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세보 효과의 기이한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리고 통증과의 전반적 관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플라세보는 위약, 즉 가짜 약을 말하는데, 포도당 알약이나 식염수 혹은 앞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기가 꺼진치료기처럼 약리적 활성이 없거나 효력이 없는 모든 약물이나 치료를의미한다. 플라세보 효과는 치료가 전달되는 ‘맥락‘에 대해 뇌가 보여주는 반응이다. - P95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테드 캡척 박사는 이력이 조금 독특하다. 1968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중국 마카오로 건너가 4년간 중국 한의학을 공부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보스턴에 한의원을 열고 침술과 한약으로 환자들을 치료했다. 뛰어난 치료 효과로 명성을 얻어 미국 의료계의 주목을 받은 후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보스턴 대학교 통증 연구소에서 보직을 맡았고, 1998년에 하버드 대학교에 채용되어 대체 의학 연구를 시작했다. 캡척 박사는 자신의 진료법이 효과가 뛰어난 것은 침술이나 한약 자체가 아니라 환자들의 믿음, 즉 플라세보 효과라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를 시작한 뒤 놀라운(다소 논란도 있는) 결과를 발견했다. 플라세보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한 가지 대원칙이 있다. 환자들이 실제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2010년 캡척 박사는 이원칙을 뒤엎는 실험을 시도했다. 36 연구진은 과민대장증후군이 있는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첫 번째 그룹은 치료 없이 의사와 대화만나누게 했고 두 번째 그룹에는 위약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약은 - P108
포도당 정제처럼 비활성 물질로 만들어졌지만 임상연구 결과 몸과 마음의 자가 치유 과정을 통해 과민대장증후군에 상당한 효과를 낸다고밝혀졌습니다." 놀랍게도 실험 결과 가짜 약이라고 밝힌 위약도 아무런 치료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위약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을 ‘공개 라벨 위약open-label placebo 이라고 한다. 요약하면환자들이 위약으로 알고 먹어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만성 요통과편두통 같은 다른 질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편두통 임상시험 결과, ‘공개 라벨 위약‘은 일반적인 편두통 치료제인 리자트립탄만큼은 아니지만 아무런 치료제가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실제로 위약의 효과는 리자트립탄 효과의 절반에 달했다. 여기서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플라세보 효과를 연구할 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위약을 제공하거나 적어도 위약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속이지 않고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공개라벨 위약에 잘 반응하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유전자표지를 통해 아는 방법이 있다. ‘플라시봄placebom‘이라는 유전자는 새로 밝혀진 유전자인데, 플라시봄 유전자를 많이 보유한 사람일수록플라세보 효과가 더 잘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공개 라벨 위약에 잘반응하는 사람을 구별해낼 수 있다면, 부작용이나 과다복용, 중독성의 위험이 없는 진통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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