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 테이크아웃 10
최진영 지음, 변영근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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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존재의 어둡고 습한 부분을 유독 잘 보는 사람(p.16)“, 공평과 기회와 같은 개념을, “그 정의와 가치를 신뢰(p.38)”하는 사람,

최신우가 삶과 죽음 양극단에서 당겨질 때, 한쪽으로 축이 기울게 된 이유를 계속 고민하며 읽게 된다.

“살 이유가 없었던 건지도 몰라.(p.27)”

1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아주 가벼운 책이지만 문장과 사유의 깊이가 묵직하다. 동생의 선택을 두고 원인을 찾고 싶어 골몰하는 형의 이야기가 주된 서사, 결국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단풍은 나무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신우가 읊조리던 장면이 인상깊다. 사람들이 저마다 열광하고 기억하고 사진으로 남기려 안달인 순간이 결국 소멸로 향하는 때라고, 살아서 푸른 순간은 왜 외면받느냐고, (p.72) 신우는 이미 형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관해 물었었다. 금도는 “살아 있는 함성(p72)”을 말하던 동생을 회상한다. 시끄럽고, 푸르고, 그래서 너도 아름답다고. 그의 독백이 먹먹하다.

최금도에게 있어서 최신우는 “이제 더는 쌓일 기억이 없(p.67)”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자꾸만 지난 기억을 곱씹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고 묻고 답하려 애쓴다.

무수히 많은 것들 중 유일한 하나. 그래서 빛이 나는 존재이며, “빛난다는 건 손실된다는 것(p.24)”이라는 신우의 메모가 우리를 붙든다. 모두가 유한한 순간을 살고 있지만, 삶과 죽음이 가깝다는 건 곧잘 잊는다.

금도가 누군가의 안부를 궁금해고 존재와 삶에 관해 끊임없이 확인하는 순간들이 비상구 푸른 불빛 잔상처럼 남는다.

겨울밤 먹먹하고 시린 감성에 젖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중간에 푸른빛 일러스트와 어우러지는 문장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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