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이야-기막히게 멋지다. 분류하자면 사회파 추리 쪽인데,현대사회의 병폐에 휩쓸린 가해자와 피해자.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하고,꽉 찬 느낌.

오랜만에 읽는 정말 멋진 추리소설.일본 20세기 추리 베스트 2위란다,사실 그럴 만한 책이고.추리 애호가라면 안 보면 후회하실 듯.(본 분들은 다들 칭찬!)한 권 내내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빈 자리가 없다.흡입력,복합적인 캐릭터,심리묘사,스토리텔링 모두 최상급이며 거기에다 사회 문제를 생생하게 파고드는 힘이 대단하다.

부상으로 일을 잠시 쉬고 있는 혼마 형사.어느 날 그의 친척 가즈야가 실종된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해 온다.가즈야가 개인파산을 추궁하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세키네 쇼코.혼마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쇼코의 흔적을 쫓다 생각도 못한 진실에 부딪히게 된다.

쇼코로 알려진 그녀는 세키네 쇼코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쇼코로 알려진 여성을 찾는 데에 의문이 더 따라붙는다.그녀는 누구인가? 그리고 신분의 원 주인인 진짜 쇼코는 어떻게 된 것인가?

그리하여 중반을 넘어선 이야기는 쇼코의 인생을 훔친 여자,긴조 교코의 삶과 행적을 뒤쫓고 세키네 쇼코의 실종을 쫓아간다.교코가 어째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파헤치는 것.혼마 형사는 천재적 탐정과는 거리가 멀며,개미처럼 꼼꼼히 묻고 물어가며 하나씩 흩어진 조각들을 짜맞춘다.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것이 가장 큰 재미.

하지만 역시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신용불량,개인파산이란 문제를 소설의 소재이자 배경으로 환상적인 솜씨로 녹여낸 점이다.이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그런 것들을 절절하게 다가오게 한다.

이런 점에서 사회파 추리소설의 면모를 훌륭히 드러내고 있는데,여기에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덧붙여져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높여 준다. 분명 살인자인 교코이지만,그녀가 어째서 그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읽으면서 이해하게 되어버린 것이다.그리하여 혼마 형사처럼,나는 그녀를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다.

추리 팬들께 강추,재미있고 괜찮은 작품을 읽고 싶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

PS: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교코가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핏발이 선 눈으로 관보를 뒤지며 "아버지! 제발 죽어 줘! 죽어 줘!'를 속으로 외치는 것을 남편이 알아채는 장면.섬뜩하면서 참 슬프고,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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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싹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호러팬과 추리 팬들 둘다에 추천.

환상 소설을 주로 써 연명하는 소설가 세키구치는 헌책방 주인이며 신관인 교코쿠도와 절친한 사이이다.그는 어쩌다 남편이 갑자기 밀실에서 사라지고,이후 2년 동안 임신하고 있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거절하지만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다.그러던 중 선배인 탐정 에노카즈에게 갔다가 마침 그 사건의 추리를 의뢰받는 자리에 있게 되고,그의 조수로서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미리니름 방지를 위해 요까지만)

대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슬쩍만 보아도 기이한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이 들 테고,추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두 가지 관점을 다 만족시켜 줄 것이다.그의 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기이한 오싹함일 텐데,단어 하나하나가 그렇다기보다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의 전개와 독특한 배경,묘하고 알기 힘든 복잡한 캐릭터들,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일본 괴담들이 분위기를 그렇게 이끌어 간다.

초반의 의식과 무의식,그리고 일본 설화들에 대한 장황한 설명들이 주욱 지루할 정도로 이어지는데,이해가 안 간다거나 읽기 싫다면 약간만 읽다 넘어가도 큰 상관은 없다.(하지만 나름대로 알게 되는 건 많다,특히 교코쿠도의 견해들,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심령술이 어쩌고 했던 것.)

스윽 건너뛰고 사건의 흐름만 따라가면 우리는 사건의 배경이 된 병원과 미모의 자매,신생아 실종 사건들 등 실종된 남편과 임신한 아내 이외에도 궁금한 것들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이 의문점들은 나중에 하나로 엮여 풀리게 되지만,작가가 그리 친절한 편도 아니고 기묘한 결말이라 허걱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실종된 남편-그가 죽었다는 것은 초반에 확인된다-시체의 처리나 임산부의 트릭은 처음 보는 것들은 아니다.하지만 이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이 오히려 신이하다.이야기의 기이함도 기이함이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인간 심리의 기묘함,복잡성과 섬뜩함이다.덕분에 이야기는 더욱 오싹하고 묘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다.(그래서 읽고 나면 기분이 좀 찝찝해지긴 하지만)이야기를 지나치게 꼬았다는 느낌도 들지만,허를 찌르는 트릭도 볼만하고,그만이 낼 수 있는 기묘한 오싹함과 어두운 심리의 파고들기는 유일무이하다.

호러를 좋아하시는 분,추리 팬,독특한 글을 읽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단,이야기가 조금 잔혹하다.(망량의 상자는 더하다)아,그리고 일본 패전 얼마 후가 배경인데 나름대로 그 시대상에 대해서도 그럭저럭 엿볼 수 있다.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시대라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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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 하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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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고쿠 나츠히코는 일본 기담-설화들과 관련된 호러 추리라는,소설계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물고 신선한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작가이다.특히 호러 팬이라면 안 읽고 넘어가면 후회하실 듯.지금까지 접한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그의 작품들이 알려진 것은 최근의 <우부메의 여름>과 <망량의 상자>가 입소문을 타면서부터인데, 이런 작품들의 시초가 된 호러 단편들을 모은 <백귀야행>이라는 단편집이 있다.한참 전에 나왔고 번역이 영 이상하지만 다른 작품들이 맘에 드셨다면 한번 찾아보시라.그 특유의 오싹한 분위기는 그럭저럭 느낄 수 있다.

<망량의 상자>는 한 소녀가 철도에서 의문의 실족사고를 당한 후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뻔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실종되는 이야기와,소녀 연쇄토막살인사건과,<상자교>라는 묘한 종교의 비밀을 캐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왔다갔다하며 진행된다.결국 세 이야기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고,결말에서는 또한번 크게 뒤통수를 한번 때려준다.참 기이하고 잔혹하고 우울해지는 책이다.

<우부메의 여름>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거의 종결에 이르기까지 세 사건을 동시에 쫒아가고 추리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해졌다.전설과 괴담은 등장하지 않지만,초현실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우부메에서 기이함은 덜해졌고,추리적 재미는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

덜해졌다 해도 여러 가지로 <상자>에 집착하는 면모와 소설 속 소설인 <상자 속의 소녀> 같은 단편이라든가.참으로 노싹하다.<우부메의 여름>에서는 우부메란 원령? 이,망량의 상자에서는 <망량>이란 존재가 괴담 속에서 튀어나와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살아난다.이 기묘한 연결 덕분에 우리는 캐릭터들의 어두움을 한껏 맛볼 수 있다.

사실 가장 눈여겨본 것은 그의 작품들에 드러나는 캐릭터와 그 심리들이다.나츠히코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저마다 기묘한 어두운 분위기와 독특한 사고 체계? 복잡한 심리들을 가지고 있다.하나같이 그래서 작위적인 느낌이 들 정도다.사건 관련 인물들뿐만 아니라 주요 사건 해결자들에게서도 그런 점들은 드러난다,조금은 덜하지만.

우울증에 대인공포증 왓슨을 본 적이 있는가!(주인공 세키구치.이런 성격으로 인하여 사건에 말려들 때마다 부적 감정들에 휩쓸리고,상황을 악화시키키도 하고,하여튼 참 불쌍하게? 나온다.)
탐정 일에는 전혀 재능이 없고 별 열정도 없는 탐정은?( 에노카즈는 여기다 사이코메트리까지 갖춰서 설명은 못하지만 사건의 결말만을 알아내는 어설픈 탐정이다.미모와 지식,재산을 갖춘 데다 희한한 사고체계를 갖췄다는 것 정도야 뭐.)

셋 중 가장 안락의자 탐정으로서의 풍모를 갖춘 교코쿠도는 그나마 가장 클리셰에 근접하지만,사건의 진상을 알면서도 한사코 밝히지 않으려 해서 짜증마저 난다.(뭐 밝혀봤자 무척이나 어두워서 온갖 죽음으로밖에 마무리되지 않으니까겠지만) 형사인 기바(어쩐지 패트리샤 콘웰의 마리노가 연상된다),삼류잡지 기자 모군은 그럭저럭 평범하고.

이런 인물들 덕분에 작품 전체는 기이하고 오싹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떠돌지만,가끔은 셋의 유머가 등장하기도 하고,에노카즈의 묘한 행동,세키구치  놀려먹기 등으로 기분전환시켜 주기도 한다.세키군 정말 동네 북이다(그나마 부인이 좋은 사람이라 다행)  

PS1:사실 이런 소재(일본 전설의 괴담+추리)를 다룬 만화는 몇 개 있다.이마 이치코의 <백귀야행>,오노 후유미 원작의 <동경이문>그리고 누군가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정도.더 이상은 기억이 안 나고.(사실 우부메를 읽으면서는 자꾸 오노 후유미의 <마성의 아이>생각이 나더라.)

PS2:출판사 <손안의책>은 일본 판타지계 소설과 소프트 BL전문 출판사인 듯하다.상당히 여성향 쪽인 책들이 많고.취향인 책들 꽤나 나온다.

PS3: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라이크캣님과 마찬가지로

" 행복해지는 것은 간단한 일이거든."
교고쿠도가 먼 곳을 보았다.
"사람을 그만둬 버리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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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상
페터 회 지음 / 까치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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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이면서 사고와 감성 모두를 잡는 기묘하고 탄탄한 추리기법을 사용한 순수문학? 여주인공의 매력은 가히 최강.

페터 회의 이 작품도 순수문학계의 추리소설? 로서 상당히 유명한 소설.하지만 끝까지 읽기는 물론,손에 잡기도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밝혀 둔다.철학적이고 좀 어렵고 답답한 느낌이기 때문이다.굉장히 멋진 작품이고 잘된 작품임은 인정합니다만,읽기 참 힘들다.

서른일곱 살,냉철한 이성과 야성적인 감성을 모두 갖추고 홀로 완전한 <얼음의 여자> 스밀라.이 주인공이 없이는 소설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그녀의 존재는 소설의 중핵인데,이 스밀라가 또 지금까지 전혀 본 적이 없던 정말로 독특한 캐릭터이다.(워낙 독특해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다.읽어보셔야 안다) 그녀는 웬지 동질감을 느끼던 아이 이자이아의 죽음을 맞닥뜨린 후 그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그녀의 이런 시도는 여러 장애에 부딪치는데..추리 스타일로 보자면 하드보일드에 가까울 정도로 좀 거칠다.

그린란드 쪽,북구 특유의 풍경과 정서가 참 기묘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해박한 지식과 사회비판의식도 멋지고,철학적이고 감각적인 문체,매력적인 캐릭터도 커다란 장점.하지만 이런 점들에 질리거나 위압감을 느낀다는 게 가장 큰 단점.
20-40대의 지적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추리소설 팬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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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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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연상시키는 두 주인공과,치밀하고 깔끔한 복수극.추리소설로도 순수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표절,191970님(여행 잘 하고 계시겠죠?)께 추천받은 소설.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추리의 스타일을 띠고 있긴 하지만 추리가 아니었더라도)을 왜 몰랐을까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그만큼 재미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

두 친구 작가 에드워드와 니콜라.에드워드는 꽤나 잘 나가는 문학소년이었지만 니콜라,삶의 밝은 부분들만 가진 듯한 니콜라를 만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연인을 뺏기고 창작에서도 니콜라에게 밀리면서,에드워드는 니콜라의 친구이자 그의 소설의 교정자,번역자로서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그 오래된 애증.에드워드는 서서히 복수를 준비하고 실행하여,니콜라를 감쪽같이 파멸시킨다.

글의 화자는 에드워드로서,그가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심리와 옛 사건들에 대한 부분이 전반,복수의 계획과 실행이 후반을 구성하고 있는데 후반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가장 독특한 점은,에드워드의 복수의 도구가 <표절>이라는 것이다.유명 작가인 니콜라의 필생의 대작을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하고,그 원작? 을 가짜로 만들어내는 에드워드.덕분에? 니콜라는 자살하게 되고 에드워드는 완전범죄를 성공시킨다.

추리라면서 뒷이야기까지 해버려도 되나 싶긴 한데 그게 제일 포인트라서.추리소설로서 굉장한 트릭을 쓴다거나 하지는 않지만,범죄자의 심리와 기상천외한 살인법,에드워드의 범죄계획을 따라가는 재미가 만만찮다.술술 넘어가도록 흡인력이 있고,심리 표현이 잘 되어 있고,꼼꼼한 구성,독특한 소재라는 점이 눈에 띄는 장점.전반의 흐름이 약간 느리다 싶은 게 단점.

총평,상당히 재미있다.추천 타겟은 추리소설 팬들과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애서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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