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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 - Mystery Best 2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윌리엄 아이리시,바로 그 사람이다. 코넬 울리치라는 다른 필명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미국의 작가.굳이 <추리>라는 말을 앞에 붙이지 않는 까닭은, 그가 추리 이외에도 많은 소설을 쏬으며,순수문학계에서 꽤나 문명도 날렸었기 때문이다.(스콧 피츠제럴드랑 라이벌이었단다)하지만 그는 일단,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이기도 하다.
아이리시의 글들(코넬 울리치란 이름으로 발표된 것들 포함)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먼저 본격추리보다는 서스펜스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루스 렌들이나,,음 또 누가 있지..)그의 소설에는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리거나,수사를 하는 경찰이나 탐정도 그냥 경찰일 뿐 뛰어난 추리력을 자랑하지 않는다.그저 사건을 꼼꼼히 조사하는 정도?
두번째로 드는 생각은,체스터튼과 심농이 연상된다는 것이다.이 두 작가처럼,그의 글도 심리 표현과 문학적인 맛이 뛰어나다.원래 내가 심리 표현이나 분위기 조성,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문학적 향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내 구미에는 딱 들어맞는다.
(내 머릿속에서는 아이리시,체스터튼,심농,챈들러,랜들,세이어스가 같이 분류됨)
특히 독특한 우수와 서정적인 분위기는 그만의 멋진 개성이다.분위기 조성이란 면에서는 추리소설 중 최고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그런 분위기는 작품 전체에 녹아 독자를 더욱 빠져들게 한다.(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레이몬드 챈들러와도 상당히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쓸쓸한 도회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조용하고 허무한 결말들.슬프고도 아름다운 절망과 허무.추리라기보다는 그냥 하나의 문학 작품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이다.(그래서 본격추리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이 분위기는 독자를 차분하게 만든다.스토리 자체는 서스펜스,쉴새없이 진행되어 나가고 주인공들은 조마조마하게 휩쓸리지만 글 자체에 흐르는 쓸쓸하고 조용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범인의 시점이나 처지에서 이야기를 자주 이끌어나간다는 것이다.평범한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려들고,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이 된다든지,상처입어 범행을 저지른다든지.그를 쫓는 형사의 파트도 종종 나오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보통 범인에게 맞춰져,그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펼쳐나간다.이런 감성적이고 섬세한 심리 묘사들도 작품 전체의 분위기에 크게 일조한다.그런데 그들에겐 보통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분명한 살인이라도,범인은 무척이나 상처입고 약하게 그려져 오히려 그들을 동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도회지.그는 20세기 초의 도회지의 분위기를 몽롱하지만 매력적으로 표현해 낸다.로스 맥도널드가 20세기 중반의 가정 파탄적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면,그는 세기초 도회지의 매력을 보여준다.화려하지만 한편으로 쓸쓸하고,파티가 끝나면 모든 것이 조용해 허무해지는 밤의 대도시.그런 일상들.그런 일상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사건인 것이다.(새벽의 추적이나 춤추는 탐저이 대표적)
그러니까,나는 그의 문체와 분위기에 반해 있는 것이다.레이먼드 챈들러의 시적인 문체에 반한 것처럼,반 다인의 현학적인 스타일에도 매료된 것처럼,크리스티의 심리를 끌어내는 수법에 감탄하는 것처럼,엘린의 섬뜩함에 반한 것처럼.그의 모든 작품들은 <아이리시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꽤 있는데,지금은 절판이나 품절인 것들이 상당히 많다.동서추리에서 몇 권 내고 있지만 <새벽의 추적>같은 대표작들이 안 들어 있어 서글프다.챈들러와 체스터튼도 전집을 내는데 왜 전집이 나오지 않을까? 챈들러라면 몰라도 최소한 체스터튼만큼은 인기가 있다고 보는데..(그리고 체스터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이리시도 좋아한다)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반한 사람은 나만이 아닌 것이다.알라딘 세일즈 포인트도 상당하더만.전집이 나오면 상당히 나갈 것 같은데 의아하다.제발 좀 내줬으면 좋겠다.
알라딘서 검색한 그의 작품들은
구할 수 있는 것
<환상의 여인>:세계3대 추리소설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물론 그만큼 매력적이고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잘 나타나 있다.
<상복의 랑데부>:하늘에서 떨어지는 병에 의해 약혼녀를 잃은 남자의 복수극.
<검은 옷의 신부>:한순간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자의 복수극.<상복..>과 기본 구조 자체는 같으나 남녀가 바뀌어 있음.하지만 둘 다 매려적.
<죽은 자와의 결혼>:버려진 여자가 우연한 사고로 기차에 같이 탔던 여자 행세를 하게 된다.불안하지만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살인이 벌어지고...좋은 작품.
품절 혹은 절판
<누명>
<창문의 목격자>
<지하철의 괴도>
<새벽의 추적>:새벽의 데드라인이라고도 불림.사건에 휘말려든 한 남자와 여자.날이 밝기 전까지 사건을 처리해야만 하는 긴박감과 도시의 분위기,상당히 맘에 들었었는데.구할 수가 없군 ㅜㅜ
<공포의 검은 커튼>:예전에 상당히 좋아했던 작품.한 남자가 기억상실증과 자신을 추적하는 것들 때문에 공포에 시달리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는데..
<미망인 살인수첩>: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자의 복수극.이런 스토리를 좋아하나?이번엔 자동차 사고라니 윗 작품과 다른 듯도 한데..못 읽어 봤다.
<여탐정들>:그의 단편이 있는(다른 작가 것들과 함께)단편선집이다.
<보이지 않는 살인범>
<춤추는 탐정>:단편선집에서 가끔 볼 수 있다.댄서와 형사,그리고 연쇄살인범.독특한 도회지 취향이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