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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뼈의 딸 1 -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4-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4
레이니 테일러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Doughter of Smoke and Bone
연기와 뼈의 딸
- 레이니 테일러 -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가 뭘까? 우리 시대 영웅이 나타나야 할 때쯤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세상이 너무 평화로워서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영웅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리는 것일까. 비현실적인 세상의 이야기가 실제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착각하는 그 시간이 불쾌하지만은 않다. 사실 있었음 좋겠다 하고 말하는 사람도 나를 비롯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루한 일상, 매일매일이 이렇게 흘러간다. 크고 작은 일이 있지만 세상이 둘로 쪼개어졌다가 합쳐지는 식의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이러한 괴기스러운 판타지를 접하는 것은 또다른 삶의 즐거움이다. 심지어 꿈을 꾸기도 하는 이 병적인 증상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경험할 수 있었다.
『연기와 뼈의 딸』은 고개를 까딱거릴 만한 소재다. 천사와 악마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식상한 주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이 책은 상상 그 이상이였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 한권을 읽은 뒤 바로 검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검색어는 이렇다. ' 키메라 ' '천사' '프라하의 경치' '기보림' '함사스'등등이다. 판타지 소설을 읽은 이래로 이렇게 검색까지 할 정도로 빠진 건 처음이라는 것이다.
키메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동물로 머리는 사자, 가슴은 양, 꼬리는 뱀으로 된 가공 괴물이다.
생물학적으로 키메라란, 한 개체속에 유전적으로 다른 2종류 이상의 세포를 갖는 생물을 말한다.
이 책의 굵은 줄기는 ' 천사와 악마가 사랑에 빠졌다' 이거다. 천사인 아키바와 악마인 키메라 카루. 인간세상에서 사는 카루는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17세 프라하 예술학교생이다. 아버지처럼 따르던 브림스톤의 심부름으로 전세계 암시장을 돌아다니며 이빨을 사들인다. 전세계를 다닐 수 있게 하는 포털을 타고 다니면서 목숨을 잃을뻔하기도 하지만 무술과 약간의 미약한 마법을 갖고 있는 카루는 두려움없이 세상을 다닌다. 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에 그려진 눈 모양의 문신은 무엇인지, 인간들과 사뭇 다른 자신은 과연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소원을 거래하는 브림스톤의 금지된 문 뒤의 세상들.... 그녀는 수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 앞에 나타난 한 천사, 아키바. 포털문에 찍힌 손바닥모양의 검은재들.... 도데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운명적인 아키바와의 만남으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연기와 뼈의 딸』이다.
위시본
닭 혹은 오리등의 조류의 목과 가슴 사이에 있는 V자형 뼈.
이것의 양 끝을 두사람이 잡고 서로 잡아당겨 긴 쪽을 갖게 된 사람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
레이니 테일러
청소년 독자를 위한 책을 주로 쓰지만 어른 역시 청소년들보다 조금 더 자란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른들 역시 자신의 소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진속 목에 걸린 위시본 목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 작가 소개란을 보았을땐 눈에 들어오지 않던 저 목걸이가.... 지금은 확실히 무엇인지 알겠다. 위시본 목걸이.레이니 테일러는 저 위시본 목걸이에 어떤 소원을 담고 있을까.....
" 그는 자산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해요. 괴물들은 자신을 괴물로 보지 않습니다. 마을에 숨어서 처녀들을 잡아먹는 용도 마을 사람들이 ' 괴물이다!'라고 소리치면 뒤를 돌아본다지 않습니까. "
'괴물이 되고 싶지 않거든 괴물과 싸우지 말 것이며,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이 널 마주 볼 것이다.' - 니체-
page.153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미국드라마가 있다. ' 슈퍼내추럴'이다. 천사와 악마를 주제로 한 드라마이며 벌써 시즌 7까지 방영되고 있다. 시즌1에서 노란눈을 가진 악마를 쫓아다니던 남자형제. 헌터의 아버지 아래 형제는 헌터로 삶을 살아간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천사와 악마들의 다양한 등장. 그리스신화는 물론 세계 각지의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건 천사와 악마는 하나가 아니였을까 하는거다. 천사와 악마에 비해 미약한 인간. 인간인 남자형제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주제에 비해 전혀 식상하지 않다.
『연기와 뼈의 딸』에서 보여지는 천사와 키메라는 태초에 한 종족이였다는 내용을 비치고 있는데.....과연 다음편의 이야기가 어떻게전개될지 조바심나도록 기다려진다. 아키바의 타오르는 천사의 커다란 날개를 상상하기도 하고, 파란머리를 가진 카루가 되어보기도 한 흥미로운 시간이였다.
상상이라는 무기를 가진 뇌가 빚어내는 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몇주일을 천사와 키메라 세상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레이니 테일러가 어떤 숨막히는 이야기를 갖고 다시 나를 찾아올련지..... 이가을이 무척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