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동안 - 행복을 부르는 37가지 변화
패티 다이 지음, 박유정 옮김 / 이숲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싫다. 다짜고짜 싫다고 하는 내가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 삶이 한달가량 남아 있다는 확실한 사실이 있다면 싫을 것 같다. 나는 더 살고 싶다. 가끔 그렇다.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는데 진정이 되지 않자, 두려움에 싸인다. '혹시 내가 어디 아픈거 아닐까? 뇌종양이라던가, 뇌졸중? 혹은 악성빈혈을 앓고 있는 백혈병같은 불치병 환자가 아닐까?' 라는 과대망상이 연이어 터져나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최근들어 머리가 자주 아파서 걱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면 백발백중 나오는 말 " 병원 가보지 그래? 고민말고 얼른 가봐.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라고 말이다. 그런데 정작 그 말을 하는 당사자 중에서 몇이나 병원에 가볼까? 단순 두통이겠거니 하고 가지 않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차라리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 나는 듣고 싶지 않다. 혹여 갔다가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남은 내 생애는 어떻게 될런지......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만약 병이 있다면 당장 병원으로 뛰어가 MRI기계 안에 내 머리를 구겨넣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나는 가지 않는다. 왜냐고? 두려워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닐 것이란 생각이 반 이상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감을 찾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따라 점차 걱정은 뒤로 멀어지고 안일한 생각에 빠진다. 그러다가 두통이 사라그러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나는 하루하루 두려운 미래따윈 잊은채 살아간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패티 다이의 <37일 동안>은 앞으로 삶이 37일이 남았다고 가정하고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 보라고 말한다.

 

<37일 동안>의 책은 파스텔톤이지만 알록달록하며 넓은 페이지에, 다양한 삽화도 보이고 여백도 커다랗다. 그래서 첫장부터 꼼꼼히 읽어보니 저자는 말한다. 펜을 들어 책을 괴롭혀라고. 책이 구겨질까봐 페이지도 하나하나 살살 넘기는 책사랑 아니 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결벽증을 가진 나에게 펜을 들어 이 책의 여백을 메우라고? 학교 교과서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좋다. 펜을 들고 여백에 글을 빼곡히 적는 것 대신 포스트잇으로 메워보기로 했다. 막상 뭔가를 적으려고 하니 생각나는 것도 없고 적을 말도 없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나는 이나마 있는 여백조차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 패티 다이의 의도대로 내 삶의 기한을 유념하고 정말 숨이 차오르도록, 후회없는 삶을 살도록 생각해보자!

 

저자는 아버지가 암을 진단받고 37일 후에 세상을 떠나자, 그는 자신에게 37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두 딸에게 남기는 메세지와 같은 이 책을 세상의 수많은 독자가 보고 있다. 내가 살면서 오롯이 가질 수 있는 것들 즉, 두려움 애정 우정 추억 꿈등에 대해 들려주고 기억을 위한 기록을 권한다. 그리고 긍정의 방법을 알려주며 행복을 미래로 미루지 말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책을 엮었다.

 

책을 모조리 섭렵하진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의 이야기로 여백을 메우지 못했지만 차마 하루만에 아니 일주일만에 그 여백을 메울 자신이 없었기도 했다. 이제 천천히 나만의 이야기로, 나의 다짐으로 생각해낸 것을 다시 생각해서 메우고 싶다. 책을 한번 훑은 지금 다시 나에게 질문해본다.

"만약 내 삶이 37일 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고...... 싫다는 단어가 다시 불쑥 찾아들지만, 저만큼 밀어놓고 다음을 생각해보니 지금보다 더 알뜰하게 하루의 시간을 소비하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좌절을 금지하며 지난날을 돌아보는 내 인생 요약집도 작성해보고 싶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소한 행복을 찾아서 행할 수 있는 것이라면 가능한 해보고 싶다. 정말이지 살면서 한번쯤 내 인생을 한정시켜 놓고 이런 생각의 정리를 해 보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싫다'고 도라질할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 중 처음으로 맞이하는 그 하루부터 어떻게 다른 인생을 살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값질 것 같다. <37일 동안>을 통해 그런 시간의 한켠을 도움받은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