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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ㅣ 꿈꾸는돌 37
최상희 지음 / 돌베개 / 2023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고등학생들의 우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요 소재는 책으로, 읽는 내내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책을 소재로 하는 것들을 사랑한다. 일본 책 중 그저 책 좋아 출판사에 대해 일도 모르는 사람이 무작정 출판사를 차리고 출판사를 운영해 나가는 내용을 읽고 행복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기 바로 직전 소설에서도 책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다. 연이어 책을 소재로 하는 소설 책을 읽는 행운을 누렸다. 책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 ‘로맨스는 별책부록’ 드라마를 보며 벅차올랐던 감정을 생경하게 떠오르게 한 책이었다.
요즘 많은 사람이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해져 있다. 지하철에서 활자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핸드폰으로 활자를 본다고 하더라도 책의 형태가 아닌 것을 많아 봤다.
책을 읽고 예전의 나보다 얼마나 더 성숙해지고 발전되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스무 살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 이십오 년이라 세월이 지나왔지만, 책을 읽고 뚜렷하고 명확하게 나의 재능이 발현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없다. 하지만, 재능이 설령 없더라도 책을 읽다 보니 글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그것은 나에게 있어 엄청난 발전이라는데는 추호의 의심이 없다. 오늘 아침, 초등학교 시절 간헐적으로 썼던 일기장을 들춰보니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다. 어린 시절 나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글을 쓰고 말하며 기록한다. 기록은 세대를 뛰어넘어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다.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지 싶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책을 소재로 한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저 좋았다.
녹주는 미술 시간에 민영이 녹주를 그려주며, 오른쪽 속눈썹이 없다는 것을 알려줘 처음으로 자신이 오른쪽 속눈썹이 없는 사실을 알았다. 민영이는 차미라는 친구에게 찾아가 방법을 물어보라고 말했다. 차미라는 친구가 해결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차미는 몰랐다. 속눈썹이 없는 것을 차미라고 무슨 수로 다시 있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를 계기로 녹주는 차미와 차미의 친구 오란과 친구가 되었다. 차미와 오란은 도서부 활동을 하는 친구였고, 교내 도서관에서 책을 진열하고, 대출하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이 책은 그런 차미와 오란을 통해 책을 좋아했던 녹주 역시 그들과 함께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소설이다.
녹주는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책등을 뒤로 꽂아 친구들이 그것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친구들이 녹주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고 공유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추리소설을 섞어 넣기도 하면서 그들은 그들만의 공유한 것들을 점차로 늘려간다.
이 소설 속 오란의 이모는 책방을 운영한다. 이모가 호주로 떠난 사이 오란은 이모의 책방을 봐주기로 한다. 녹주와 차미와 함께 오란은 책방을 봐주며 주변의 고양이를 살핀다. 이모 책방 공간에서 주는 느낌, 그 느낌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중소도시의 서점들이 문을 닫는 현상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몇 년 전부터 동네 서점이 들어섰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글을 어렴풋이 볼 때면 마음이 저며오기도 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은 터라 소설 속의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이모의 책방이 잘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소설 속 학교에는 책과 관련된 동아리가 도서부, 문예부, 독서토론부가 있다. 신간 도서는 물론 반납한 책을 다시 진열하고, 책을 대출해 주는 도서부는 문예부와 독서토론부와 다르다. 도서부에서 도서부만이 즐길 수 있는 꺼리를 찾아 여학생 셋이 책을 즐기는 모습, 0~900번대의 책장과 책장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도서관에 책을 비치할 수 없는 책을 요구하는 박승태 학생의 도발적인 의견 제시, 전학 온 민트색 옷을 입은 이무열 학생이 도서부로 들어오는 이야기 등 교내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고등학교 도서관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책장과 책장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앉아 읽는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해 세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시간이 멈추는 듯하다. 그 시간은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고요함과 행복감을 나에게 선사해 준다. 특정 책장과 책장 사이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문득 도서관을 찾아 그 햇살을 느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작년 100일 글쓰기에 도전하며, 책을 더 집중적으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올해는 더 자주 책을 읽고 있다. 풍부한 어휘력과 문장력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으로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는 중이다. 다양한 책은 일상을 벗어나 잠시 나에게 삶의 윤활유가 되어준다. 그리고 이따금 책을 소재로 한 책을 읽으며 같이 공감되는 포인트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를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를 만난 착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들처럼 조금 더 일찍 책을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의 나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며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상상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들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이 있다. 그중에 음악 도서관이 있는데 카페처럼 편안한 공간이고, 다채로운 음악들을 청취할 수 있으며, 음악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도서관이 있을까 싶어 행복하다.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내 집처럼 방문해 도서관의 편한 분위기를 즐기고 책을 조금 더 가까이 접하기를 바란다. 이 소설을 읽으며 도서관을 한 번쯤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