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온 더 락 창비시선 535
고선경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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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벤트당첨


고선경 시인의 글을 읽으면 입에 신 침이 가득 고인다. 활자들은 저마다 향기 밴 채로 왁자지껄하고, 정교하게 고른 시어는 향긋한 외피에 쌉싸름한 속엣말을 숨기고 있다.

“너에게 구체적인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p.10)는 희원은 ”내가 남긴 바이러스를 너는 아주 오래 퍼뜨리게 될“(p.44)것이라는 예언이 된다. 시집 가득 술렁대는 사랑의 물결은 잔 가득 일렁이는 마티니가 되고, “여럿이었다가 혼자가 되는 슬픔을”(p.67) 아는 얼음이 된다. 서로 부딪히고 녹아서 해체되는 사랑을 직시하면서, 시인이 열어젖히는 세계에 들어선다. 그곳에서 또렷하게 존재하는 갖가지 사적이고 내밀한 사랑의 냄새를 맡게 된다.

“씁쓸한 오렌지 향기”가 가득하고 “잘 익은 멜론을 쪼갠 듯한 빛깔로 흥건한”(p.17) 시구에서 말하는 사랑은 어딘가 위태롭고 끈적하다. “희박한 희망 / 나는 되어보았다”(p.51)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지난한 감정과 시절을 관통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의 불안한 시선이 와 닿는 미성년의 한 때와 사랑과 월세와 출근을 가늠해야 하는 청년의 피로감이 취기와 뒤섞여 있다. 휘청대지만 결코 나를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으면 너는 거기에 있어 / 내가 사랑한다 말하면 너도 그렇다고 답해”.(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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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린 왕자
조훈희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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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부동산 시장 현실을 꼬집고 성찰하는 내용으로, 어린 왕자 패러디물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저자는 부동산 관련 전문가로, 투자와 교육의 장에서 체득한 지식을 이 책 속에 녹여냈다. 부동산을 단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삶을 담는 자리로 의미를 확장시키면서 “부동산의 풍경”을 헤아리는 법에 관해 말한다.

정치인, 유튜버, 부동산 개발업자, 공인중개사, 건물주는 저마다의 논리로 부동산을 말하고 스스로 전문가인 양 줄줄 읊어대지만 막상 ‘부린 왕자’가 묻는 ‘행복한 집’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한다. ”어른들은 참 이상“(p.55)하다는 결론을 내릴 쯤, 길냥이를 만난다.

“좋은 부동산을 보려면 너에게 맞는 기준으로 보아야 해.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않기 때문에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알려 줄 수도 없단다.”(p.102)

오직 숫자와 호가만이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무의미한 말장난이라고 비웃음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길냥이의 말을 통해서 부린 왕자는 깨닫는다. 부동산은 단순히 재산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숨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의 삶, 그것이 바로 실수요와 시장 상황으로 연결되기 때문“(p.109-110)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사실, 돈과 부동산 가치를 셈하는 이유 중 행복을 떼어 놓을 수가 없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 방향이나 임장 다니는 방법들을 일러주는 실용서가 아니라, 가치가 전복되고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서 초심을 떠올려 보게 하는 ”짧은 마음의 이야기(p.134)다.

가볍게 읽히고 현실 풍자가 가득해서 킬킬대다 보면 부린 왕자가 물었던 행복한 집, 좋은 부동산에 대한 나만의 대답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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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탄 위픽
백은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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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무겁고 우리라는 이름은 너무 버거운 ‘너’는 나의 사탄.


열여덟, 미성년의 후반부를 통과할 때, 낭만의 아름다움을 열렬히 찬미할 때, 사랑의 책임과 유혹 사이에서 속절없이 흐무러질 때.

주인공 소정은 열여덟 소녀,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독서모임과 교회를 나가고, 사랑의 열병으로 앓는 계절을 보낸다.

Y는 천사같은 외모의 동갑내기 소녀, 같은 독서모임에서 만나 운명처럼 소정의 일상에 들이닥친다. 가진 목도리를 둘러주고 입은 맞춰도, 이름을 알려주거나 사랑을 소리내지는 않는다.

실존주의를 말하는 Y는, 모든 일에 따라오는 책임에 골몰하는 것만 같다. 부모님의 이혼, 양육 거부와 같은 ‘무책임한‘ 행위에 익숙한 소정에게 그런 Y는 매혹적이다.

눈 내리는 계절의 잔상에는 Y와 함께 하는 순간들이 빼곡하고, “우리가 지닌 마지막 아름다움“이 낭만이라 믿는(p.21)소정은 손편지로 소통하는 둘 사이를 사랑이라 정의할 수 밖에 없다.

구원, 죄악과 회개와 같은 단어로도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떠밀려가고, 솔직해지는 모습들이 생생하다. 작가의 활자는 사랑 앞으로 나아가는 이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한 발 물러선 이의 흔적을 음영 속에 잠기게 한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얽히는 장면, 눈빛에서 일렁이는 욕념을 정제된 문장으로 엮는다.

사랑의 파고가 높게 일어서, 이름도 책임도 연유도 다 사라진 자리에 다시금 생생하게 존재하는 너는, 나의 사탄.

#나의사탄 #위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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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30주년 특별판) - 소설로 읽는 철학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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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골조를 세우고 철학으로 가득 채웠다.

고대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서양 철학 흐름을 짚어가면서, 독자 역시 질문에 관한 답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암기하고 지식을 곱씹기보다 사유하는 힘을 키워가는 길을 걷게 한다.

주인공 소피와 크눅스 선생님, 소피의 엄마, 친구 요룬과의 대화나 소피 스스로 고뇌하는 상황들을 관통하면서 일상에서 크게 관심두지 않았던 것들을 고민해본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질문하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세계 자체에 길들고 있”(p.41)다는 걸 자각해야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바로 볼 수 있다.

철학 입문서로 추천을 많이 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재밌다. ‘소피 아문센’ 이라는 열다섯 생일을 앞둔 소녀에게 의문의 편지가 도착하고, 철학의 세계에 들어서는 설정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서, 의문의 존재였던 동갑내기 ‘힐데’와 둘의 관계가 밝혀질 때는 혈중 도파민 농도 급상승, 기쁨과 흥미가 치솟는다.

다만, 급하게 읽으면 이 책의 참맛은 반감된다고 느꼈다. 공들여 천천히, 철학적으로 생각해가는 재미를 실감하면서 “세상에 길들여졌던” 머릿속과 시야를 새롭게 정립해보면 좋겠다. (물론 철학과 이미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면 속도감 있게 읽어도 오히려 좋아➰.ᐟ)

“너는 누구니?“(p.20)라는 질문이 던지는 파장은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p.25)는지,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원소는“(p.748) 무엇인지에 이른다.

“우리 자신이 그런 원소로 되어 있기 때문이지. 우리는 수십억 년 전에 피워진 거대한 불의 불꽃이야.”(p.748)

책이 출간될 무렵과 지금 사이에는 30년이라는 간극이 있다.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편리해지면서, 뒤안길로 밀려나거나 고루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를 겪으면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것, 끝까지 빛 잃지 않는 가치에 관해서 이 책은 말한다. 삶의 의미, 존재함과 무(無), 감각하는 것들의 진의. 그것들을 찾아내어서 생각해보고, 의문을 가져보게끔 계속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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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세계 (30주년 특별판) - 소설로 읽는 철학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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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도서제공 #서평단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그 무엇은 우리에게 인생은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라고 늘 속삭인단다.” p.41


문학으로 골조를 세우고 철학으로 가득 채웠다.

고대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서양 철학 흐름을 짚어가면서, 독자 역시 질문에 관한 답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암기하고 지식을 곱씹기보다 사유하는 힘을 키워가는 길을 걷게 한다.

주인공 소피와 크눅스 선생님, 소피의 엄마, 친구 요룬과의 대화나 소피 스스로 고뇌하는 상황들을 관통하면서 일상에서 크게 관심두지 않았던 것들을 고민해본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질문하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세계 자체에 길들고 있”(p.41)다는 걸 자각해야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바로 볼 수 있다.

철학 입문서로 추천을 많이 하는 이유가 있다. 일단 재밌다. ‘소피 아문센’ 이라는 열다섯 생일을 앞둔 소녀에게 의문의 편지가 도착하고, 철학의 세계에 들어서는 설정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서, 의문의 존재였던 동갑내기 ‘힐데’와 둘의 관계가 밝혀질 때는 혈중 도파민 농도 급상승, 기쁨과 흥미가 치솟는다.

다만, 급하게 읽으면 이 책의 참맛은 반감된다고 느꼈다. 공들여 천천히, 철학적으로 생각해가는 재미를 실감하면서 “세상에 길들여졌던” 머릿속과 시야를 새롭게 정립해보면 좋겠다. (물론 철학과 이미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면 속도감 있게 읽어도 오히려 좋아➰.ᐟ)

“너는 누구니?“(p.20)라는 질문이 던지는 파장은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p.25)는지,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원소는“(p.748) 무엇인지에 이른다.

“우리 자신이 그런 원소로 되어 있기 때문이지. 우리는 수십억 년 전에 피워진 거대한 불의 불꽃이야.”(p.748)

책이 출간될 무렵과 지금 사이에는 30년이라는 간극이 있다. 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편리해지면서, 뒤안길로 밀려나거나 고루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를 겪으면서도 끝내 놓지 못하는 것, 끝까지 빛 잃지 않는 가치에 관해서 이 책은 말한다. 삶의 의미, 존재함과 무(無), 감각하는 것들의 진의. 그것들을 찾아내어서 생각해보고, 의문을 가져보게끔 계속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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