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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ㅣ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스터리란 이런 것이다!!!
<밀레니엄>에 붙은 수많은 타이틀은 단지 훼이크였다는 소리가 어딘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그런 검은 생각도 해봤다. 늘, 어떠한 책을 선택해서 읽을 땐 그 책의 띠지나 혹은 안쪽 날개의 작가 소개, 그리고 대략의 출판사측 줄거리 정도를 눈여겨 보기도 하는데...... 수상경력이 있는 책은 그 경력을 배제하고 판단해보자는 생각을 해도 어느덧 그 틀에 끼워맞춰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러면 결론은 두가지다. " 역시!!!!" 혹은 " 역시......". 두가지의 ’역시’라는 감탄어는 극과 극이다. 나는 결국 감탄하거나 실망한다. 수상경력과 강렬한 한마디의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책을 들여다보기는 아직까지 연마해야 할 수행(?)과제인 것 같다.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로 시작한 책읽기는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로 확인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만나본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 대한 기대는 1부의 그 이상이고, 죄를 지은 것처럼 혹은 연애의 첫시작을 한 두근거리는 설레임처럼......두꺼운 책을 집어들고는 응시했었다. ’드디어 너를 만나는구나.....’하는 속울림을 뇌이면서 말이다.
우선 나를 이토록 떨리게 만드는 작가 ’스티그 라르손’에 대한 이 원망섞인 안타까움은 <밀레니엄>을 한권한권 만날 때 마다 증폭된다. 그의 머릿속에 담겨진 10부작의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에 보여주지 못한 그의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 나의 안타까움을 부추긴다. 대개 첫 작품의 이야기 전개란, 불쑥 삐져 나오는 것과 건너 뛰는 듯한 느낌이 있기도 하던데..... (아직 더욱 더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제껏 만나본 처녀작들을 바탕으로 받은 느낌이 그러하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은 전문지식과 사회적 배경을 어필하는 사회적 지식, 얽힌 복선의 치밀함, 생각지 못한 이야기의 결말, 눈앞에 도면을 펼친듯 그려지는 묘사, 매료되는 개성넘치는 주인공의 설정등으로 짜임새 있는 미스터리를 보여준다. 미스터리를 손 꼽으라 하면 늘, 일본 소설을 추천했었지만 진정 이 소설은 나를 흥분하게 하고 넘치도록 광분하게 한다.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환상적 만남은 <밀레니엄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미스터리 소설 외 그 어떤 소설이라도 주인공에 매료되어 한순간 내가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은, 책이 주는 또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수없이 미카엘이 되었다가 리스베트가 되어보는 나. 이 소설의 흡인력은 최고였던 것 같다. 1부에서는 조금 전개가 길어 한템포 한템포가 쉼이 있었지만, 번역자의 주를 일일이 찾아보는 과정을 건너뛰고 내달리니 이내 1부 2권의 마지막 장을 잡고 있더라 이거다.

<밀레니엄 2부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권>엔 1부처럼 서두의 전개가 조금은 복잡하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프롤로그에서 나온 침대에 묶인 13살 소녀. 그녀는 어떠한 남자에게 잡혀 온 듯하고 갖혀 있은 지 40여일이 지났다. 그의 냄새 목소리 모든 것을 증오하는 그녀는 눈을 감고 불놀이를 상상한다. 그리고 1장, 리스베트가 카리브해 여행을 하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옆방의 포브스 부부의 심심찮은 부부싸움에 관심을 갖게 되는 리스베트. 갑자기 찾아든 태풍(허리케인)속에 포브스 남편이 그의 부인을 살해하려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 부인을 구출한다. 카리브해에서 만난 17살 소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게 된 그녀. 그녀는 자신을 믿어준 진정한 친구들( 밈미, 드라간, 홀예르등등)을 찾아 다닌다.
한편, 《밀레니엄》에서 특집호 준비를 위해 인신매매와 관련된 논문을 준비하는 도중 여성 범죄학자와 밀레니엄 잡지사 기자(다스 스벤손, 미아 베리만)가 총기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을 최초로 목격하는 미카엘.
<밀레니엄 1부>에서 리스베트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한 닐스 비우르만은 리스베트의 과거를 들춰내게 되고...... 서서히 리스베트의 베일에 싸였던 과거가 드러난다. 살인사건, 그리고 그 살인사건의 무기인 총에서 리스베트의 지문이 발견되면서 흥미로운 전개의 문턱에 다다른다. 그렇다. 리스베트는 용의자로 주목된다. 리스베트가 1부에서 사건을 파헤치는 해커의 입장이였다면 2부에서는 쫓기는 살인범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그녀가 과연 이 사건을 어떻게 증명해 낼 수 있을까? 그녀가 세상과 싸워 나가야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주인공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내 몰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사건의 미스터리를 직접 풀고 헤쳐 나간다. 이러한 스토리의 설정이 어찌 보면 진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분명 1부처럼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역시 나를 놀라게 할 것이라는 것을. 진부한 설정? 아니다. 이것은 분명 시작에 불과하다. 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 사회의 문제를 의식하게 하면서 성매매라는 문제를 당당하게 고발하는 것이다. 극악한 살인마의 설정이 있으나, 정의를 실천할 수 있고, 희망이라는 글자에 미소를 짓게 하는 스토리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나라가 다르지만 정서적으로 일맥 상통하는 문학의 진묘미를 이 책으로 다시한번 깨닳을 수 있다. 나는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는 흥미진진함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 나를 의식하는 그 순간이 가장 즐겁다. 나를 흠뻑 취하게 하는 이러한 문학작품을 자주 만나고 싶은 욕망이 채워질 때, 감사한다.
<밀레니엄 2부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2권>을 만나볼 그날을 기약하면서 나는 우리의 희망, 리스베트를 마음속으로 여전히......응원하고 있다. 그녀의 승리를 어서 빨리 확인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뒤로한 채, 다음으로 만나볼 이야기를 미리 머릿속 상상으로 헤집어 본다. 내가 리스베트라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