여전히 마음 붙일 곳 없이 고립되어 있다.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헐거워, 함께 있어도 소외감으로 떠밀려 날 뿐이다. 그저 혼잣말을 되뇌이며 달에게 묻고 말과 소에게 묻는다. 구름을 보면서 저녁의 행방을 물을 뿐이다.(p.82) 가장 친밀해야 할 존재, 가족의 마음에 가닿는 길은 멀기만 하다.

이제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실상은 분명 존재한다. 헤아리는 것은 각자 몫. 그런데 저마다 쥔 마음 조각을 맞추기만 하면 진실을 온전히 이해해 낼 수 있다는 건 섣부른 착각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진실은 더 깊고 무거우며 현실은 더 다면적이고 복잡”(p.233)하기 때문이다.

호르두발이 말하는 아내 폴라나와 지인들이 말하는 폴라나는, 다르다. 부부간의 신의를 지키는 이와 배덕한 이, 같은 사람을 두고 모순된다. 어떤 일도 인간도 오직 하나의 의미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삶은 불명확하고 불확실한 혼란이고, 도처에 모순이 웃자란다.

2, 3권은 본격적으로 추리력이 발동하는 전개가 이어진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선명하게 보이던 판은 무너지고, 견고한 논리에 틈이 생기고, 진실은 모호해진다. 증언들이 교차할수록 나조차도 확고하게 믿었던 진실과 등장인물에 대한 판단이 흔들렸다.

이게 인간사라고, 나에게서 시작된 진실이 어떤 왜곡 없이 타인에게 도달한다는 것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 역시 미상하다.

이 책은 차페크 철학소설 3부작 중 첫머리에 해당한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 진실에 관한 고찰이 호르두발의 삶과 얽혀 있다. 그가 겪은 불운한 일들은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차페크는 실화 속 진범보다 더 비난받았던 ‘괘씸한 아내‘에 주목하며, 타자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포착해낸다. 실재하는 이야기에서 건너온 목소리인 까닭, 우리를 힘있게 사로잡는다.

“그런데 호르두발, 저 언덕에서부터 마음속에 품고 내려온 평화가 있었지? 널 아래로 잡아당기는 그 무게는 뭐야? 거기서 뭔가 너무 많이 가져왔지. 그건 바로 슬픔이야.”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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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
가브리엘 웨스턴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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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오퀘스트라4기

“때때로 진실은 우리가 마음으로 파악하기 훨씬 전에 몸에서 느껴지기도 한다.”(p.129)

영문학을 전공한 뒤 다시 의학도의 길을 선택한 이력답게, 이 책은 감성에 적신 활자를 이성에 의거해 문장으로 조립해 낸다.

저자는 외과의사로 해부학에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런 그녀가 들여다본 인간의 몸, 생로병사의 순환과 개인의 인생사가 빼곡하게 들어 있다.

책은 부검실에서 목도한 죽음에서 시작해 뼈, 성기, 창자, 자궁, 허파, 피부, 가슴, 콩팥, 뇌, 간, 심장을 거쳐 다시 수술실에 선 외과의로서의 삶에 도달한다.

자신의 심장은 승모판 역류 문제를, 어린 아들은 갑작스러운 뇌 수술을 겪어야 했던 병력을 밝히면서 “가끔은 질병 덕분에 사물의 이치를 깨닫”(p.294)거나 “아플 때야말로 우리가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이자,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시간이”(p.360)라고 담담히 읊조린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지식을 열거하는 의학서와 자신의 경험과 삶의 단상, 사유를 엮은 에세이 그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매년 10퍼센트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뼈(p.45), 뇌와 장, 장내 세균이 밀접하게 이루는 삼각회로(p.121), 열두 번의 연속 부분 절제술을 받더라도 다시 자라나는 간(p.322)의 이야기들은 나를 이루는 이 장기들에 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걸 깨닫게 한다.

저자는 부검실과 수술실, 혹은 환자들과의 접촉 등 가장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순간에도 “헌신하더라도 그것을 개인의 이야기로 만들지 않으면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p.163)다고 말한다.

그녀가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의 감각을 묘사하는 장면은 시적이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는 철저히 닫힌 내 몸이라는 세계를 밝히는 등대같고, 나는 살아 있다는 날카로운 감각을 느낀다.”(p.151)

메스가 살갗을 가르는 순간을 두고 끝내 “바깥에서 안으로, 현실을 향해 나아간다”(p.155)고, 피부 아래 생동하고 있는 몸을, 스스로를 감각해가는 과정을 몇 번이고 설명해준다.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거나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전율로 고양되는 때와 장기의 결함을 따지고 수술을 참관하고 병명을 헤아리는 때가 다르지 않다고. 인생이라는 비물질적인 분야와 몸이라는 물질적인 분야 역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몸에서 시작해 존재를 감각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헤아려보게 하는 책. 갖가지 불확실한 것들 사이에서 익숙한 내 몸, 그것의 경이를 실감해본다. 삶의 과정, 죽음에 닿기까지의 여정이 모두 이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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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기일지 ㅣ 은행나무 시리즈 N° 24
이선진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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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은행잎4기

침묵 뒤에서 자기 존재를 지워가는 방식으로 살아내던 진진주가 ‘나’와 마주하는 여정.

마치 바닷조개가 만들어 내는 진주와 진진주가 고군분투해 온 시간이 덧대어 비치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걸쳐 조각조각 흩어진 침묵의 파편을 애써 그러모으는 방식으로, 은밀하게.”(p.63)

소설은 기발한 언어유희가 가득하고, 질문 앞에 정형화된 답을 하지 않는 조카 ‘석기’가 나오고, 좀처럼 세상과 맞닿지 않으려 하는 진주의 일상이 이어진다.

위장결혼을 하고, ‘진짜 시어머니’같은 시어머니가 삶에 껴들고, 애인이 있는 진진주가 ”밟힌 지뢰마냥 터지기 일보 직전인“ 조카 석기와 보내는 나날들은 소란스럽다. 그리고 현재와 과거가 곧잘 교차한다.

이 유년기 기억들을 소환해 오거나 중첩된 기억 사이에 균열을 내는 건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석기다. 마음과 닮았다. “마음이 변했어, 라고 하지 않아도 마음은 그 자체로 변하는”(p.195) 성질을 지닌 것처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그 와중에 진주는 점점 ”스스로를 남처럼 대하지 않고 스스로처럼 대“(p.31)하게 된다.

쉽게 읽히는 이야기인 것처럼 말간 낯을 하고 자꾸 골몰하게 만들었다. 두고 온 것, 잃어버린 것, 떠나버린 것을 붙드는 대신 놓아주는 법을 생각해 본다. 이 모든 과정이 나를 이뤄가는 시간임을 알겠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은 곧 내가 생각하는 것이자 내가 느끼는 것이자 내가 읽는 것이자 내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것들의 총합이거나 총합보다 훨씬 더 큰 무엇이었다.”(p.109)


#은행잎서재 #잃기일지 #이선진 #시리즈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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