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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헤어질 줄 몰랐지 - 세 마리 반려견과 함께한 칠 년의 기록
이근영 사진 글 / 북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우리, 헤어질 줄 몰랐지
사진과 글 이근영
- 북하우스 -
하쿠, 만쥬, 달리와 함께 울고 웃었던 칠 년, 그리고 헤어짐
따뜻한 기억의 조각들을 펼쳐놓은 포토 에세이
나에게도 7년, 그래..이 글의 저자가 반려동물이 함께한 시간과 꼭 같은 7년동안 함께 한 반려견이 있었다.
어느날.
작은 가슴을 발딱 거리면서 바쁘게 숨 쉬던 그 작은 녀석을...... 무턱대고 집에 데리고 온 언니. 언니는 선물을 받았다며 데려 왔지만 쇼파에 앉아 그 작은 녀석이 세상의 공기에 맞서 열심히 폐를 움직이는 모습을 처량하게 바라보던 엄마. 300미터에 방석을 깔고 그 작은 녀석을 올려놓고 아주 오랫동안 고민 하셨다던 엄마였다. ' 아, 이 작은 녀석을 우리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그리곤 결심하셨다. 키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결국 애완견샵에 데려다 준 우리들...... 우리 손에서 잘못되는 것보다 눈도 뜨지 못하는 그 아이를 잘 돌봐줄 수 있는 그 누군가와 인연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데려다 줬었는데, 그로부터 1년후, 언니는 또 한마리의 요크셔테리어 암컷을 데려왔다. 생후 5~7개월 정도 되는 아이.두번이나 반복되는 반려견과의 인연. 결국 우리는 그 아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키울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 그 녀석과 7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신기했다. 퇴근 후 집안에 들어오기보다 화단에 시간과 정성을 쏟으시던 아버지, 회사복을 벗지도 않고 그렇게 화단의 화초에 열을 올리시던 무뚝뚝한 경상도 토박이 아버지가 퇴근후 즉각 집안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 역시 반려견이다. 반려견이 너무 이뻐서 이름도 '이쁘니'라고 지었던 우리들. 이쁘니를 보기 위해 아버지는 문을 열고 들어오시고, 격하게 반기는 그 아이를 두팔 활짝 열어 안아주셨다. 웃음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우리집엔 매일매일 웃음꽃이 피었다. 물론 이쁘니가 요크셔테리어 종이라 외로움을 많이 타는 걸 몰랐던 우리였지만, 여기저기 변을 보고 다녀 힘들어해도 우리는 그 아이를 무척 사랑했다.
작가의 첫 반려견, 만쥬. 티베탄 테리어다. '귀신을 쫓는 개' '행복을 부르는 수호견'으로 알려져 있는 매력적인 종이다. 지나친 복종을 강요하면 고집불통이 되어버린다는 티베탄 테리어. 사람도 그러하지 않나. 지나친 복종과 부당한 억압을 강요할수록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것이 꼭 닮았다.

감탄했어
지치지 않는 네 개의 다리.
무엇도 놓치지 않는 강렬한 시선.
날 향해 항상 열려 있는 두 귀.
변함없이내게 돌아오려는 네 의지.
반복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 끈기.
어리석을 만치 우직한, 무조건적인 믿음.
언제나 나를 반기는 네 꼬리.
삶의 고단함을 닮은 서글픈 발바닥.
그러나 언제나
눈빛, 눈빛
그 눈빛에 반했어.
세마리의 개를 키워보면서 겪었던 기쁨과 슬픔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는 작가. 그 이야기가 무척이나 고소하고, 사소하면서도 경이로워서 나는 어느새 그 글밥에 푹 빠져들었다. 물론, 나는 개를 키워본 경험자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듣는 듯 착각을 하기도 한다.
쉽지 않은 그녀의 노력. 그녀는 그녀의 개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한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을 한다. 노력하는 모습이 부럽고, 대견했다. 사람들은 임신과 함께 반려견을 버린다. 강아지의 털이 해롭다는 거다. 병균을 몰고 다닌다고 말이다. 결국, 나는 마음이 착찹해진다. 우리집 '이쁘니'도 그로 인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강아지를 무척 사랑하는 집으로 보냈고, 아주 정성으로 키워주셨지만 우리집에서 보내진지 꼭 한달만에 머나먼 길을 돌고 돌아 집으로 왔다. 온몸에 구정물을 맞고 말이다. 못알아본 아버지가 집안으로 뛰어들어와 이쁘니가 아닐까 하고 소식을 전하자 나는 튀어나갔다. 맨발로 말이다. 정말이였다. 집에서만 키웠던 아주 가끔 산책을 했던 우리집 이쁘니 요크셔테리어가 문앞에서 울먹이며 나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어떻게 찾아왔을까.......'
그때를 잊을 수 없다.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지금도 생각난다. 그녀석을 그렇게 보내는게 아니였는데.... 그쪽 주인이 애타게 찾는다며 데리러 왔을때 정말 하루 꼬박을 울었다. 그리고 너무나 그리워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었는데...11년이 넘는 세월을 살다 간 터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 책의 주인공 하쿠,만쥬,달리를 보니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리워진다.


헤어짐이 두려워 나는 절대로 동물을 키우지 않으리라, 작은 햄스터조차도 ....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이별의 아픔이 나에겐 상당히 컸기 때문에 다시 겪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우리 아이가 반려동물을 원한다. 개든 고양이든 무조건 함께 살고 싶다고 메달리니 미칠 노릇이다. 그나마 첫째 아들녀석이 아토피를 앓고 있어 그 핑계로 키울수 없다 단정짓고 있지만, 개와 고양이에게 알러지반응이 없는 걸 알고나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긴 한다. 저자는 달리를 처음 데려왔을때 지옥의 시작이라는 말을 했다. 정말 산책보다도 집안을 더 좋아하는 달리. 특이한 외모로 압도하는 비주얼, 온 집안을 전쟁터로 만드는 파괴의왕. 그러나 저자는 노력한다. 헤어짐의 연습. 얼마나 힘든 과정일지.... 글을 읽고만 있어도 알겠다. 그렇게 그녀의 그 무직한 책임감이 나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어준다.
생명경시현상. 낙태한 아이를 캡슐로 만들어 먹는 인간. 태반을 찾는 여자들. 모든 것이 진정 현실일까 싶다. 여기저기 개와 고양이가 버려지고 있고, 쉽게 여겨지는 듯 하여 안타까우면서도 무섭다. 인간은 점점 더 변할 것인가. 결국엔 그 언젠가는 변하지 않는 ...차가운 무표정으로 옆사람을 칼로 찌르지는 않을까...... 섬뜩하다. 이런 생각은 되도록이면 떨쳐내야 하는데 이런 책을 만날때면 내 생각의 끝은 걷잡을 수 없이 어디론가 향한다. 안타까움만이....한숨으로 길게 나올 뿐.
오랜만에, 따뜻해지고 별것 아닌 한줄의 글귀에 숙연해지는 그런 책을 만난 듯 하다.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반려동물을 거부해왔던 나인데 아이의 건강이 허락된다면, 나도 우리 가족의 사랑이 필요한 반려동물을 키워보고 싶다. 책임감있게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할 그런 동물을 말이다......

고견이 된 나의 천사 '이쁘니'의 행복이 하늘에서도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