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삼각 둘이서 4
남순아.백승화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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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최선을 다해 내가 되겠다는 결심(p.265)”을 하는 사람과 “자신의 쓸모를 스스로 정의하겠다는 선언(p.167)”에 두근거리는 사람의 조합이 멋진 글.ᐟ



이인삼각 : [명사]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서로 맞닿은 쪽의 발목을 묶어 세 발처럼 하여 함께 뛰는 경기.

정말 재밌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또 티키타카 잘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제목과 책의 내용이 꼭 맞아 들어간다. 영화를 업으로 삼은 두 사람이 동지애를 넘어서 연인이 되고, 그렇게 함께 살면서 겪어온 시간들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각자의 삶이면서, 또 같이 건너온 계절과 시간의 내력이 그 자체로 이인삼각 경기를 보는 것만 같다.

글 하나씩 번갈아 쓰는 <둘이서> 시리즈의 장점이 돋보인다. 살면서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성격과 생활습관이 판이하게 다른, 둘의 입장을 순서대로 읽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양쪽 다 글이 투명해서 읽는 내내 편안하고 재밌다. 힘 빼고 쓴 글이 가지는 진솔함이 선명하다. 유머러스하게 일상 속 생각, 감정들을 다 털어놓다가도 깊은 생각을 유도하는 문장이 불쑥 튀어나온다. 잠시 마음이 붙들려 오래 눈길이 간다.

두 사람의 일상은 조화롭다. 농담으로 툭 던진 말이, 진담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서 영화의 묘미를 더하게 되는 일도 그렇고, 어느 때고 툭 치면서 속엣말을 실컷 풀어놔도 다 들어주는 일도 그렇고 인생을 같이 살아나가는 모습이 이상적이다.

이 책은 읽는다기보다는 둘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인간극장을 몰아보는 기분이다. 학창시절의 꿈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네 싶고, 생업 속에서 현실과 이상이 불일치하는 순간에 겪는 불안을 숨김없이 보여줄 때도 역시 모두들 쉽지만은 않네 싶다.

글쓰기로부터 느끼는 고뇌, 책상 꾸미기, 홀수와 질문에 몰두하는 이야기까지. 소소하면서 또 특별하다. 함께, 우리와 같은 말들로 서로를 묶어두면서도 끝까지 각자의 색을 잃지 않아서 매력적이다.

#이인삼각 #둘이서 #둘이서4 #남순아 #백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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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
조 애버크롬비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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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자비와 비겁함은 같은 말이다.(p.457)”

복수와 복수가 얽혀서 서로 매섭게 겨눈다. 1권의 말미까지,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하는가 하면 다른 쪽도 금세 박차를 가해 뒤쫓는다.

몬즈카로 머카토, 몬자는 어린 남동생을 위해 농사를 일구던 손으로 ‘카프릴의 도살자’, 천검단의 용병대장으로 거듭난다. 아버지 자포 머카토에게 “어떻게 그토록 좋은 검을 가지게 되었는지” 듣지 못했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p.41)” 사사받은 덕이다.

사랑하는 동생 베나 머카토 외에는 세상 만물 어느 것에도 정 붙인 바 없던 이 냉혹한 ‘전쟁의 여신’은, 고용주 오르소 대공에게 배신당해 동생을 잃고 자신도 온몸을 도륙당한 채 죽음으로 내몰린다. 사신으로부터 놓여나는 순간, 몸은 불구가 되었지만 정신만은 복수를 향한 일념으로 단단해졌다.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에서는 몬자가 어떻게 복수를 계획하고, 그가 죽여야 할 일곱 대상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지 그 궤적을 세밀하게 그린다. 복수의 불꽃은 가진 것을 모두 불사르고 재가 될 지언정 멈추는 법을 모른다.

몬자가 새롭게 꾸린 복수단의 면면은 서로를 완전하게 신뢰하기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그 삶이 신산하다. 권력, 돈을 향한 욕망, 새로운 삶과 ‘신념’을 향한 이상, 숫자에 관한 강박, 알코올 중독자 등 제각기 가진 이력은, 평화로운 시대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자들이다.

북부 전사 출신, 독물학자와 조수, 악명 높은 감옥 출신의 전과자, 몬자의 스승이자 천검단의 대장이었지만 한낱 주정뱅이로 전락한 자. 저마다 앙갚음을 위해 기회의 땅에서 모였고, 이제 다시 돌아가는 법은 모른다.

잔혹한 유혈 장면이 등장한다. 독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검술을 펼치고 육탄전도 서슴없다. 목표물을 하나씩 제거하기 위해 접근하는 장면과 계획은 정교하고, 남매의 어린 시절에 관한 회고 장면은 복수의 당위성에 더욱 힘을 싣는다.

“운과 선택은 늘 함께하지.(p.87)” 몬자는 살생을 일삼았지만 오랫동안 후회하는 법을 몰랐다. 오래 기다렸지만 그것은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이미 속에 악마가 들어앉았다는 스승의 말이 옳을 지도 모른다. 무수한 자들의 목숨을 거두고 승리를 이끌 때, 불운은 멀고 선택은 옳은 것만 겨누는 것 같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졌고, 목숨을 앗지 않으면 다시 앗길 처지다. 복수는 치밀하고 냉혹하게,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앗아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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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테이크아웃 10
최진영 지음, 변영근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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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존재의 어둡고 습한 부분을 유독 잘 보는 사람(p.16)“, 공평과 기회와 같은 개념을, “그 정의와 가치를 신뢰(p.38)”하는 사람,

최신우가 삶과 죽음 양극단에서 당겨질 때, 한쪽으로 축이 기울게 된 이유를 계속 고민하며 읽게 된다.

“살 이유가 없었던 건지도 몰라.(p.27)”

1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아주 가벼운 책이지만 문장과 사유의 깊이가 묵직하다. 동생의 선택을 두고 원인을 찾고 싶어 골몰하는 형의 이야기가 주된 서사, 결국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단풍은 나무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신우가 읊조리던 장면이 인상깊다. 사람들이 저마다 열광하고 기억하고 사진으로 남기려 안달인 순간이 결국 소멸로 향하는 때라고, 살아서 푸른 순간은 왜 외면받느냐고, (p.72) 신우는 이미 형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관해 물었었다. 금도는 “살아 있는 함성(p72)”을 말하던 동생을 회상한다. 시끄럽고, 푸르고, 그래서 너도 아름답다고. 그의 독백이 먹먹하다.

최금도에게 있어서 최신우는 “이제 더는 쌓일 기억이 없(p.67)”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자꾸만 지난 기억을 곱씹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고 묻고 답하려 애쓴다.

무수히 많은 것들 중 유일한 하나. 그래서 빛이 나는 존재이며, “빛난다는 건 손실된다는 것(p.24)”이라는 신우의 메모가 우리를 붙든다. 모두가 유한한 순간을 살고 있지만, 삶과 죽음이 가깝다는 건 곧잘 잊는다.

금도가 누군가의 안부를 궁금해고 존재와 삶에 관해 끊임없이 확인하는 순간들이 비상구 푸른 불빛 잔상처럼 남는다.

겨울밤 먹먹하고 시린 감성에 젖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중간에 푸른빛 일러스트와 어우러지는 문장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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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 문명의 탄생부터 국제 정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김도형(별별역사)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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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제목에 걸맞은 세계사 책.ᐟ 배경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 각종 이미지 자료들이 흥미와 이해를 돕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각 챕터 끝에 해당 내용을 연표로 수록한 게 참 좋았다. 직관적으로 한눈에 들어오고 흐름을 다시 한번 간결하게 짚어줘서 만족스럽다.

총5개의 장, 지리•전쟁•종교•자원•욕망으로 나누고 해당하는 나라를 하나씩 들여다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흥미 위주로 순위를 정해 읽어도 상관없을 듯 하다. 부담없이 자투리 시간에 펼쳐도 좋다.

중간에 각 나라의 입장이 되어 대화하듯 구성한 부분이 있는데 인상적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눈에 이해하고 넘어가기 좋았다.

‘러시아 : 땅을 먹어도 위험하네•••. 그럼 더 먹자!(p.60)’

러시아의 정복 전쟁 역사를 짚으면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훑는데 이런 식으로 한마디씩 주고받는 대사들 덕분에 이해하기 쉽고 재밌다.

특히 저자가 중점을 둔 방향이, 역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읽다보면 사건의 인과와 그 흐름이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영국이 여기저기 이중약속을 하는 바람에 현재까지도 갈등이 이어지는 중동지역, 광기의 일본군이 벌이는 진주만 공습 결정, 판단 착오로 최빈국이 된 북한 등 익숙한 주제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로 설명해줘서 훨씬 풍부한 ‘역사 이야기’로 다가온다.

세계의 인과관계를 드라마 보듯이 즐겁게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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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난 집오리 더키
앨릭스 채 지음 / 북오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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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술술 읽히는 힐링 동화, 집오리 더키와 친구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살면서 마주칠 많은 일들을 자연스레 겪고 이겨내고 성장할 수밖에 없다. 삶을 대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꿈과 용기, 경험과 호기심이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는지 보여준다.

주인공 더키는 ‘집오리’라는 명칭에 발목잡히기 보다는 자신의 꿈을 놓지 않고, “마음 속의 해와 달”을 쫓으며, 무한한 가능성과 무수한 경험을 스스로 겪는다. 이 과정 속에는 난관을 헤쳐가게끔 손 내미는 친구도 있고, 함께 지나가는 친구도 있고, 때로는 더키 무리를 향해 상처주는 행동을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좌절과 고난에 고꾸라지기 보다는 타고난 ‘몽상가적 기질’과 여행이라는 경험치가 쌓여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더키와 호박벌과 별 불가사리의 모습이 대견하다.

팍팍한 현실에 치여서 금세 불평, 불만이 치솟다가도 더키였다면 이것도 모험으로 여기고, “마음을 깊게 만들(p.95)”어 내는 순간으로 여기겠구나 싶다.

또 친한 사이에 흔히 하게 되는 가스라이팅, 은연 중에 다수인 쪽이 소수를 배척하는 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묘약은 다름 아닌 본인에게 달린 것이라는 의미를 더키의 여행기 속에 온전히 녹여낸다.

가장 아름다운 색은 없다고 말하는 푸른발새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p.155) 모든 색은 아름답고 태양이 노란색이 아닌 각양각색의 빛으로 빛난다는 그의 말에 공감했다. 결핍과 두려움에 저당잡히는 대신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가는 모습이 기특하다.

땅에서 나서 하늘을 날고 바다까지 유영하는 집오리 더키의 여정은,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향한 응원이고 격려다. 만남과 상실, 행복과 좌절, 그리고 우정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부 다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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