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너머의 나 풀빛 청소년 문학 8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김영주 옮김 / 풀빛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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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동성을 좋아해 본 적 있던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본다. 특히 여자들 말이다. 남자의 경우는 내가 여자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여자들사이에서는 유독 인기있는 여자아이가 있기도 하고, 쉬는시간 과자선물, 편지, 쪽지 등등..애정공세를 받기도 하는데...부끄럽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지만 나 역시 그런 여자아이였다. 받기만 했던 아이. '선배님 좋아해요. 밤마다 선배님 생각 뿐이예요.'라는 쪽지.... 현재는 그 쪽지들이 부끄러워 모두 없애버렸지만, 매일매일 날아드는 편지와 쪽지 그리고 작은 과자들..... 남달리 즐기기 보단 부끄러워하고 귀찮아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레즈비언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런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른다. 그 아이가 나를 좋아했던 것이지 나를 동경했던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말끝마다 '멋있다'라고 말했던걸 보면 동경에 가까운 것이 아니였을까.

 

 

 

 

 

 

 

진짜 나를 찾아가는 어느 여고생의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

 

 

 

마리사의 안에서 뭔가가 외치고 있었다.

마리사는 그것이 무엇인지, 또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마리사는 침대 속을 ㅗ들어가 토요일, 아말리아가 차지했던 자리를 바라보고는 불을 껐다.

아마 거울 속 여자는, 마리사가 숨죽여 우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p. 104중에서.....

 

 

 

 

 

 

 

고독은 너무나 단호하고 강해 심장에 난 검은 구멍처럼 마리사를 삼킬 듯했다.

마리사는 그때만큼 마음이 스산한 적도 없었다.

죽고 싶을 만큼 싸늘한 마음. 보이지 않는 고통. 존재의 고통.

마리사가 울음을 터뜨리자 그 검은 구멍이 조금씩 그녀를 삼켰다.

p.144중에서..

 

 

 

사춘기 시절엔 '성정체성을 발견하는 시절'이다. 나역시 무척 흔들렸던 시기. 친구와 다툼한 날엔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엄마에게 수없이 짙은 미움을 보내고..... 그렇게 흔들리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잡았던가....생각도 나지 않지만, 아마도 흐르도록 놔 둔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주인공 마리사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넌 누구니?' 라고. 그녀는 거울을 보면서 수없이 되묻는다.

 

 

 

왜 그랬을까? 왜...자신의 모습을 되묻는 것일까. 거울속 그 모습 그대로가 나인데.... 그녀는 자신의 깊은 곳에서 부터 전해져오는 진정한 성정체성에 대해 깨닳아가는 과정을 혼란스러워하며 직접 부딪혀보고 있었다.

 

 

그녀가 찾은 정체성은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충격적이였다. 과연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순한 호기심 동경이 아니였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안 마리사의 충격이 나에게도 전해지고, 나 역시 그녀처럼 긴장하고 혼란스러웠다. 마리사보다는 덜하겠지만, 과연 그녀는 어떻게 그 사실을 받아들일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청춘에 나 자신을 앓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는 나를 추억에 젖게 하고, '설마'와 같은 상황이 실로 있으리라는 생각을 깨우치게 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이러한 이야기를 청소년을 위한 도서에 솔직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담아낸 작가가 처음엔 꺼려졌다. '우리 정서에 안 맞아!'라는 선입견. 그러나 읽어내려가다 보니, 화끈거리는 부분과 두근거리는 부분 역시 없지않아 있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이도 청소년들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온몸을 보여주는 것 보다 어깨끈 하나 푸는 것이 더 야하다는 말처럼, 우리 청소년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이 더 힘되고 도움도지 않을까 싶다. 나를 추억에 잠기게 하는 책이였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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