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집 이야기 - 별난 사람들의 별나지 않은
세바퀴팀 지음 / 우린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세바퀴>가 벌써 2년 반째 방영중이라고 한다. 아이 낳고 집에 앉아 TV볼때, 재방송 채널만 틀면 세바퀴가 나왔다. 재방송도 단연 1위가 아니였을까 싶다. 봐도봐도 웃끼다. 웃다가 눈물도 찔끔 흘리고, 옆에 있는 애꿎은 남편만 두들겨팼다.( 하도 웃겨서 어쩔 수 없이 구타가 유발되었다.) 그렇게 가장 힘들다던 아이들 돌 전의 육아생활을 세바퀴로 조금씩 위안을 얻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세바퀴라는 프로그램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꽤 된다. 각자의 개성이 있는 출연진들 중 가장 드센 사람들, 바로 아줌마들이였다. 이경실, 김지선, 박미선, 선우용여의 입담에 깔깔 찢어지게 터져나오는 웃음소리. 가끔 자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울곤 했다.
어느날, 김지선이 다산의 여왕이라며 칭송(?)받았는데 한 프로그램에서 김지선 가족을 촬영했었다. 지금도 그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지만, 당시 세바퀴에서 보던 김지선은 어디로 가고 육아에 힘들어하는 김지선이 보였다. ' 어? 김지선도 나랑 다를 바 없구나.' 싶었다. 아이 셋이라니... 아이 셋을 낳았다는 게 옛 어른들 눈엔 별것 아닌 거 같아도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아이 셋 낳은 건 좀 남다르지 않나 싶다. 다산으로 주목받는 김지선이 아이 셋 낳은 걸 개그 소재로 삼나 싶어 이상하기도 했고, 그녀 덕분에 아이 더 낳자는 소리도 있었다. 김지선 가족의 이야기를 보니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가정이고 그녀도 힘들고 남편과의 트러블도 있고 아이 교육에 열올리는 평범한 엄마였다. 게다가 늘 웃겨야 하는 직업까지 갖고 있느니 힘들다는 내색 못하는 이중적 생활이 안타까웠다.
세바퀴 사람들,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은 < 별난 사람들의 별나지 않은 그 집 이야기>는 TV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알게 되는 계기로 읽는 내내 좋았다. 꽤나 의외다. 김현철이 말 더듬으며 「PD공책」을 할때 그의 말 더듬는 모습이 싫었던 안티팬인 내가 열혈팬이 되어버렸다. 어딘듯 모자라는 것 같고 말 더듬어 더욱 그렇게 보이는데다 짜리몽땅하고 있는둥 마는둥 한 개그맨. 그런데 김현철이 말을 더듬게 된 연유를 듣고 나니 그가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시절 언변이 좋아 친구들이 졸졸 따라다녔고 그가 말해주는 영화 스토리는 영화보다도 재미있어, 영화볼 돈을 친구들이 조금씩 모아주어 김현철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줬다고 한다. 그리고 김현철은 그 친구들에게 영화를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설명했다. 그렇게 말 잘하던 김현철은 왜 말 더듬이가 되었을까? 유독 말 더듬이가 많았던 웅변학원과 주인집 아들이 말더듬이였다는 것. 그래서 그는 영영~ 말을 더듬게 되었다고.
김현철이 대학에 입학한 이야기는 기가막히면서 절묘했다. 그는 연예계에 발 들여놓을 운명이였다. 대학 입학때 받은 대본이 말 더듬는 주인공 대사였으니 만장일치로 합격을 받는 건 당여지사였겠지. 하이틴스타 임예진이 코스프레로 등장하는 세바퀴는 이제 밉지 않다. 처음엔 울렁거렸다. 낯선 모습에 임예진이 이젠 하다하다 할게 없어서 저러는구나 했는데......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그녀가 이뻐보인다. 설정으로 만들어진 모습이지만 어찌되었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건 사실이니까.
드센 아줌마들이 무서워 출연을 해도 걱정이다라는 말을 하는 게스트들. 이경실의 '찌릿'한 눈빛 한방에 '깨갱'하는 설정들이 나는 왠지 모르게 속시원하다. 늘 인자한 프로그램은 이제 식상하니까. 그래서 독설가 김구라가 100% 안티만 갖고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누군가의 입을 빌려서 삿대질 해줄 광대가 필요한 요즘, 광대를 자처한 이들이 그저 미울 순 없다. 연예인이라 오해도 있고, 유리집에 사는 것 처럼 자신을 내 보여야 하는 사정에 힘겹겠지만 그걸 직업정신이라고 해야 하나?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나아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 그들은 오늘도 그 자리에서 우리를 위해 웃겨줄 준비가 되어 있다. 악성 댓글에 모두다 상처받고 목을 메달면 누가 연예인 하겠나? 나 스스로가 아니라면 언젠가 그 진실은 시청자들이, 팬들이 알아 줄 것이다. 14명의 세바퀴 식구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보고 나니 별나 보이던 그들이 참으로 평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세바퀴 시청때 나의 의무(?)를 다 할 것이다. 그들 앞에 열심히 웃어주면 된다. 그들이 바라는 건 그것 뿐이니까......