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김혜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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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으라는 연락을 받고 분실물을 찾기 위해 찾아간 장소에 가면 어김없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소설이다. 주인공 혜원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자신이 미처 행동하지 못했던 일들을 행동으로 옮겼더니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는 과거로 돌아간 현실의 삶을 바꿔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미래를 바꿀 수 없었던 이야기와 정반대되는 이야기이다.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혜원은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학원에서 관리직으로 일한다. 어느 날 어릴 적 잃어버렸던 토토로 필통을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토토로 필통을 찾으러 간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미처 보지 못했던 친구나 사람들의 행동이 보였고, 그녀는 과거에 자기 행동을 상기시키며 상황을 바꾸려는 행동을 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삶에 변화가 있었다.

두 번째 분실물 다이어리를 찾으라는 전화를 받고 간 휴대폰 대리점에서 다이어리를 찾고 나오다가 그녀는 사춘기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영화 감상 동아리의 윤준 선배를 좋아해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해성이라는 친구를 알아차린다. 사춘기 시절, 엄마나 자기 가족들을 대하는 고모들의 행동에 화가 났어도 참았던 혜원은 시간 여행을 통해 할머니, 고모들에게 참았던 말을 꺼냈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더 이상 엄마는 김치 100포기를 담기 위해 할머니 댁으로 가지 않아도 되었고, 해성에게 먼저 연락하며 종종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세 번째 분실물은 가방이었다. 그녀는 가방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가방을 찾으러 오라는 전화에 망설였지만, 결국 가방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고등학교 사서직 선생님의 분실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닌 사서직 선생님의 몸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혜원이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없었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사서직 선생님으로 시간 여행을 온 것을 십분 활용해, 혜원이를 도서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과거에 그녀가 힘들었던 순간을 바꾸기 위해 타인의 몸으로 시간 여행을 와 바꾸려 했다.

네 번째 분실물은 핸드폰이었다. 자신이 핸드폰이 버젓이 있는데도 핸드폰을 찾으러 오라고 전화였다. 핸드폰 분실물은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했다. 그곳에 “다음 뉴스입니다. 오늘 낮 오후 열두 시쯤 대찬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234p) 뉴스를 보았다. 현실로 돌아와도 그것이 무엇을 말하지 알 수 없었던 그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에 분실물로 보관해두었던 다이어리를 찾으러 온 학생이 불안해 보였던 그녀는 시간 여행이 생각나 바로 옥상으로 달려갔다. 옥상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학생을 설득하고 있는데, 학생이 몸이 떨어질 위기에 놓여 온몸으로 학생을 잡았지만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학생은 살았다.

옥상을 올라가며 해성에게 전화를 걸었던 혜원의 전화기가 꺼지지 않아 학생과 혜원의 대화를 듣고 경찰서와 소방서를 불렀던 것이다. 그렇게 학생은 옥상에 떨어졌지만 살았다. 온 힘을 다해 학생을 잡았기에 그 사이 옥상 아래에서 조치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한 학생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도 여전히 인간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작가의 의지 아니었을까 싶다.

나 역시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며 바꾸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상기시킨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산다. 후회해 봤자 계속 부정적인 감정들만 쌓이게 된다. 그러나 만약에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가 인생을 바뀔 수만 있다면 떠나보고 싶다.

내향적인 성격인 혜원은 과거 힘들었던 인간관계를 시간 여행하면서 하나씩 풀어나간다. 친구, 가족, 이성 등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던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와 인간관계를 다시 구축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삶에서 인간관계가 그토록 어렵고 버겁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때론 인간관계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고, 일어설 힘을 얻기도 한다.

*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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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척의 배 - 트로이아 전쟁의 여성들
나탈리 헤인스 지음, 홍한별 옮김 / 돌고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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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소설을 어려워 여러 번 삼국지를 완독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항상 3권을 넘기지 못했다. 동양보다 서양의 등장인물의 이름은 더 복잡해 그리스·로마신화 역시 읽고 싶었으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꼭 한번 완독하고 싶은 책 들이지만 언제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트로이 전쟁을 여성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천 척의 배>를 읽으면서 도전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천 척의 배>를 재밌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 나 스스로 벅찬 감동과 자신감이 생겼다. <천 척의 배>를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나탈리 헤인스의 글이 매력적이고, 흡인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방송인, 작가, 코미디언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런 요소들이 그녀의 글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특히 서양 이름이라 상당히 부담되었지만, 지속해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언급되어 소설을 매끄럽게 읽을 수 있었다. 결국 등장인물이 많은 <천 척의 배> 완독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의미이다. 이것은 아마도 홍한별 번역가의 역할이 한몫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해 본다. 나처럼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을 심히 두려워해 읽는 시도조차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이름을 의도적으로 썼는지 아니면 번역가가 의도적으로 이름을 지속해서 번역했는지 모르겠으나 나한테는 개인적으로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잘 소화하는데 상당히 적합한 방법이었다.


 

트로이아 전쟁에 관해 자세히 알지 못해도 이 책을 읽으면 트로이아 전쟁에 대해 알 수 있다. 트로이아 전쟁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몰랐으며, 알더라도 얄팍한 지식만 가지고 있던 사람으로 이 소설을 읽었는데 거부감이나 난해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나를 몰입의 순간으로 이끄는 소설로 인하여 휘몰아치며 책을 읽었다. 그것은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내용도 쉽게 쓰는 작가를 선호한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설명하는 작가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게 된다. 나의 머리 용량이 부족해서일까? 싫다. 그러 면에서 나탈리 헤인스 작가는 어려운 내용의 전쟁과 다양한 신,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을 밀도 높으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 그녀의 다른 소설을 벌써부터 찾아 읽고 싶어지게 한다.


 

트로이아 전쟁에 관련 대다수의 책은 남성적인 측면에서 쓰이고 기술되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천 척의 배>는 트로이아 전쟁에서의 여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새로운 시각에서 고전을 바라보며 쓴 <천 척의 배>는 현시대와도 걸맞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해석으로 새로운 글을 쓴다는 것은 여간해서 쉬운 도전은 아니다. 글을 쓰면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겠느냐는 생각이 드니 목이 멘다. 대부분의 책이 남성 위주로 쓰였기에 여성 위주의 내용은 거의 없어 자료 조사를 해도 많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작가는 굳건히 작가의 시선으로 새로운 측면에서 소설 쓰는 열망과 노력을 하였기에 책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가에게 우레와 같은 찬사를 보낸다.

 


10년간의 트로이아 전쟁에서 그리스는 승리하고, 트로이아는 패함으로써 여성들은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들, 딸, 형제를 잃었다. 더 비참한 것은 노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비참한 인물 중 안드로마케의 비참함은 형언할 수 없는 만큼 사지가 뜯기고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자기 남편 헥토르와 자기 가족을 죽인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가 그녀의 아들 아스티아낙스까지 죽인다. 그런데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네오프톨레모스의 아들 몰로소스를 출산한다. 이런 비극적이고, 비참한 현실에도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내 그녀는 헥토르의 동생 파리스와 함께 그리스에서 작은 트로이아를 만든다. 

 


“ 말년에 안드로마케는 젊은 시절 재앙 속에서 잃은 모든 것의 그림자와 환영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행복의 그림자가 행복 자체에는 못할지라도, 트로이아 해안에서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쓰러져 울 때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삶이었다.”

- (395페이지)

 

 

이 소설은 전쟁에서 비참했던 순간들을, 여성을 통해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신들의 장난일까.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가 사과를 두고 싸우는 장면, 그들로 인해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읽었다. 잘 이해하고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기억은 그러하다. 신들의 수준이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자신감이 생겨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는 시도가 조금 더 앞당겨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의 원천은 <천 척의 배>이다. <천 척의 배>를 시간이 되면 다시 읽어야겠다. 그토록 흥미롭고 다채롭고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오는 등장인물의 가계도를 그리면서 읽으니 한층 더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었다. 

 


트로이아 크레우사, 트로이아의 전쟁에 뛰어들었던 아마조네스 자매(히폴리테, 펜테실레이아), 그리스에 트로이아 여성들이 잡혀있을 때 리더로서 모습을 보인 헤카베, 브리세이스, 크리세이스, 키산드라, 그리스에서는 전쟁 나간 남편인 오딧세우스를 그리워하는 페넬로페, 자기 아들을 죽인 남편 아가멤논이 전쟁 후 그리스로 돌아왔을 때 남편을 죽인 클리타임네스트 등 다양한 여성 인물과 여신을 만나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고전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다른 나라 작가의 훌륭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충만한 기쁨의 순간이었고, 재밌게 글 쓰는 훌륭한 작가를 알게 되어 뜻깊다. 나탈리 헤인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그녀의 또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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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두 번째 원고
김혜빈 외 지음 / 사계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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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신문사 주최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 작가들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책이다. 단편보다 장편을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신인 작가들을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국 문학에서 다양한 작가를 만날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만들어져,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이에 독자들도 다양한 작가의 책을 만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신보라 작가의 <이주> 이야기가 끝나면, 새로운 장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작가들의 에세이다. 이따금 처음 만나는 작가의 책을 읽다가 작가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막상 작가의 이름만 알고 그가 누군지, 그가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쓰는지 몰라 궁금해도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없는데 이 책은 작가들의 에세이를 구성해 나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었다. 소설 외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생각을 살짝 훔쳐본 것 같아 즐겁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설 뒤편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나 그녀 글의 원천은 무엇일까? 아이디어는 어디서 올까? 등 궁금한 것들이 많다.

이 책은 여러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 솔리터리 크리처, 김혜빈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레드볼> 등단)

- 정원사, 김사사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체조합시다> 등단)

- 공현진, 권능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녹> 등단)

- 하가람,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202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수박> 등단)

- 신보라, 이주 (202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휠얼라이트먼트> 등단>

어릴 적 친했던 친구가 이름을 바꿨다. 그런 친구의 비밀을 알게 된다. '늑대 인간'. “기억해. 외로운 사람은 모두 늑대 인간이 될 수 있어!” (19p). 이따금 늑대 인간으로 소재를 삼은 문화 예술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거나 읽지 않아 이 책에서 나온 늑대 인간이 기존의 것들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나는 이 단편에서 친구는 왜 이름을 바꾸고, 늑대 인간으로 변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친구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외로움? 관계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 솔리터리 크리처

솔과 초희 이모의 얽히고설킨 관계, 솔은 관계를 끊으려고 하지만, 결국 끊지 못하고 월에 한 번씩 이모하고 목욕하러 가는 날이 되자 자연스레 문 앞으로 나간다. 딸 초희를 어렵게 가졌지만, 일찍 자식을 잃은 이모는 그래서 조카인 솔에게 더 집착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무너지지 않으려고. 솔은 그런 이모가 부담스럽고,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 권능

신선한 소재로 구성된 소설이 여러 편이 있다. 다양한 색채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나같이 단순한 인간은 단편보다 장편이 맞는 편이다. 단편은 압축한 표현들이 많아 작가의 생각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작가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단편이 아닌 장편에서도 작가의 소설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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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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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오랜만에 가족에 관한 소설 한 편을 읽었다.


볼보 굴착기로 가족을 먹여 살렸던 한 중년 남자인 남훈이 은퇴하며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으며 새로운 삶을 위해 나아가는 소설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오랜만에 슬프지만, 가슴 한편이 따뜻한 무언가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족 구성원 각자는 자신의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산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산다고 해도 언제나 행복으로 인생이 충만한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슬픔과 어려움이 찾아든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가족 안에서만 가능하지 않고, 가족과 더불어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봉착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은퇴한 주인공 남훈은 볼보 굴착기를 중고로 판매하기 위해 세 명의 사람과 만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중고 판매하지 않고 한 청년에게 렌트해 주고 3개월에 한 번 굴착기 상태를 점검하는 계약을 맺는다. 자신의 굴착기에 남다른 애착으로 꼼꼼하게 관리했던 그가 막상 누군가의 손에 굴착기를 넘기려니 아깝기도 하고, 함부로 사용할까 판매하지도 못했다. 그 마음이 느껴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보물 1호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남훈은 자신이 기록해 놓았던 <청년일지>를 보게 되었고, <청년일지>를 보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둘 실천했다. 그중 하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었으며 독일어, 프랑스어 고민하다가 스페인어를 선택해 학원을 부지런히 다녔다.


그는 플라멩코도 배웠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으로 참여해도 되는데 꼬박꼬박 오프라인 수업을 다니며 플라멩코를 배웠다. 그는 그렇게 은퇴 후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해나갔지만, 가슴 깊이 송곳이 박혀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주인공 남훈이 젊은 날 이혼하면서 딸을 데려오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딸 보연을 찾는 것이 소원이었다. 자기 딸을 찾기 위해 초본에 나왔던 주소지들을 찾아다녔다. 결국 40대가 된 딸을 찾았지만, 그녀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남훈은 마흔 살쯤 지금의 아내를 만나 늦둥이 선아를 출산했다. 그는 그들이 신경 쓰여 쉽게 딸을 만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딸이 보고 싶었다. 용기를 내 딸 보연을 만났다.


이 소설 결론에 이르러 드디어 남훈은 딸 보연과 스페인 여행을 갔다. 맞춤 제작한 양복을 멋들어지게 입고 스페인에서 플라멩코를 추었고, 스페인어를 구사하며 딸 보연과 행복한 스페인 여행을 했다. 스페인 여행에서 딸 보연을 바라보지 않았다가 결국 눈물 흘리는 보연의 말에 자기 잘못을 깨닫고 보연을 바라본다. 그렇게 소설은 오랜 세월 떨어져 있던 부녀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그토록 사랑하는 늦둥이 딸 선아, 첫째 딸 보연, 그의 아내를 포함한 카를로스, 굴착기 청년, 플라멩코 강사가 그의 은퇴 삶에 함께 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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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부름
주성민 지음 / 잇스토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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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호랑이를 소재로 쓴 소설을 읽으며 재미를 느껴 미스터리 호러 소설 <호랑이 부름> 서평단 모집 글을 보자마자 신청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문자 하나가 왔다. 혹시 피싱인가 싶어 여러 차례 인터넷 검색한 결과 내가 신청한 서평단 모집에 당첨되어 책 읽을 기회를 주는 문자였다. 요즘 기억력이 갈수록 쇠퇴해지고 있단 생각이 들어 걱정된다. 바로 직전에 무엇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어 걱정되고 있다.


전자책으로 읽어야 해 읽기 전에 살짝 부담되었다. 왜냐하면 전자책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PDF로 된 자료를 여러 번 보다가 눈의 피로도로 여러 번 포기했고, 결국 종이로 인쇄해 자료를 살펴봤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눈의 노화가 작년부터 심해져 핸드폰으로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그렇게 걱정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책이 재미있어 그런지 책을 다 읽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읽어서 글자가 살짝 작아 불편했지만, 내용이 그것을 압도했다.


작년에 읽었던 호랑이를 소재로 2편의 소설을 읽었는데 소설 속에서 호랑이를 전면으로 내세운 것이 아니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 부름> 호랑이를 전면으로 등장시켰다.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인 작가는 저녁에 아이들을 재워놓고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글을 쓰는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런저런 핑계를 거울삼아 요즘 글쓰기를 못 하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호랑이 부름>은 술술 읽힌다. 속도감이 있게 전개되며, 한번 손에 들면 내용이 궁금해서 핸드폰에서 손을 내려놓지 못했다. “창귀”라는 단어를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창귀(倀鬼): 1. 명사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범을 인도한다는 나쁜 귀신. 2. 명사 남을 못된 짓을 하도록 인도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표준국어 대사전 – 출처 네이버 사전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호랑이에 관해 설명한 내용이 있다. 이 내용을 소설을 읽은 후에서 여러 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소설 들어가기 전에 무심히 읽었던 내용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 읽었을 때 이 소설을 알려주는 핵심적인 내용이라 생각이 든다.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호랑이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마을의 박필부가 하라는 데 동조한다. 아버지를 잃은 서태금에게 호랑이를 잡아 오라며 박필부는 요구했고, 이에 서태금은 호랑이를 찾으러 산으로 갔다가 사냥꾼 이정방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함께한다. 결국 이 소설의 결론으로 가면서 사냥꾼 이정방은 호랑이가 누군지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박필부가 호랑이가 더 이상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고용한 박수무당의 호탈굿을 통해 죽음을 맞는다. 사람의 탈을 쓴 호랑이가 누군지 찾고 싶다면 이 책을 당장 펼쳐 들고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단숨에 읽힌다. 100페이지의 짧은 소설이지만 200페이지 넘는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다.


호랑이에 잡아먹혀 죽었다고 생각한 죽은 자들의 무덤이 돌무덤 형식으로 묻혀 있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찾지도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사람을 먹은 호랑이가 이 현상을 마을 사람에게 말하는 문장을 소설 속에 넣었는데 이 문장을 넣은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다. 마을 사람을 꼬집고 싶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죽은 사냥꾼, 이정방의 입을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소설은 영상화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호랑이 부름 2>으로 더 이야기가 이어져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무엇인가 이야기가 더 나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호랑이 소재로 한 호러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기회를 줘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창작하는 작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나도 그처럼 창작하고 싶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창작할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작가들은 어디서 창작의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직장 생활과 육아로 바쁠 텐데도 시간을 내어 글 쓰는 그의 글쓰기 원천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히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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