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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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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만은 완전히 바보가 되었다진로와 직업이라는 문제 앞에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이토록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열심인 자가 동시에 이토록 대책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다빨래 한 장 개본 적 없고 밥상 한번 차려본 적 없어도 자신의 삶을 멀리 내다보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뻗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런 사람들을 보면 내가 한없이 바보처럼 느껴졌다현실이 어느 날이라도 닥쳐와 나의 하루를 빼앗아갈 것 같았다마치 녹아버릴 눈으로 눈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p.45)

 

내가 양다솔이라는 사람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을까왜 친근한 느낌이 드는 걸까고민하니 이슬아의 책에서 읽은 경험이 있더라당시 이슬아의 책을 통해 양다솔을 간접 경험해보고선 이 사람 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다산북스 서평단이 되어 그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라디오 사연을 읽는 것 같기도 했고 밤새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옆에서 재잘재잘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내게 필요한 마음이기도 했다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지 곧 세 달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조금씩 조급함이 차오르기도 하는데 이건 잔고에서 나오는 초조함도 있지만 이것보다는 무언가 내가 뒤처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이 책을 읽은 지금이라고 해서 저 마음이 단번에 사라진 건 아닐지언정 그래도 충분히 알고 있다지금의 불안감초조함조급함이 허상이라는 것도언젠가 지금을 돌이켜보면 그때 더 끝내주게 쉴걸이라고 생각할 것도.

 

양다솔이 차를 마실 때에도고양이와 뒹굴뒹굴하는 때에도엄마와 수영을 가는 것에도목욕탕에서 책을 읽는 것마저도 그 어디를 보아도 가난한 마음은 볼 수 없었다결코 가난해질 수 없는 무언가가 양다솔에게 있는 거다내게도우리에게도 있는 것처럼.

 

결코 가난해질 수 없는 맑고 풍요로운 마음을 담아서

 

양다솔의 말마따나 자신을 잃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자는그리고 그걸 행하는 자는 결코 가난해질 수 없다그런 마음이 있다잔고에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도주변인들에게 오지랖 가득한 말을 들어도 당해낼 수 없는 그런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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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여자 -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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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에서 출간한 줄리엔 반 룬의 <생각하는 여자>를 읽었다. 비문학보단 문학을 좀더 선호하는 독서편식의 대가인 내가, 사전 서평단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읽게 된 책이다. 만일 사전 서평단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책을 읽긴 했을지 고민했는데 답은 왠지 아닐 것 같았다. 이 사실을 떠올리니 사전 서평단의 소식을 접하고 신청을 누른 과거의 나를 더더욱 칭찬해 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사고의 확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 이 책에는 생각하는 여자들이 나오고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다. 사랑, 놀이, 일, 두려움, 경이, 우정 이 여섯 개의 주제가 기저에 깔려 있고, 저자 줄리엔 반 룬과 더불어 각 주제에 맞게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여덟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 최초의 계기는 12쪽에 기재되어 있다. "육년 전 나는 지금 살아 있는 여성 철학자들을 조망하는 책을 구상했다. 주요 여성 철학자 몇명의 작업을 살펴봄으로써 그 의의를 밝히고 지금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말을 건네는, 그럼으로써 철학적 사유와 일상생활을 연결해주는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구체적인 주제들도 생각해두었다." 저자는 철학은 폐쇄되고 격리된 회랑이어야 할 이유가 없으며 Y염색체와 엘리트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이 책의 서문을 연다.

첫 번째 챕터 <사랑>에서는 문화이론가이자 비평가인 로라 키프니스와 함께한다. 저자의 진실된 과거와 개인사도 일부 서술되어 있다(전 학장에게 느끼는 감정, 파트너와의 헤어짐 등). 이 장에서는 로라 키프니스의 저서 『사랑과 맞붙기』가 바탕이 되어 있다. 51쪽에서 "사랑은 근본적으로 일종의 착각이다."라고 쓰여져 있는데 나는 이 문장을 읽자 마자 최유수 작가의 '사랑의 몽타주'에 수록된 사랑의 시작은 대체로 착각이다라라는 한 문장을 떠올렸다. 내가 이 장에서 가장 공감이 된 구절은 35쪽의 "사랑은 우리에게 힘을 행사하죠"라고 말한 부분이었다. 여기서 사랑이 행사하는 '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저자와 로라 키프니스를 보며 나도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그들과 같은 농도로 고민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챕터 <놀이>에서는 인문학자이자 미술비평가, 그리고 소설가인 시리 허스트베트와 함께한다. 이 장은 '놀이'를 단순히 'play'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나는 '노는 일'이라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그 범위를 확장하여 사고하는 것에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다. 역시 여자들은 다르다니까! (^^) 94쪽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우울'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신경과학자 스튜어트 브라운의 작업은 과학과 놀이 연구 사이의 연결부에 위치한다." 이 구절에서 인용된 스튜어트 브라운의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우울"이라는 구절은 어쩌면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 번째 챕터 <일>에서는 철학과 교수로 자신의 경력을 쌓은 낸시 홈스트롬과 함께한다. 이 장의 커다란 주제가 '일'이기 때문에 이 장에서는 자본주의와 직결된 부분이 많다. '자본주의는 여성에게 좋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낸시 홈스트롬은 '자본주의는 대체로 여성에게 좋지 않다'고 답한다. 노동, 노동력, 노동자 등 일과 자본주의와 여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심어준 이번 장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장이기도 하다.

네 번째 챕터 <두려움>에서는 줄리아 크리스떼바, 로지 배티, 헬렌 캘디콧이 함께한다. '두려움은 여자의 장소다'라는 도입부 구절에 밑줄을 그었다. 이 두려움 챕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본문에 정확히 쓰여져 있다. "우리에게는 통제를 포기하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와 이 세 철학자는 어떻게 두려움의 오랜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방면으로 접근한다. 경험, 책, 대화 등을 통하여. 이 장을 읽은 뒤 나는 여성들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보지 못한 채 살아왔는지도 함께. 우리가 일부러 안 보려고 한 건 아닐 거다. 어딘가 또는 누군가가 여성들의 역사를 지우고 싶었나보지. 여성들의 힘이 커지는 게 싫은 족속들.

다섯 번째 챕터 <경이>에서는 소설가이자 역사가, 신화학자인 마리나 워너와 함께한다. 이 챕터는 내게 진정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경이라는 감정을 페미니즘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겐 낯설었다. 역시 여자들은 사고의 깊이가 남다르다. (^^) 앞선 <두려움> 챕터도 페미니즘의 색을 짙게 띠고 있지만 이 <경이> 챕터가 좀더 확실한 색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231쪽의 문장을 첨부한다. "제가 보기엔 모든 미덕과 악덕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분명한 젠더적 함의가 있어요. 무엇이든지간에 양쪽으로 줄을 세울 수 있을 거예요. 페미니즘적 성과와 활동 덕분에 조금 바뀌긴 했지만 아시다시피 여전히 남자에게서는 단정적이고 자신감에 찬 발화가 여자에게서는 거슬리고 앙칼지고 과하게 화를 내는 게 되죠. 여자들이 하면 잡담이나 수다라고 해요. 남자에게는 달변이고, 뛰어나고, 자신감 있는 게 되고요." 우리가 <경이>라는 챕터만큼은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읽어야 할 필요가 이 구절에 담겨 있다. 물론 다른 챕터를 가볍게 휘익 넘기라는 뜻은 절대 아님. 저자는 이 장을 "경이에 대한 우리의 능력이 실제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어떠한 감정 또는 행위를 젠더의 문제로 연결시키고 그 의미를 넓혀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되니 나역시 생각하는 여자가 되는 것 같다.

여섯 번째 챕터이자 마지막 챕터인 <우정>에서는 여성학자이자 철학자인 로지 브라이도티와 함께한다. 우정이라는 건 이미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거나 다름없는데, 이러한 우정을철학으로 귀결시킨다는 것이 내겐 새로웠다. 우리는 익숙한 것들이 때론 생소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장을 통해 알게 되고, 또다른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앞선 모든 챕터의 공통점이자 이 책의 주요 특징은 다양한 저서와 인물들의 경험을 참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문제에 도전하는 당신을 위한 여섯 번의 지적 대화라는 이 책의 설명만으로도 읽어야 할 가치가 충분한 <생각하는 여자>. 우리는 저자와 이 여덟 명의 철학자를 포함한 모든 여성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다. 생각은 멀리 있지 않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더더욱 가까이 있다. 우리는 모두 생각하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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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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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들'에 관한 이야긴데 일상에서 접하는 현시대의 엄마들과는 사뭇 다르다. 왜냐하면 시대 배경이 광복 이전에다가 1910년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여성인물 세 명(버들, 홍주, 송화)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지만 시점은 '버들'에서만 쓰여져 있다. 조선에서 하와이로 이주간 이들의 삶을 담고 있으며 이 이주의 시작이 사진결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코끝을 자극한다.

여성연대의 이야기 속에 독립운동 서사를 담은 것도 뭉클했다. 시간의 흐름이 널뛰며 기승전결이 이루어지는데 막힘없이 읽혀서 놀라기도 했다.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고 달리는 차처럼 계속 읽게 되더라. 로즈, 그러니까 홍주가 운전하는 차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립운동 서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박용만-이승만 등의 얘기도 언급된다. 독립운동 노선이 분명하게 다른 이 둘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난리통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당시 '우리들'의 목표는 독립이었음이 확실했다. 아무리 나라에게 받은 게 없다해도 고국은 고국이다. 읽으면서 애틋한 부분이 참말로 많았다. 대표적으론 버들과 태완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는 것과 버들이 홍주와 송화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있다. 특히, 후자는 마음이 절로 아릿해진다. 또 정치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하마터면 이들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뻔 했는데 그 무엇도 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책 정식 출간하면 많은 이들이 읽어줬음 좋겠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계속 버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마지막 챕터에서는 버들의 딸인 펄의 시점이 되어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바뀌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펄의 시점으로 진행돼서 그런지 딸의 입장인 나는 제대로 몰입해서 한껏 울먹이며 읽었다. 그리고 약간의 반전이 있는데 난 그 반전을 읽고 너무 놀란 나머지 '헙' 소리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펄이 원하는 대학, 하고 싶은 일을 반대하던 버들이 마지막에선 그에게 가도 된다고, 하고 싶은 거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거기서도 왈칵- 했다. 그리고 책은 인생의 파도를 이야기하며 끝난다. 약간의 아쉬운 점은 버들 말고도 홍주와 송화의 시점에서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이렇게 끝이 났다는 사실이다. 아쉬움이 있다는 건 그만큼 뒷얘기가 궁금하다는 거니까. 만족해야겠다. (이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단번에 했다. 버들은 최희서님, 홍주는 한지은님, 송화는 한예리님 또는 사심 듬뿍 담아 안소희님이 잘 어울릴 것 같다 ㅎ 이미 가상캐스팅 끝남 ㅎ)

버들과 홍주, 송화를 읽는 동안 나도 이들처럼 단단해지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들을 응원하던 내가, 오히려 그들에게 응원 받은 것 같더라고.. 뭉클한 마음이 지속되고 있다. 근면성실하고 배려심 깊은 버들, 시원시원하고 솔직담백한 홍주, 배시시 웃을 때면 나까지 미소 지어지는 송화. 이들에게 레이를 받아 목에 건 다음 '알로하-'로 답하고 싶다. 그들이 벌써 보고 싶다.

p.324
젊은이들 뒤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바다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 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어닥칠 것이다. 버들은 홍주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저쪽에서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송화를 바라보았다.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p.384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가 달려오고 있었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이 있으니까.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가 달려오고 있었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이 있으니까.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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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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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에서 진행한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의 서평단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경로이탈을 잠시 하자면.. 나는 '혜림의 북스피릿'이라는 팟캐스트를 동해 출판사 다산북스를 알게 되었는데 또 팟캐스트 해주셨음 좋겠다. 물론 디제이는 혜림으로요..

자.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짧지않은 시간 방송작가로 활동한 박애희 작가님의 에세이다. 현재는 작가로서 글을 쓰고 있는 여성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후자는 쓰지 않고 한 여성, 한 인간이기만을 쓰고 싶었지만 이 책에서는 아이 얘기나 가족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에 적기로 결정했다.

나는 에세이에 좋은 시선을 던지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뻔한 글과 그럴싸한 위로로 범벅인 책들이 시중에 나오니까 저절로 꺼려졌다. 그러다 두 해 전,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라는 에세이를 읽고나서 나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뻔한 글과 그럴싸한 위로가 아닌 에세이도 많았다. 그리고 뻔하디뻔한 위로로 범벅이더라도 나는 어느새 그런 글에 위로를 받고, 공감을 하고,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주고 있기도 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진행되며 작가의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게 저자 자신의 경험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또 여러 인용작품들이 예로 들어 저자가 얻은 삶의 지혜나 철학, 해결책 등을 우리에게 열린 마음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특히, '잘하는 것보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에서는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의 이야기가 적혀있는데 너무 좋아서 같은 부분을 연달아 두 번이나 읽었다.

책의 제목은 일본 영화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 카피문구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을 <걸어도 걸어도>로 처음 본 나로선 뜻밖의 반가움이었다. 책 곳곳에 엽서가 꽂혀 있다. 이 엽서를 볼 때마다 왠지 숨은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엽서를 만지작만지작하다가 상할까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우리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기 마련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일들과 감정들이 참 많다. 그렇게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같은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때 가벼운 책 한 권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책 표지도 너무 맘에 들어서.. 반했다. 봄처럼 화사해서 요즘 같은 때 더 잘 어울린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고생 중인 우리들이지만. 봄 기분은 내야하지 않겠어요?@^^@?

왜 나만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 왜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지, 왜 나만 세상에 혼자인 거지 라는 생각이 수시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도 다 아는 내용인데? 쒸익쒸익"하는 사람들도 어느새 한장 한장 넘기며 사각사각 넘기는 종이 질감과 다정한 책 표지와 저자의 따뜻한 글에 위로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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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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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창비의 소설Q 서포터즈로서 읽게 된 마지막 책은 작가 천희란의 『자동 피아노』. 스물하나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마다 작가가 지정한 음악이 소제목으로 적혀있다.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죽음을 권유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인 건 맞으나 생과 사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어울리는 책이다. 유독 가을의 낙엽처럼 쓸쓸한 문체로 이야기하지만 그 어떤 여름날의 파도보다 격렬함을 느꼈다. 열렬히 죽고 싶지만 적극적으로 살고 싶은 작가의 이야기 동시에 우리들의 이야기. 


  아래는 본문의 한 구절이다. 나는 이 책을 위에 인용한 본문의 문장으로 압축시키고 싶다.

  "고독은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고독은 잉여, 잉여의 과잉, 과잉의 질식. 이제는 아직 씌어지지 않은 장면마저 각색이 끝난 허구로 느껴진다. 당신은 이것을 허구라 믿어도 좋다."


  오랫 동안 사라지지 않는 죽음의 목소리를 한 권의 책으로 완성시킨 작가에게 사랑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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