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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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평생소원 중 하나의 꿈을 이뤘다. 성취한 소원은 김진명 작가를 한 번이라도 뵙는 것이었는데, 국제 도서전에서 뵈었다. 그날 나는 김진명 작가의 1시간여 강의를 들으며 김진명 작가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장편 소설인 고구려를 집필하면서도 다른 소설을 계속 쓰는 작가의 소설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쓰고 싶다고 하면서도 밥벌이에 더 안간힘을 쏟고 있는 나와 절대적으로 비교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단해 보인다. 특히 경제·경영, 자기계발서보다 소설 쓰는 작가가 존경스럽다. 그들로부터 시작된 상상력이 활자화돼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에 찬사를 보낸다. 상상력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작업인가. 하루에 일어난 일을 쓰는 일기나 에세이도 막상 쓰려면 어려운데 소설이야 오죽하겠는가.



가진 지식을 정리하고, 삶에 대한 태도를 쓰는 글쓰기보다 소설은 스토리 전개, 인물 등 다양한 것들을 고려하며 전개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지만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 세상에 나온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시작돼 작가만의 특유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구성돼 세상이 나온다는 사실이 과히 놀랍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생한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였다.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음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참혹한 전쟁은 발생하지 말아야 하는데 발생하는 현실이 미치도록 저주스럽다. 기후변화 위기로 이미 세계 곳곳은 전쟁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꺼지지 않는 산불, 가뭄, 홍수, 폭우 등 이것은 비단 한 나라에만 국한돼 발생하는 일이 아닌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앓고 있는 일들이다. 이런 자연 위기 속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전쟁은 더욱 가혹하고 비극적이다. 



세상은 점점 어둡고, 암울해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이런 어둡고, 암울한 상황들을 관심 있게 뉴스를 보지 않는다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럴 때 책을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다. 지금의 김진명 작가의 책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대한 소설이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뉴스보다도 더 이해할 수 있다. 




김진명 작가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묵과하지 않고 작품을 쓰는 작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고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에 존경을 표한다. 당신과 같은 작가들이 있기에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기회가 생기며, 그를 통해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에서의 블라디미르 푸틴은 한 국가의 수장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한낱 미치광이로 전략해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러시아도 싫었지만 미국이 더 싫어졌다. 미국의 위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들의 행하는 행위로 인해 전 세계가 흔들리는 모습을 읽으며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에서 미국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를 움직이는 것으로 비친다. 그곳에서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 작전에 투입된 한국인, 우크라이나인이 있었기에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작전을 미국인이 실행했다면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푸틴의 행동 역시 분노한다. 무고한 시민들이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자신의 눈앞에서 아내와 딸이 러시아군에게 당하는 모습을 본 미하일, 러시아 군인들에게 강간 당한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러시아인 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들이 선택할 수 없던 상황에서 비참한 일들을 겪었고, 그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변했다. 푸틴의 행동으로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은 물론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었다. 



전 세계가 서로의 이권을 위해 피 튀기는 정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린다. 이권 전쟁보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친 기후위기로 인해 전 지구 사람들이 지구에서 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패권을 차기하기 위해 눈을 부라리는 자태를 소설로 읽으니 지구의 삶이 너무 허망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나지도 말아야 하며 특히 핵전쟁은 일어나면 안 된다. 이 소설의 마지막쯤 케빈(한국인)이 잠수함에 288개의 핵탄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양(5킬로톤)의 핵탄두를 날린 뒤 핵탄두 없는 미사일을 직선으로 쏘아 올린 뒤 다시 바다에 떨어지게 한 행동은 평화를 바라는 그들의 메시지였다. 그것을 미치광이 푸틴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인지하기를 바랐고, 그들은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 세계의 찾아올 대재앙을 없애기 위해 푸틴을 사살했다. 

 


요즘 뉴스를 보면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볼 때 평화를 지키는 일이 이다지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느끼며 무서움에 몸이 떨린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알지 못했던 내용을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었다. 전 세계 패권 전쟁의 희생자인 우크라이나 관련 소설을 읽으며 세계 각국의 힘 싸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소설로도 써준 김진명 작가가 있어 다행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유럽, 미국,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란, 수단 등의 여러 국가들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 파악하지 못한 내용을 소설로 파악해 볼 기회를 준 김진명 작가가 계속해서 사회적인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집필해 주기를 바란다.


-107p

고통이 삶의 본질이라 생각하면 그런대로 거기서 또 희망을 얻게 돼. 삶이란 아늑하고 따뜻한 부분만 있는 게 아니잖아. 어둡고 축축한 부분이 훨씬 많아. 그렇지만 어둡고 축축한 삶을 견뎌낼 수 있는 건 가끔씩 기억 속에 간직했던 삶의 따사로움을 조금씩 꺼내서 맛보고 도로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 


-143p

달러를 붕괴시킬 수 있는 키는 사실상 중동이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달러 대신 위안으로 석유 대금을 받기 시작하면 카타르 등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중동 각국이 이를 따르게 되고 미국 달러는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었다. 살만은 조금 전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동조했지만 그렇다고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286p

모든 생명은 본능을 좇아 건강하고 풍족한 삶을 만들려 노력합니다. 식물이든, 곤충이든, 짐승이든 존재의 지속이야말로 최고의 목적이고 숙제입니다. 그리하여 생명은 유전자의 숙주가 됩니다. 나의 유전자를 보전하고, 남기고,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지상목표인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저는 인간의 존재가 오직 유전자에만 남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본능을 넘어서 얼마만큼 이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는가. 어떤 신념으로 이기심이라는 본능을 넘었었는가, 인류 역사와 지성의 산봉우리에서 어떤 외침을 내었었는가. 감히 말하건대, 약자의 팔을 부여잡고 같이 걸었던 성인들이야말로 저는 가장 위대한 존재를 남겼다 외치고 싶습니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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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꿈꾸는돌 37
최상희 지음 / 돌베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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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고등학생들의 우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요 소재는 책으로, 읽는 내내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책을 소재로 하는 것들을 사랑한다. 일본 책 중 그저 책 좋아 출판사에 대해 일도 모르는 사람이 무작정 출판사를 차리고 출판사를 운영해 나가는 내용을 읽고 행복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기 바로 직전 소설에서도 책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다. 연이어 책을 소재로 하는 소설 책을 읽는 행운을 누렸다. 책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 ‘로맨스는 별책부록’ 드라마를 보며 벅차올랐던 감정을 생경하게 떠오르게 한 책이었다. 


 


요즘 많은 사람이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해져 있다. 지하철에서 활자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핸드폰으로 활자를 본다고 하더라도 책의 형태가 아닌 것을 많아 봤다. 



책을 읽고 예전의 나보다 얼마나 더 성숙해지고 발전되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스무 살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 이십오 년이라 세월이 지나왔지만, 책을 읽고 뚜렷하고 명확하게 나의 재능이 발현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없다. 하지만, 재능이 설령 없더라도 책을 읽다 보니 글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그것은 나에게 있어 엄청난 발전이라는데는 추호의 의심이 없다. 오늘 아침, 초등학교 시절 간헐적으로 썼던 일기장을 들춰보니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다. 어린 시절 나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글을 쓰고 말하며 기록한다. 기록은 세대를 뛰어넘어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다.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지 싶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책을 소재로 한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저 좋았다.


 


녹주는 미술 시간에 민영이 녹주를 그려주며, 오른쪽 속눈썹이 없다는 것을 알려줘 처음으로 자신이 오른쪽 속눈썹이 없는 사실을 알았다. 민영이는 차미라는 친구에게 찾아가 방법을 물어보라고 말했다. 차미라는 친구가 해결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차미는 몰랐다. 속눈썹이 없는 것을 차미라고 무슨 수로 다시 있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를 계기로 녹주는 차미와 차미의 친구 오란과 친구가 되었다. 차미와 오란은 도서부 활동을 하는 친구였고, 교내 도서관에서 책을 진열하고, 대출하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이 책은 그런 차미와 오란을 통해 책을 좋아했던 녹주 역시 그들과 함께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소설이다.


 


녹주는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책등을 뒤로 꽂아 친구들이 그것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친구들이 녹주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고 공유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추리소설을 섞어 넣기도 하면서 그들은 그들만의 공유한 것들을 점차로 늘려간다. 



이 소설 속 오란의 이모는 책방을 운영한다. 이모가 호주로 떠난 사이 오란은 이모의 책방을 봐주기로 한다. 녹주와 차미와 함께 오란은 책방을 봐주며 주변의 고양이를 살핀다. 이모 책방 공간에서 주는 느낌, 그 느낌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중소도시의 서점들이 문을 닫는 현상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몇 년 전부터 동네 서점이 들어섰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글을 어렴풋이 볼 때면 마음이 저며오기도 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은 터라 소설 속의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이모의 책방이 잘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소설 속 학교에는 책과 관련된 동아리가 도서부, 문예부, 독서토론부가 있다. 신간 도서는 물론 반납한 책을 다시 진열하고, 책을 대출해 주는 도서부는 문예부와 독서토론부와 다르다. 도서부에서 도서부만이 즐길 수 있는 꺼리를 찾아 여학생 셋이 책을 즐기는 모습, 0~900번대의 책장과 책장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도서관에 책을 비치할 수 없는 책을 요구하는 박승태 학생의 도발적인 의견 제시, 전학 온 민트색 옷을 입은 이무열 학생이 도서부로 들어오는 이야기 등 교내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고등학교 도서관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책장과 책장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앉아 읽는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해 세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시간이 멈추는 듯하다. 그 시간은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고요함과 행복감을 나에게 선사해 준다. 특정 책장과 책장 사이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문득 도서관을 찾아 그 햇살을 느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작년 100일 글쓰기에 도전하며, 책을 더 집중적으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올해는 더 자주 책을 읽고 있다. 풍부한 어휘력과 문장력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으로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는 중이다. 다양한 책은 일상을 벗어나 잠시 나에게 삶의 윤활유가 되어준다. 그리고 이따금 책을 소재로 한 책을 읽으며 같이 공감되는 포인트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를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를 만난 착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들처럼 조금 더 일찍 책을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의 나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며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상상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들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이 있다. 그중에 음악 도서관이 있는데 카페처럼 편안한 공간이고, 다채로운 음악들을 청취할 수 있으며, 음악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도서관이 있을까 싶어 행복하다.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내 집처럼 방문해 도서관의 편한 분위기를 즐기고 책을 조금 더 가까이 접하기를 바란다. 이 소설을 읽으며 도서관을 한 번쯤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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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벽 토마토문학팩토리
최세은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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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벽은 환상문학 장르이다. 환상문학(판타지 소설)은 “공상의 영역을 소재로 삼는 장르문학이다.” (나무위키)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올해는 환상문학, 역사소설, 추리소설, SF 소설, 로맨스 소설 등 다양한 소설을 읽고 있다. 


 


세벽은 프로체 숲 중턱에서 샘 그리쳐가 만든 마을로 그 마을만이 가지는 원칙과 규정으로 마을이 돌아가는 소설이다. 그러나 정작 소설 속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누군가에 의해 자신들의 마을이 움직인다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 영화 트루먼쇼가 떠오르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트루먼쇼 같다. 그러나 트루먼쇼와 또 다르다. 


 


샘의 아들 '에녹 그리쳐'는 도련님과 그의 하인인 ‘히’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어 소설이 전개되고 있다. 도련님과 하인으로 만났지만, 특별한 감정을 느낀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감정조차 알지 못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통제되고 있는 삶이었기에 자신을 오로지 바라볼 수 없었다.


 


히는 자신이 17세가 될 때까지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남자처럼 입고, 행동했다. 그런 그녀가 17세가 되어서야 여성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녀는 자신이 의지했던 로자 아줌마의 죽음을 계기로 마을에 불을 지르고 그 마을을 벗어났다. 마을이 세상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치료했지만, 여전히 그 마을에서 그들이 세뇌당한 내용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끔찍하다.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 속에서 세뇌당하는 인간이 그것을 벗어나 또 다른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에녹 그리쳐와 히는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찾으려 한다. 


 


에녹 그리처는 한국의 예고리 마을에 '션'이라는 이름으로 주원과 함께 작전에 투입되어 들어간다. 책을 좋아했던 그는 서점에서 일하며 서점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아이들을 통해 '재희'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재희가 '히'였다. 션과 재희라는 새 이름으로 생활했던 그들은 어떤 이끌림에 의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을 다시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은 책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있었다.


 


사라진 마을에서도 두 사람은 책으로 소통하며 특별한 감정이 쌓았다. 정작 그들 자신은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했지만, 훗날 예고리 마을에서 그들의 감정과 솔직하게 마주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예고리 마을에서 알게 된 에녹 그리처인 션은 재희에게 그의 감정을 솔직하게 토해냈다. 이 소설은 환상문학이면서 로맨스가 가미된 소설이다. 


 


 


션과 재희는 사람의 생각을 통제하고, 세뇌하는 예고리 마을 사람을 구하려고 준비해 나아간다. 갇힌 새장 속의 새를 새장 밖으로 훨훨 날게 하고픈 것이 그들의 마음일 것이다. 예고리 마을은 아이들도 통제했다. 서점은 아이들은 갈 수 없는 장소이며, 예고리 마을에서는 또래 아이들이 서로 교류하지 못했다. 아이들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아차린 션은 예고리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했다. 션, 재희, 아이들, 션과 같이 작전에 투입되었던 주원, 그들은 예고리를 통제하는 사람을 파멸시켰으며, 그들은 예고리 마을의 아이들과 사람들을 구했다.


 


이 책을 읽으며, 타인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환멸을 느꼈다. 마음만 먹으면 통제할 수 있다는 인물과 그 인물에게 통제당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통제당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못 하는 것을 읽으며 씁쓸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소설을 여기서 그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결국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설령 어렵고 힘들고, 기존의 관계를 무너지게 하더라도 타인에게 통제당한 사람을 깨우치게 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권력에 의해 통제당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식했을 때는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통제당할 수 있다. 조금 용기를 내 한 발짝 옮겨보면 자신과 함께 행동할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행동해 나아갈 때, 더 큰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이 소설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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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나의 집
오노 후유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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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좀 많아요)

배경: 하이츠 그린홈(1층 방 2개, 2층 방 3개, 3층 방 3개)

등장인물:

5호실 - 타카무라, 6호실 – 이즈미 사토루

7호실 – 카가와 부부, 8호실 – 오오바야시, 9호실 - 아라카와 히로시

관리실 – 노자키, 카네코,아버지, 나오코

녹색의 나의 집은 일본 작가의 호러소설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호러 소설을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처음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설은 읽으면서 계속 다음 장을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이 소설은 열여섯 인 아라카와 히로시가 하이츠 그린홈의 3.5평 원룸에서 부모로부터 첫 독립을 했다. 히로시가 독립한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엄마와 죽고 엄마와 가장 친한 이모인 카네코가 아버지랑 재혼했고, 히로시는 카네모가 이모일 때는 좋았지만, 자기 엄마를 대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히로시의 의견도 묻지 않고 재혼했다.

히로시가 하이츠 그린홈은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우편함에 말랑말랑한 인형 머리가 있었다. 하이츠 그린홈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은 스산하고 무서웠다. 집도 무서웠지만 자신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신사에 대해 이유 없이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가 전근을 많이 다닌 터라 지금 사는 동네에서도 산 적이 있어 불길한 느낌에 대해 기억을 떠올려 하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독립한 집을 나갈 수 없었다. 방 안에서 전화기가 울려 받았더니 5일, 3일이라는 말을 남긴다.

문 앞에서 낙서가 멈추고, 낙서에서 그려진 대로 사람이 죽어 나갔다. 어느 날 5호실 타카무라 집 앞에서 낙서가 멈췄고, 낙서에서는 트럭에 깔려 죽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타카무라는 정말로 트럭에 깔려죽었다. 히로시는 고토를 통해 5호실 타카무라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집으로 가는 것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그러나 히로시에게 딱히 대안이 없었다. 이즈미가 빨리 하이츠 그린홈에서 나가라고 말했지만 선뜻 나갈 수 없었다. 다시 이사하려면 아버지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집에 있을 때 그의 방에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으려 했지만 히로시는 결국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받고 난 뒤 불안한 상태로 원룸의 생활을 이어간다.

새로운 학교에서 히로시는 고토라는 친구를 통해 예전에 같은 학교에 다녔을 카네코를 소개받았다. 카네코라는 아이와 어떤 친구 사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즈미 사토루와 친구였다는 사실은 물론 왕따 당한 이즈미 사토루를 신사에 남겨두고 왔던 사실을 기억해 냈다. 이즈미를 신사에 혼자 남겨두고 온 그들은 이즈미가 그곳에서 살해당했던 기억을 잊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잊었다. 자신의 창 문밖으로 보이는 신사의 불길한 느낌은 그들이 이즈미를 혼자 내버려 뒀다는 자책감이 뿌리 깊이 마음속에 새겨져 있어서 받았던 것일 것이다.

이즈미는 귀신들이 히로시군을 노린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나 히로시는 이사할 수 없어 그 집에 계속 머물렀고, 결국 5호실 타카무라 다음의 죽임을 당하는 대상이 되었던 것이었다. 하이츠 그린홈은 이즈미가 예전에 살던 터전이었다. 이즈미는 죽은 후 그 빌라에서 귀신이 되어 떠돌고 있었던 것이었다. 억울함 죽임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즈미는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기보다 자기 친구인 히로시를 살리기 위해 여러 번 신호를 주었다. 다만 히로시가 그것은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히로시는 이즈미가 자신의 친구였단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으니.

어느 날 9호실 히로시가 살고 있는 문 앞에서 낙서가 멈췄다. 토막 난 시체가 그려져있었다. 이제는 히로시 차례였다. 옆집의 오오바야시가 히로시네 문을 열고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고, 냄새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오오바야시 집으로 갔다가 히로시는 오오바야시의 집 욕실에서 살해당한 시신을 본다. 시신을 본 후 뒤를 돌아봤을 때 오오바야시가 히로시를 죽이기 위해 망치를 들고 있었다. 히로시시가 죽을힘 다해 탈출하려 할 때 이즈미가 나타나 도와줬고, 히로시와 이즈미가 히로시의 집으로 돌아가서도 오오바야시는 계속 히로시를 살해하려고 공격했다. 결국 8호실로부터 불이 붙기 시작했고, 오오바야시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 당시 이즈미가 없었다는 히로시는 살 수 없었다.

결국 히로시는 그 집에서 이사했다.

히로시는 나중에 카네코로부터 이즈미의 살해를 한 사람의 이즈미의 부모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그의 영혼이 억울하고 분해 계속 하이츠 그린홈에 머물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귀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귀신을 본 적도 없고, 가위에 눌러본 적도 없지만, 나 역시 이 소설에서 설정한 이야기 속의 귀신과 같이 귀신이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 납골당을 들어갈 때 이유 없이 머리가 아파 그 이후로 가족 납골당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이 소설은 구천을 떠도는 귀신들이 하이츠 그린홈에 살며, 그들이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불러들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호러 소설도 읽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음침하고 무섭고 서늘하지만, 흥미롭다.

오노 후유미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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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자존감을 결정한다 - 복잡한 인간관계 속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
최용천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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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원인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 홀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관계도 있지만, 좋지 않은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삶을 지탱해야 할 때가 있다. 개인적인 관계는 끊어낼 수 있지만 사회 속에서 얽혀 있는 관계 즉 직장이나 조직, 사회에서라면 끊어내기도 어렵다. 이런 공동체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저자는 말하고자 했다.

저자는 물건을 바라보는 일과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라야 하고, 이 관점을 뒤바꿔 보는 경우가 사람들에게 있다고 한다.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 사물을 보는 관점에 따라 대상을 바라본다면 행복하고 즐겁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바라보는 과점을 달리하면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바라봤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낙오자가 될 수 있으며, 낙오자 되었다고 자기의 존재 가치가 훼손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이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얼마 전 오래전 직장의 동료 선배를 만나면서 그녀의 말 하는 태도로 인해 불쾌감이 올라왔다. 그녀가 말하는 내용이 책에 그대로 나와 있어, 내가 괜히 불쾌감을 느낀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은 것 같아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이 사회의 공동체가 회사밖에 없을까. 삼십 년을 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그녀는 자신은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고, 몇 번의 이직을 한 사람은 사회성이 없는 사람처럼 단정하는 말을 했다.

어떤 공동체에서는 잘 맞지 않았지만, 그 공동체를 벗어나 성과를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 과연 그녀는 그들에게도 인내심이 없고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스티브 잡스나 에디슨에게 그녀는 어떻게 말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고등학교 졸업 전 취업해 한 직장을 삼십 년 이상 다니고 있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자신처럼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뱉어내는 그녀를 보면서 적어도 그녀처럼 사람을 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이 그날의 우울함을 달래줬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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