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지음, 박중서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갈매기의 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저자 리처드 바크가 <기계공 시모다>로 다시 한번 반란을 불러 일으켰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리처드 바크는 공군에 입대해서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3천시간 이상 비행을 했는데,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기계공 시모다>는 상당히 흐트러짐이 없다. 그리고 술술 잘 읽히기까지 한다. 초기 몇장은 회색지에 메이사에 관한 글이 번호매김으로 나열되는데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서 그저 성경처럼 어느분의 말씀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리고 글을 다 읽은 지금, 다시한번 회색지에 적힌 메시아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었다. 회색지를 모조리 읽는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또 읽고 또 읽는다. 어려운 글은 하나도 없다. 정말 몇일전 읽었던 책 처럼 네이버 사전을 열어둘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 쉬운 책 한권은 밤을 꼴딱 보낼 정도로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무려 세번을 읽었다. 처음엔 상당히 꼼꼼하게, 두 세번 속독했다.

 

리처드는 10분에 3달러씩 받고 사람들을 오래된 복엽비행기에 태워주는 일을 한다. 그렇게 4년동안 일하면서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조종사를 본 적이 없었는데 비행을 하던 중 트래블에어 한대를 발견하게 된다. 외롭게 덩그러니 건초 위에 있는 그 트래블에어를 발견한 리처드는 그 옆에 착륙하게 되고 거기서 도널드(도널드 시모다)를 만나게 된다. 기름도 넣지 않고 덩치 큰 트래블에어를 좁은 건초위를 깃털처럼 도약하고 착륙하는 도널드가 이상해보였다. 그리고 리처드는 그가 메시아임을 알았다. 렌치를 공중에 띄워 멈출 수 있게 하고, 물 위를 흙 위처럼 걸으며 흙바닥을 바다로 여기며 헤엄치는 도널드. 그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도널드는 우리의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 말한다. 눈앞에 보이는 기괴한 행동들이 그저 환상이라는 건가? 환상이란 마술을 의미하는 것인가? 리처드는 도널드에게서 건내받은 「구세주 매뉴얼 = 메시아 핸드북」을 끝까지 읽어간다.

 

 

 

 

배움이란

당신이 이미 아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행함이란

당신이 그걸 알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가르침이란

남들도 당신만큼 알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당신은 모두 배우는 자이며,

행하는 자이며, 가르치는 자이다.

 

당신이 어느 생애에서나

지니게 될 유일한 의무는

스스로에게 진실하게 구는 것뿐이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 모두에게

진실하게 구는 것은 불가능하며,

나아가 그것이야말로

가짜 메시아의 표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질문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질문들이다.

 

당신은 어디에서 태어났는가?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가끔 한 번이라도

이 질문들을 생각해보고,

당신의 대답들이 달라지는 것을 지켜보라.

 

당신이 배울 필요를

가장 크게 느낀느 것이라면

당신은 그걸 가르치는 것도

가장 잘하리라.

(P.75~76 - 메시아 매뉴얼 중에서)

 

 

메시아인 도널드 시모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귀 귀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메시아 일을 그만두었다고 리처드에게 말한다. 물이 액체가 아니고 고체도 아니다. 내가 물을 액체라고 믿으면 액체인 것이고 고체라고 믿으면 고체인 것이다. 그것이 액체가 되건 고체가 되건 그것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시모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도데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그는 정말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인가. 그냥 점술사 혹은 예언가? 아니면 그냥 괴짜 비행사인가? 초반에 머리를 쥐어짰다. 이건 단지 소설일 뿐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허구가 존재한다. 그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며 읽어갔는데, 소설 속 인물 시모다가 하는 말이 정말 현실로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제껏 틀로 박아 놓았던 무수한 것들의 정체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말들이였다.

 

불의와 비극에 대한 믿음의 깊이가 곧 당신의 무지의 표시다.

 

애버레가 세상의 종말이라 부르는 것을, 신은 나비라고 부른다. (P.222 - 메시아 매뉴얼 중에서)

 

죽음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싶다. 내용 중에서 시모다와 리처드가 앉아 있는데 한 흡혈귀가 와서 리처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피를 좀 나눠 달라고 말한다. 리처드가 피를 한모금 주면 자신은 살 수 있다고, 그렇지 않다면 흡혈귀 자신은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하며 다가서는데 리처드는 소리를 지르고 경계한다. 이 부분에서 '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이라는 말에 생각을 해 본다. 상처를 주는 것, 상처를 받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모다. 우리의 인생은 선택의 선택이다. 우리 모두에겐 선택을 하는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 자유'라는 의미를 나는 이제껏 어떻게 생각해 왔던가. 나의 생각을 모조리 뜯어놓고 새로 퍼즐 맞추게 하는 책 <기계공 시모다>이다.

 

내가 현재 32평의 아파트에 살면서 작은 TV를 사다놓고, 아파트 앞에 큰 나무 한그루가 있고 길 건너 마트도 하나 보인다. 아랫집 언니는 아이 둘을 키우고, 매일 우유를 배달해주는 아저씨도 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물과 사건 그리고 사람들의 존재는 그들이 거기 있는 이유는 내가 그들을 그리로 끌고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으로 무엇을 할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는 메시아의 이야기. 읽으면 전혀 막힘없는 메시아의 이야기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나는 뭔가..... 수차례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벌써 하루만에 3번 읽었다. 살면서 수십번 더 읽어도 좋을 책이다. 별점 다섯개도 아깝지 않은 그런 책이다. 내 인생이 흘러가는 이것은 당연하다고 여기고, 때론 기적적이며 때론 억울하기도 했는데 그 모든 것의 결정은 내가 선택했던 ' 자유'라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된다. 쉽고 모두다 이해되는 말들이 실상 이해되지 않는 아이러니를 느끼는 지금, 자꾸만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살면서 내 인생이 분명 변할 것이다. 인생을 바꿀 만한 문학작품을 만나는 행운 중 지금 <기계공 시모다>를 통해 한가지를 이뤄낸게 아닌가 싶다.

<기계공 시모다>를 만난 행운으로 내 삶은 분명 쉽고 의미있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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