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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네 레시피 - 콩나물무침부터 갈비찜까지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내는 요리 비법
중앙M&B 편집부 엮음 / 중앙M&B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친정엄마네 레시피 - 중앙 M&B 편집부 -
『친정엄마네 레시피』이 책 제목의 어느 단어에 꽂혔다. 친정엄마...... 내가 요리를 하면서 가장 답답한게 이거다. ' 엄마가 살아 계시면 물어나 볼텐데..... 그때 어떻게 했더라?' 나는 엄마가 요리할 때 옆에서 어시스트를 멋지게 해내던 딸이 아니였다. 하지만 엄마가 투병때 엄마 대신 밥상을 책임져야 했었기 때문에 그 단시간에 쇼파에 누워있는 엄마에게 왔다갔다하면서 물어본게 다다. 정말 안타까운 일 아니던가. 물어볼 곳이 없으니 추억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좀 보자. 친정엄마의 레시피라니.
' 엄마, 도데체 그 된장찌개...... 맛의 비결이 뭐였수?'
언젠가 엄마의 묘 앞에서 인사를 드린 뒤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마른 오징어를 우걱우걱 씹던 기억이 난다. 하늘을 보면서 내가 엄마에게 물어본 말이다. 도데체 그 된장찌개엔 무엇이 들어갔던 것일까? 하고 말이다. 친정아빠는 엄마를 보내고 혼자 사시면서 요리연구가를 사칭(?)하셨다. 엄마의 된장찌개 비법 찾기 돌입이라나? 그래서 아빠만의 된장찌개가 탄생되었지만 암만 먹어도 친정엄마의 된장찌개와는 달랐다. 정말 그 비결이 뭐였을까.

엄마가 해 주시던 ' 그 맛 ' 기억하세요?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과 친정엄마가 딸에게 말하는 말...... 그리고 재료와 만들기가 실려있는 페이지.
구성이 여느 요리책과 다르지 않다고 보진 않는다. 왜냐면 노하우가 담긴 " " 부호 안의 말이 있기 때문이다.
" 콩나물 무침은 소금 딱 한가지로 맛을 내는 거란다. 무엇보다 재료를 잘 골라야지. 보통 통통하고 짧은 콩나물이 맛있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사보니 좀 가늘어도 유기농 콩나물이 고소하고 국물 맛도 시원하더구나. 콩나물은 시루에서 뽑은 직후부터 질겨지기 시작하니까 오래되지 않은 것을 구입해서 되도록 빨리 먹어야 맛이 있단다. 콩나물을 한 봉지 사면 무조건 다 씻어 콩나물 무치고 국 끓여 하너번에 먹어치우는게 좋아."
최근에 친정에 새 어머니가 콩나물을 시루째 사서 드시는걸 봤다. 이유가 콩나물은 시루에서 뽑아 오래 놓으면 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듣고보니 그게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시루에서 뽑아 산 콩나물 즉, 재래시장에서 산 콩나물이 늘 맛이 있었던 것이다. 마트에서 포장되어 나온 콩나물은 맛이 있기도 하지만 가끔 유효기간 다 된 콩나물은 맛이 없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친정엄마 아니면 누가 들려줄 것인가 말이다. 그것은 삶에서 얻어낸 노하우이기 때문에 친정엄마의 레시피는 꼭 알고 싶었던 요리비법이였다.

친정엄마에게 질문
아하! 그렇구나. 어쩐지 어느날 너무 뜨거운 콩나물을 조금 식힌 뒤 양념했더니 맛이 없더라니. 양념이 고루 배지 않았던 터였다. 굵은 콩나물을 삶으면 좀 싱거운 듯 해서 무칠때 간장과 소금을 많이 넣는 버릇이 있었는데 주부생활 1년 후 삶을 때 소금 넣고 건져내서 더 양념하는걸 알아냈다. 이런 노하우를 알았다면 그간 콩나물 무침에 자신없어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친정엄마의 훈수란도 고맙다. 초보주부들에게 이런 주부구단의 비책은 정말 중요하다. 매번 인터넷을 뒤져 다른 엄마들의 요리비법을 따라하곤 하는데 내 입맛에 맞지 않거나 이런 중요한 비책은 놓치기 일쑤다. 요리를 하면서 알아가야 하는 세월을 단축할 수 있는 친정엄마의 비법서. 얼마나 바라던 책이던가.
소박한 음식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스테이크 한상 차려봐야지 하는 마음보다 정갈한 그릇이 탐이나고 한식위주의 밥상을 제대로 해 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바다나물을 무척 즐겨 먹던 친정엄마. 김치에 청각을 넣던 게 늘 못마땅해서 김치 먹을때 마다 걷어내고 먹었었는데 최근 시댁김장때 청각을 사다가 넣게 되었다. 어찌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입맛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도 친정엄마를 닮아가는 내 입맛을 마냥 탓할 수도 없다. 그저 요리를 도전해보고 맛을 보면서 그때 엄마가 해 주셨던 음식을 떠올리며 맛을 찾는 숙제를 해내고 있는 터다.
『친정엄마네 레시피』덕분에 시행착오를 훨씬 줄일 수 있을 듯 하다. 반갑기 그지 없는 레시피들. 친정엄마의 빈자리가 요리할때 만큼은 야속했는데 이 책 덕분에 요리하는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콩나물? 넌 이제 끝이야!! 내 손안에 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