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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
조 애버크롬비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제공 #서평단
“자비와 비겁함은 같은 말이다.(p.457)”
복수와 복수가 얽혀서 서로 매섭게 겨눈다. 1권의 말미까지,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하는가 하면 다른 쪽도 금세 박차를 가해 뒤쫓는다.
몬즈카로 머카토, 몬자는 어린 남동생을 위해 농사를 일구던 손으로 ‘카프릴의 도살자’, 천검단의 용병대장으로 거듭난다. 아버지 자포 머카토에게 “어떻게 그토록 좋은 검을 가지게 되었는지” 듣지 못했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p.41)” 사사받은 덕이다.
사랑하는 동생 베나 머카토 외에는 세상 만물 어느 것에도 정 붙인 바 없던 이 냉혹한 ‘전쟁의 여신’은, 고용주 오르소 대공에게 배신당해 동생을 잃고 자신도 온몸을 도륙당한 채 죽음으로 내몰린다. 사신으로부터 놓여나는 순간, 몸은 불구가 되었지만 정신만은 복수를 향한 일념으로 단단해졌다.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에서는 몬자가 어떻게 복수를 계획하고, 그가 죽여야 할 일곱 대상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지 그 궤적을 세밀하게 그린다. 복수의 불꽃은 가진 것을 모두 불사르고 재가 될 지언정 멈추는 법을 모른다.
몬자가 새롭게 꾸린 복수단의 면면은 서로를 완전하게 신뢰하기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그 삶이 신산하다. 권력, 돈을 향한 욕망, 새로운 삶과 ‘신념’을 향한 이상, 숫자에 관한 강박, 알코올 중독자 등 제각기 가진 이력은, 평화로운 시대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자들이다.
북부 전사 출신, 독물학자와 조수, 악명 높은 감옥 출신의 전과자, 몬자의 스승이자 천검단의 대장이었지만 한낱 주정뱅이로 전락한 자. 저마다 앙갚음을 위해 기회의 땅에서 모였고, 이제 다시 돌아가는 법은 모른다.
잔혹한 유혈 장면이 등장한다. 독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검술을 펼치고 육탄전도 서슴없다. 목표물을 하나씩 제거하기 위해 접근하는 장면과 계획은 정교하고, 남매의 어린 시절에 관한 회고 장면은 복수의 당위성에 더욱 힘을 싣는다.
“운과 선택은 늘 함께하지.(p.87)” 몬자는 살생을 일삼았지만 오랫동안 후회하는 법을 몰랐다. 오래 기다렸지만 그것은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이미 속에 악마가 들어앉았다는 스승의 말이 옳을 지도 모른다. 무수한 자들의 목숨을 거두고 승리를 이끌 때, 불운은 멀고 선택은 옳은 것만 겨누는 것 같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졌고, 목숨을 앗지 않으면 다시 앗길 처지다. 복수는 치밀하고 냉혹하게,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앗아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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